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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홈플러스도 MBK도 '미워도 다시 한번'

곡산 2025. 12. 12. 12:42

[데스크시각] 홈플러스도 MBK도 '미워도 다시 한번'

  •  부광우 자본시장부장
  •  승인 2025.12.12 06:00

 

 

희망고문이었다. 홈플러스의 새 주인을 찾는 공고문이 붙고 입찰 마감일이 되도록 원매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기업회생 신청서를 들고 법원을 찾던 올해 3월 4일 그날엔 봄을 시샘하는 눈발이 유난히도 흩날렸다. 그리고 새로운 겨울, 서울의 첫눈 예보가 있었던 지금까지도 홈플러스의 시간은 이렇게 멈춰 있다.

 

운명이 판가름 난 건 아니다. 법원이 새로운 회생 계획안을 가져오라고 한 이번 달 말까진 감상에 젖을 여유가 없다. 이때까지도 마땅한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모두가 피하고 싶은 어려운 결단의 순간에 직면할 수 있다.

 

농협이 구원투수가 될 듯했다. 농·축산물 유통망에서 갖는 사회적 역할과 맞물려 적임자로 여겨졌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직접 질문을 받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당장 하나로마트도 적자라는 볼멘소리와 함께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시선은 정부를 향한다. 마침내 여당이 목소리를 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말 정책조정회의에서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모든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2만여명의 홈플러스 임직원은 물론, 협력 업체와 주변 상권까지 고려하면 30만명 이상의 생계가 걸린 사안임을 강조했다.

 

꺼내든 카드는 공공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이다. 연합자산관리와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공기관이 우선 홈플러스를 맡아 재무 상태를 개선한 후 다시 인수자를 찾는 방안이다. 이미 비슷한 형태의 구조조정과 기업 매각의 경험이 있는 곳들이다.

 

아직 가능성으로서의 언급이다. 그럼에도 여론의 성토는 즉각적이다. 민간 업체를 살리는 데 왜 공적 자산이 동원되냐는 비판이다. 또 대마불사라는 푸념도 있다. 큰 회사라는 이유로 정부가 나서는 게 정당하냐는 얘기다. 벼랑 끝에 내몰린 동네 사장님들로서는 서러움이 더 클 수 있다.

 

정부가 사모펀드의 탈출구를 마련해주는 셈이란 눈초리도 있다. MBK가 자신의 지분을 모두 소각해 주주의 권리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했지만, 거대 자본을 향한 '삐딱한' 시선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MBK가 홈플러스를 경영하면서 산업의 흐름을 놓쳤다는 질책은 당연하다. MBK가 홈플러스를 사들이던 10여년 전, 현재의 쿠팡을 상상하던 이는 많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그로 인한 비대면 유통의 급성장은 누군가에겐 사고이자 누군가에겐 기회였다.

 

문제는 현실이다. 잘잘못을 따지는 사이 홈플러스와 얽힌 사람들은 애가 닳는다. 남들에겐 논리의 다툼이지만 당사자에겐 생존의 사투다. 그저 글로써 표현이 아니다. 노동조합원들이 물과 소금까지 끊는 극단적 아사 단식에 들어간 데에는 이런 절박함이 깔려 있다.

정부가 손을 쓰겠다고 한 이유가 꼭 이들의 요구 때문만은 아니다. 30만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공중 분해될 수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한 기업의 사정일 수 없다. 더 나아가 국내 유통 산업의 연쇄 파동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부담 거리다.

 

홈플러스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왜 이 지경이 됐냐를 두고 떠들다가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위기가 소란 정도로 잦아들면, 시시비비는 그때 가려도 늦지 않다. 미워도 다시 한번의 아량이 필요하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이는 일단 구하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