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럼버스=김현옥 기자
- 승인 2025.10.13 06:00
연간 약 6만 톤 규모 Non-GMO IP 대두 생산
SQF·Kosher·Non-GMO·유기농 등 다양한 국제 인증 보유

미국 중서부 오하이오주. 끝없이 이어진 평원과 곡창지대의 중심에 자리한 이곳은 ‘옥수수 벨트(Corn Belt)’의 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식용 대두 생산의 핵심지다. 이곳에 40년 넘게 ‘Non-GMO 대두’만을 고집해온 농장이 있다. 1984년 창립된 블루그래스 팜(Bluegrass Farm)이 바로 그 주인공.
창업자 데이비드 마틴(David Martin)은 “이 땅은 대두가 자라기에 완벽한 환경을 갖고 있다. 우리는 토양의 숨결을 이해하고, 그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다. 최상의 콩은 최적의 땅과 기후 환경 속에서 정직한 방식으로 길러진다.”고 말한다. 씨앗에서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 특히 한국과 일본을 주요 수출처로 삼고 있는 블루그래스의 시설을 직접 둘러보며, 그들의 경영철학을 직접 확인했다.
“고객이 만든 농장”
블루그래스는 종자 회사로 출발해 1990년대 후반 GMO 확산 속에서도 아시아 식품시장을 겨냥해 Non-GMO 대두 생산에 집중했다.
마틴 대표는 “우리는 언덕 위 작은 목조 건물에서 출발했지만, 이제 글로벌 Non-GMO 대두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 여러분이 보고 있는 이 시설은 사실상 한국 시장이 만들어준 것”이라며 “앞으로도 100% Non-GMO라는 약속을 지켜 아시아 소비자들의 식탁에 안심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생산자 네트워크 관리 담당과 글로벌 파트너십 담당이 함께한 자리에서 마틴 대표는 “모든 팀원이 참석하진 못했지만, 한국에서 온 여러분을 직접 만나 기쁘다.”며 진심어린 환영을 표했다.


“한국은 우리의 핵심 파트너”
그래서인지 마틴 대표는 시종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열을 다해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블루그래스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서, 많은 물량을 한국에 수출하고 있고,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기준은 늘 우리의 생산 방향을 이끌어왔다"고 말했다.

“Non-GMO 순도의 원칙을 지키는 이유도 한국 시장의 요구와 직결된다”고 설명한 마틴 대표는 “국제 정세가 변하더라도 소비자의 식탁 위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콩을 올리겠다는 약속은 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품질가격 고려한 'SQWH' 콩, 아시아 시장 겨냥한 맞춤형 품종
블루그래스는 '최상의 품질 대두 생산'을 위해 최근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품종 혼합과 새로운 대두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마틴 대표는 그 중에서도 새로운 품종인 ‘IP(Identity Preserved)’ 대두 제품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IP 제품은 품질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지만, 가격 경쟁력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새로 개발한 제품이 SQWH입니다.”
‘SQWH’는 Safety & Quality 그리고 White Hilum(하얀 씨눈)을 뜻한다. 이는 품질과 순도 모두 타협하지 않겠다는 블루그래스의 강한 의지를 상징한다.
발효형 ‘SQWH-F’는 단백질 함량 40% 이하를 유지해 된장 간장 등 발효식품에 적합하고, 응고형 ‘SQWH-Q’는 40% 이상으로 관리해 두부 두유 가공에 적합하다. 회사측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발효용 ‘SQWH-F’는 38% 수준이고, 두부·두유용 ‘SQWH-Q’는 최고 49%에 달하기도 한다.

Non-GMO 100% 증명하는 세계 유일의 검증시스템
블루그래스는 현재 연간 약 6만 톤 규모의 Non-GMO IP 대두를 생산하며, SQF, Kosher, Non-GMO, 유기농 등 다양한 국제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100% Non-GMO 보장’을 위한 독자적 검증 시스템이다. 블루그래스는 종자를 발아시킨 뒤 제초제(라운드업 등)를 살포해 GMO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의 필드 테스트를 30년 이상 고수해왔다.
일반 랩 테스트가 최대 99.7% 정확도에 그치는 반면, 이 방식은 살아남는 개체가 없을 경우 100% Non-GMO를 확신할 수 있다.
“우린 1980년대부터 독자적인 테스트를 해왔습니다. 콩을 발아시켜 제초제를 분사한 후 살아남는 콩이 있다면 그건 GMO입니다. 오차 범위는 ±0.03%. 이건 ‘100% Non-GMO’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죠.”
한국의 까다로운 기준, 정부와 업계 협력이 열쇠
문제는 운영 비용이다. 미국과 유럽 시장은 99.7%에도 만족하지만, 한국은 100%를 요구한다. 마틴 대표는 “한국의 기준은 타협할 수 없는 수준이며,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의 협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오하이오 농업부로부터 새로운 검사 랩 공간을 무상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인력과 장비 확보, 그리고 안정적인 펀딩이 관건”이라며 “한국 시장의 엄격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현지 바이어와 업계의 지지 및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Non-GMO 프리미엄, 꾸준히 유지
Non-GMO 대두는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가격에 따라 프리미엄이 책정된다. 일반적으로 프리미엄은 20~25% 수준에서 유지된다. 예컨대 대두 가격이 19달러였던 시절 프리미엄은 4달러, 현재 10달러 선에서는 2.5달러 정도다.
마틴 대표는 “Non-GMO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는 ‘마진을 크게 남기는 것’보다 ‘더 많은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택했다”고 말했다.
효소 지키는 냉각 시스템이 품질의 핵심
마틴 대표의 안내에 따라 현장 투어에 나섰다. 수확 후 콩을 보관하는 공장 내부는 정온 상태를 유지한다. “수확기는 11월부터 시작됩니다. 그때부터 1월까지 팬을 계속 돌려 온도를 화씨 0도(섭씨 -17도) 이하로 유지해요. 콩알을 꽝꽝 얼려야 품질이 살아있습니다.”
블루그래스는 이들 콩의 결로 방지를 위해 컨테이너 상단에 아기 기저귀 패드를 깔아 습기를 흡수시킨다. "그래서 우리 콩은 늘 ‘뽀송뽀송한 상태’로 도착합니다.”


마틴 대표는 “Non-GMO 대두의 핵심은 효소(Enzyme)"라고 강조했다. 효소가 살아 있어야 두부나 치즈로 가공될 때 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섭씨 30도를 넘기면 효소가 죽어요. 그래서 우리는 ‘냉각 유지’를 가장 중요한 품질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품종별 분류와 선별, “콩 하나까지 구분”
“우리는 콩이 어느 경작지에서 온 것인지 모두 추적할 수 있습니다. 이게 IP 시스템의 기본이에요.” 사일로마다 품종이 다르고, 씨눈 색상에 따라 투명, 검정, 갈색, 혼합색 등 총 네 가지로 구분된다.
전체 생산량 중 약 85%가 식용으로 출하되고, 나머지 15%는 사료용 대두박이나 대두유로 가공된다. 그중 대두박의 단백질 함량은 51%로, 업계 평균(36%)보다 훨씬 높다. “그래서 프리미엄 Non-GMO 닭사료로 팔린다.”고 마틴 대표는 말했다.

SQF 프리미엄 인정 받은 'Non-GMO 오일'
그는 오일 생산라인으로 향했다. “이 시설은 4년 전에 완공됐고, Non-GMO 오일 인증도 받았습니다. 오일은 단백질이 거의 없어 인증이 어렵지만, 우린 SQF 프로세스로 프리미엄을 인정받고 있죠.”
마틴 대표는 처음에는 샐러드 드레싱용으로 시작했지만, 정부의 탄소 크레딧(Carbon Credit)을 받는 대형 재생 오일 회사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상당수 식품 회사들이 블루그래스 오일을 프리미엄 원료로 구입하고 있다는 것.
"콜럼버스의 ‘마제티(Marzetti)’가 대표적인 회사로, 재생오일을 생산하면서도 우리 회사의 Non-GMO 오일을 프리미엄 가격으로 구매합니다. 그만큼 품질이 다르다는 뜻이죠.” 마틴 대표의 설명이다.
정선과 가공, “10억 원짜리 기계로 완성하는 순도”
가공 공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첫 관문은 이물질 제거기로, 콩알에 혼합된 작은 돌멩이나 먼지, 파편들을 가려내는 작업이다. 농장에서 수확된 콩은 자연 그대로의 흔적을 안고 오지만, 이 설비를 지나면서 제대로된 상품으로 탈바꿈한다.
두번째는 폴리셔(Polisher)로 윤을 내는 과정이다. 대두 속으로 정선된 배유가 섞여 들어가자 콩 표면이 윤기를 띠기 시작했다. 마치 화장품을 바른 듯 콩이 빛을 머금었다. "이 과정은 단순히 모양을 보기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신선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신뢰를 더해주는 세심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벨트 분리기(Belt Separator)로, 둥근 콩과 평평한 콩을 자동으로 분리하는 공정이다. 벨트의 경사가 오른쪽을 살짝 기울어져 완벽하게 둥근 콩은 굴러 떨어지고, 조금이라도 평평한 콩은 뒤로 밀려나간다. 단순한 중력의 법칙을 이용했을 뿐인데, 정밀한 콩의 선별법이란 점이 흥미로웠다.

4개의 카메라가 콩 한알 한알을 찍어 색깔. 밀도, 이물질까지
판별하는 고가의 최첨단 광학분류기.
마지막 광학분류기(Optical Sorter)는 이 설비의 백미라 할만 했다. 원자 스캔(atomic scan) 기술로 콩 속까지 투시하고, 4개의 카메라가 콩 하나하나를 찍어 색깔, 밀도, 심지어 이물질까지 판별하는 공정이다.
흡사 병원의 정밀 MRI 촬영과 같은 이 고성능 감별기는 한 대에 50만~80만 달러를 호가할 정도다. 한국 돈으로 10억 원에 달하는 최첨단 장비로, 마틴 대표는 이 기계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위기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약속
마틴 대표는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2012년 후쿠시마 대지진 때, 모든 납품이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았어요. 당시 50만 제곱피트 규모의 창고를 대두 수출 물량으로 채워 보관했고, 문제가 해결되자마자 한 건도 빠짐없이 납품했습니다.”
“우린 언제나 약속을 지키는 회사를 지향합니다. 그것이 블루그래스의 정신입니다.” 그의 말에는 신념이 묻어 있었다.
2004년 종자 오염 사건과 교훈
2004~2005년, 블루그래스는 미국 최대 종자 업체와 협업해 시중 대두 품종에 대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러나 그 안에서 GMO 오염 종자가 발견됐다.
“우리는 즉시 이를 알렸고, 거대 기업은 격분했습니다. 법적 조치까지 취해졌지만, 우리는 순도 100% Non-GMO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블루그래스가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고객이 우리를 움직입니다”
“블루그래스는 고객으로부터 원동력을 얻습니다. 고객의 신뢰가 우리를 움직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히 콩을 파는 게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신뢰를 잇는 다리 역할입니다. 깨끗하고, 순도 높은 대두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공정은 투명하게 관리되며, 고객이 원하는 단위로 맞춤 포장하고, 품질 검증은 24시간 상주하는 정부 관료가 직접 확인합니다.”
마틴 대표의 말처럼 오하이오의 들판에서 시작된 ‘순도 100%’의 집념은 지금도 바다를 건너 한국의 식탁으로 향하고 있다.블루그래스의 정직과 신뢰를 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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