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럼버스=김현옥 기자
- 승인 2025.10.22 06:00
6세대 이어온 곡물 명가...미국 전역에서 두 번째로 큰 저장 규모 자랑
입고부터 출하까지 전자동 제어 시스템으로 철저한 품질·안전성 관리

6세대 경영의 무게, 초대형 사일로의 위용
오하이오 북부 콜럼버스 인근의 한 산업지대. 웅장한 사일로(Silo)들이 하늘을 찌르듯 솟아 있었고, 회색빛 건물 사이로 ‘The DeLong Company’의 로고가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딜롱사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일반적인 곡물 유통업체가 아니었다. 무려 6세대에 걸쳐 운영돼 온 110년 전통의 가족기업으로, 지역 농가와 세계 시장을 잇는 거대한 관문이자 Non-GMO 대두의 신뢰를 지켜내는 최전선이었다.
현 크리스토퍼 딜롱(Christopher DeLong) 대표와 공동 경영을 맡고 있는 오퍼레이션 부문 부사장 팻 딜롱(Pat DeLong)은 선조로부터 이어받은 이름값을 묵직하게 지켜내고 있었다. 회사는 수출·도매·사료·비료 등 7개 부문으로 나뉘어 운영되며, 직원들은 “우리는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가족이자 지역과 함께 성장해온 공동체”라고 자부한다. 6세대에 걸친 전통과 새 시대의 도전 정신이 현장의 공기 속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Non-GMO는 더 엄격하다”…신뢰를 거래하는 현장
투어는 입고 시설에서 시작됐다. 지역 농가에서 실어온 대두가 덤프 피트(Dump Pit)를 통해 하역되는 장면은 그 자체로 농업 현장의 박동을 느끼게 했다.
딜롱사는 지역의 주요 Non-GMO 생산 농가 세 곳에서 1년에 두 차례(초봄과 늦봄~초여름) 대두를 집중적으로 들여온다. 이때부터 Non-GMO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회사의 철학은 단순했다. “Non-GMO는 더 까다로워야 한다.”는 것. 농가에서 들어온 콩은 곧장 정밀 검사를 거친다. 로봇 테스팅 시스템이 한 알 한 알을 점검하며, 미세한 이물질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Non-GMO 대두의 입고에서 출하까지
철저한 품질 및 안전성 관리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Non-GMO 대두는 처리 과정이 훨씬 더 까다롭기 때문에 기계가 끊임없이 데이터를 확인합니다. 특히 한국은 100% 순도를 요구하는 시장이라 더욱 엄격하게 관리합니다.” 현장 관계자의 말에는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등급 평가와 사일로 구분 보관...최고등급(Grade1) 대두는 별도 저장
입고된 곡물은 즉시 등급 평가를 받는다. 긴 프로브(Probe)를 트럭 적재함 깊숙이 찔러 샘플을 채취한 뒤, 담당 직원이 수분함량, 이물질, 손상립, 색상 균일도, 콩 크기, Non-GMO 여부 등을 종합 평가해 1~5단계로 분류하고 승인 또는 거부한다.
하자가 발견되면 농가를 통해 보험 클레임이 제기된다. 이는 미국 농업 보험 시스템의 일환으로, 지난해 오하이오에서 수십 년 만의 흉작이 발생했을 때 농가들은 이 제도를 통해 손실을 보전했다.
등급이 통과된 대두는 덤프 피트를 통해 지하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한다. 시간당 2만 부셸을 처리하는 속도다. 레인별로 곡물이 나뉘는데, 두 개 레인은 대두, 또 다른 두 개는 제분소에서 들어오는 사료, 나머지 두 개는 옥수수를 받는다.
하역 과정은 단순하지 않고 망치로 두들기거나 진공 공기를 활용해야 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습기 때문에 곡물이 달라붙어 작업이 더욱 힘들어진다. 단순한 힘이 아닌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과정이라고 했다.
분류를 마친 곡물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가 분배기가 각 사일로의 저장 경로를 정한다. 저장고 하나당 최소 2만5,000부셸, 많게는 30만 부셸까지 채워진다.
“이 사일로 하나에만 2만5,000부셸이 들어갑니다.” 안내자의 설명이 끝나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지름이 각각 80피트, 105피트에 달하는 거대한 원통형 사일로는 단일 저장용량만 30만 부셸, 75만 부셸을 보관할 수 있다.
딜롱사의 심장부라 할 이 저장시설은 옥수수와 대두를 철저히 구분해 관리한다. 3기는 옥수수 전용, 나머지 한 기는 다양한 품종의 대두를 보관한다. 모든 계량은 연방 규격에 따른 UA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며, 품질 등급별로도 세분 관리된다. 최고 등급(Grade 1) 대두는 별도 저장고에 따로 보관된다.


먼지까지 자원으로 되살리는 기술
시설 내부는 분진이 많지만, ‘더스트 스펙스 시스템(Dust Specs System)’이 이를 흡입·응축해 재가공한다. 이때 발생한 부산물은 DDG(Dried Distillers Grains)라 불리며 고단백 사료 원료로 활용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모든 먼지는 다시 동물 사료 가공 과정으로 돌아갑니다. 낭비되는 게 없어요.” 관계자의 설명처럼, 효율은 이곳의 또 다른 자부심이었다.
사료 공정 라인이 가동되자 현장은 금세 굉음을 토해냈다. 직원은 "곧바로 이동하겠습니다"라며 서둘러 우리를 다른 구역으로 안내했다. 일상적인 소음조차 견대내며 현장을 지켜온 사람들의 강건한 삶의 모습을 엿보았다.
미국 2위 규모의 저장소…첨단 시스템으로 치밀한 관리
“하루 평균 10시간 기준으로 100~130개의 컨테이너가 적재됩니다.” 미국 전역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딜롱사의 저장소는 오하이오 곡물 유통의 핵심 거점이다.
이 시설은 총 110만 부셸을 한 번에 저장할 수 있다. 적재 과정은 치밀하게 관리된다. 곡물은 7,400파운드 단위로 떨어져 중간 저장실을 거친 뒤, 컨테이너 하나당 5만9,000파운드가 채워진다.



모든 과정은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시스템으로 모니터링되며, 화면에는 각 사일로의 용량과 무게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오토 버튼 하나로 수만 파운드의 곡물이 순식간에 컨테이너로 쏟아져 들어가고, 전 과정은 UA 계량 시스템으로 관리되며 6개월마다 정부 검증을 받는다.
현장에서 본 미국 곡물 산업의 현재
“곡물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돼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품질은 농부들의 수확과 정성에 달려 있죠.” 현장의 풍경은 이 말을 증명했다.
컨베이어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계량 시스템이 숫자를 띄워내며, 먼지조차 사료로 환원되는 곳. 그러나 그 모든 자동화의 뒤에는 여전히 땅을 일구는 농부들의 손길이 있었다.
딜롱사에서 마주한 풍경은 전통과 첨단, 지역과 글로벌이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톱니바퀴 같았다. 6세대가 이어온 신뢰, Non-GMO를 지켜내는 철저한 관리, 위기 속에서도 농가와 함께 서는 동반자 정신, 그리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선 도전이 함께 어우러진다.
철저한 하역·저장·계량·분진 처리 공정, 그리고 정부 규제와 보험 제도를 활용한 품질 관리까지, 모든 과정이 표준화·자동화되어 있는 이 현장에서 Non-GMO 대두의 미래는 다시금 힘차게 이어지고 있다. 곡물 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딜롱사의 하루는 우리의 삶 그 자체다.
[못다한 이야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컨테이너 파킹’
투어 도중 의외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했다. 농업 외 수익 모델이었다. 딜롱사는 5년 전부터 곡물업과는 전혀 다른 수익 모델을 도입했다. 바로 보유 부지를 활용해 월마트,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에 주차 공간을 임대하는 ‘컨테이너 파킹’을 운영하는 것이다. 농업의 불안정성을 보완하면서도, 지역 인프라를 새로운 기회로 바꾸는 사례였다. “농업만으로는 불안정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인프라를 활용하면 새로운 기회가 열립니다.” 현장 관계자의 설명은 전통 기업의 혁신적 면모를 잘 보여준다.
재난 속에서 배운 교훈
또 다른 인상 깊은 이야기. 작년 오하이오에서 수확된 곡물은 수십 년 만의 최악의 품질로 기록됐다. 긴급 재난 상황이 선포되자, 농가들은 보험 제도를 통해 손실을 보전할 수 있었다. 이때 딜롱사의 시설은 곡물 저장소를 뛰어 넘어 농가와 함께 위기를 버텨내는 버팀목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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