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11.18 07:54
아워홈 ‘효소 활용 고기 연화 기술’ 특허 보유
현대그린푸드 ‘그리팅’ 생선 등 두 자릿수 성장
CJ프레시웨이·풀무원 덮밥소스 제품 등 선봬
시장 병원서 가정으로 이동…B2C 채널 강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실버푸드’ 시장이 3조원 규모로 폭발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올해 20.3%(약 902만명)인데 2036년이면 30.9%(약 1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돼 실버푸드 시장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 20%대의 성장률을 보이며 2030년 5조원 규모가 예상되는 이 시장은 질적으로도 거대한 변화를 맞고 있다. 단순히 씹기 편한 ‘연화식(軟化食)’의 시대를 지나, 개인 맞춤형 영양 설계를 제공하는 ‘케어푸드’로 진화하는 것.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맞춤형 영양 설계’다. 업계는 이제 저염·저당·고단백은 기본이고, 당뇨나 신장 질환 등 특정 질환을 관리하는 맞춤형 식단까지 세분화해 선봬고 있다. 이에 업계는 “단순히 부드러운 음식이 아니라, 질병 예방 및 치료와 직결되는 영양 설계 기술이 핵심”이라며 “시장이 ‘의료와 식품이 만나는 교차점’으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이러한 맞춤형 식단을 구현하는 핵심 경쟁력은 ‘푸드테크’다. 과거 고온·고압 조리나 수비드 방식을 넘어, 최근에는 특정 효소를 사용해 식품의 물성은 유지하되 부드러움만 높이는 ‘효소 연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고기의 질긴 식감이나 채소의 단단함을 부드럽게 만들면서도, 음식의 원형과 식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령층이 ‘먹는 즐거움’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기술의 발전은 시장의 풍경을 바꿨다. 과거 ‘죽’이나 ‘무스’ 형태에 머물렀던 제품군은 급격히 다양해졌다. 정부(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가 지정하는 ‘고령친화우수식품’ 인증은 2024년 말 기준 227개에 달하며, 초기 죽/무스류가 대부분이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반찬류’(45.4%)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고령층도 ‘일반식’과 유사한 식단을 원한다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다.
기술 경쟁의 선두주자 중 하나는 아워홈이다. 아워홈은 자체 개발한 ‘효소 활용 연화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공법은 효소가 고기 조직에 침투해 식감을 부드럽게 만드는 원리로, 일반 고기보다 50% 이상 부드러우면서도 음식의 형태는 그대로 유지시킨다. 아워홈은 이 기술로 국내 최초로 고령자를 위한 부드러운 고기와 떡, 견과류 개발에 성공했으며, ‘부드러운 간장소스 우불고기’ ‘부드러운 사태찜’ 등을 B2B 시장에 공급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현대그린푸드 역시 전문 브랜드 ‘그리팅(Greating)’을 통해 차별화된 연화 기술을 선봬고 있다. 이 회사는 1000억원을 들여 건설한 실버푸드 제조시설 ‘스마트 푸드센터’를 가동 중인데, 올해와 내년에 걸처 생산라인을 늘려갈 계획이다.
이곳에 있는 포화증기오븐은 음식의 질감을 부드럽게 만든 식사인 ‘연화식’을 전문적으로 제조한다. 예컨대 소고기나 생선 등을 원래 형태는 유지하면서도 잇몸으로도 부서질 수 있게 부드러운 조리가 가능하며, 또 냉동 설비 터널프리저를 통해 조리된 음식을 영하 30도 이하로 급냉시켜 영양분 손실, 해동 과정에서 맛·식감 저하를 최소화한다. 특히 ‘뼈째 먹는 생선’ 시리즈가 대표적인 사례로, 이러한 기술력에 힘입어 올해 1~9월 현대그린푸드의 실버푸드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7.2%나 성장했다.
현대그린푸드는 ‘그리팅’ 브랜드를 앞세워 국내 업계 최다인 16종의 일명 고령친화우수식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으며, 이 숫자를 3년안에 30종 이상으로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더 부드러운 갈비찜’ 같은 육류는 물론, 연화 기술을 적용한 ‘뼈째 먹는 생선’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는 고령층이 ‘죽’이 아닌 제대로 된 생선 반찬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기술 기반의 다각화 사례다.
CJ프레시웨이 역시 ‘헬씨누리’ 브랜드를 통해 ‘부드러운 불고기 덮밥소스’나 ‘닭가슴살 찜닭소스’처럼 고기 원물의 형태를 살린 반찬형 제품을 선봬고 있다. 대상웰라이프는 올 들어 고령 환자들도 먹을 수 있는 제품들로 음료뿐만 아니라 식단형 식품, 간식류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으며, 풀무원 또한 ‘영양덮밥소스’ 제품을 인증받는 등, 주요 기업들이 ‘죽’을 넘어 고령층도 ‘일반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반찬, 간식, 간편식으로 카테고리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고도화된 ‘케어푸드’가 병원(B2B) 중심에서 가정(B2C)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기술의 발전이 유통 채널의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식품 대기업들은 과거 병원이나 요양원 등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 집중됐던 케어푸드를 자사몰의 ‘이커머스’나 ‘정기 구독’ 서비스를 통해 일반 소비자(B2C)를 직접 공략하고 있다.
이 B2C 시장을 선점한 대표 주자는 현대그린푸드다. 2020년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Greating)’과 전용 온라인몰 ‘그리팅몰’을 론칭해 B2C 판매를 본격화했다. 핵심은 ‘케어식단’이라는 정기 구독 서비스로, 소비자가 ‘저당식단’ ‘시니어식단’ 등 건강 목적에 맞는 식단을 선택하면 새벽배송 등을 통해 집으로 배송해 준다.
풀무원 역시 개인 맞춤형 구독 플랫폼 ‘디자인밀’을 2022년 론칭하고 모바일 앱을 통해 칼로리 조절식, 영양균형식 등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해 구독할 수 있도록 B2C 채널을 강화했다.
전통적인 B2B 강자들의 참전도 거세다. CJ프레시웨이는 B2B에 주력하던 ‘헬씨누리’ 브랜드의 판매 채널을 자체 온라인몰과 배달의민족 B마트 등 B2C로 확대하고 있다. 아워홈 역시 병원 급식 등에서 쌓은 B2B 연화식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반 소비자용 B2C 제품 개발 및 사업 확장을 공식화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의 실버푸드가 ‘영양 보충’이라는 생존의 문제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푸드테크를 통해 ‘먹는 즐거움’과 ‘삶의 질’을 되찾아주는 단계로 진화했다”며 “결국 ‘효소 연화 기술’로 맛과 식감을 살린 반찬을 ‘B2C 구독’이라는 편리한 채널로 제공해 개인 맞춤형 영양 관리까지 성공하는 기업이 5조원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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