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김현옥 기자
- 승인 2025.09.29 06:00
미국에서 전체 대두 생산량의 4%만이 Non-GMO이며, 이 가운데 절반인 2%가 식용으로 쓰인다. 주 수출국은 일본과 한국이다. Non-GMO 대두는 품종에 따라 알이 크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특성을 가져, 주로 두부 제조에 쓰이고, 두유와 된장 등 발효식품의 원료로도 적합하다. 재배 조건이 까다롭고 수확량이 낮아 가격이 비싸지만, 품질 보장을 위해 농부들은 별도의 프리미엄을 받는다. 이런 Non-GMO 식용대두가 실제로 어떻게 길러지고 관리되는지를 보기 위해 기자는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외곽에 위치한 데이비드 블랙 팜(David Black Farm)을 찾았다.

품질로 증명된 농장, 세계 시장을 향하다
15일 오후, 끝없이 펼쳐진 미국 오하이오주 오리엔트 지역의 한 콩밭 농장, 데이비드 블랙 팜(David Black Farm). 농장주 데이비드 블랙이 검게 그을린 시골 농부 특유의 순박하고 푸근한 미소로 한국에서 온 '소이푸드마스터' 팀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곳에서 4대째 이어온 가업으로, 현재 46년차 농부인 그는 2,800에이커의 땅을 일구며 ‘식품용 등급 Non-GMO 대두’라는 특별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농장의 절반은 대두 경작지이고, 그 중 500에이커는 Non-GMO 식용대두 재배에 활용된다. 이 농가에서 주로 재배하는 품종은 단백질(43%)과 당분(27%) 함량이 높아 두부·두유 제조에 최적화돼 있다. 일반 대두(단백질 35~36%)보다 품질이 우수해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수출된다.
이 농가는 Non-GMO 식용 대두 경작 10년을 맞았다.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기보다 소비자 요구에 맞춘 지속 가능한 농법을 고집한다. 토양을 갈지 않고 직접 파종해 토양 보존 효과 극대화하는 무경운 직파와 토질에 따라 비료를 다르게 살포해 효율성을 높이는 정밀 시비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대두·밀·옥수수를 돌려짓기해 해충과 잡초를 억제하는 윤작과 토양 침식을 방지하기 위한 잔디 수로를 활용하고 있다.
“소비자의 눈길이 지속 가능성으로 향하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농업은 시대 흐름을 따라가야 합니다.” 데이비드 블랙은 이렇게 강조했다.
농장 창고에는 그가 생산한 균일한 황색 대두가 견학단을 위해 특별히 마련돼 있었다. 그 위에 ‘식용 등급 품질상(Food-Grade Quality Award)’과 '재배자 우수상(Grower's Excellence Award)' 상패가 나란히 놓여 있다. 이는 오랜 재배 노하우와 철저한 품질 관리의 성과를 보여주는 증표였다.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농학을 전공한 그는 현재 오하이오 대두협회 이사로 활동하며, 농장을 단순한 생계 터전이 아닌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있다.


‘식용 등급 품질상(Food-Grade Quality Award)’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무경운 농법, 토양을 살리고 비용을 줄이다
방금 밭에서 흙을 만지고 온 듯한 차림의 데이비드 블랙은 100년 역사의 묵직함으로 Non-GMO 대두 재배의 애환과 자부심을 담담히 풀어냈다.
블랙 농장은 무경운(no-till) 농법을 실천한다. 땅을 갈아엎지 않고 작물 잔여물을 그대로 두어 토양의 탄소를 붙잡고 땅을 건강하게 지키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에이커당 연료를 3~4갤런씩 썼죠. 지금은 0.5갤런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면서도 피복작물(cover crop) 사용에 대해 아직 신중했다. “여기는 바람 피해가 심하지 않아 토양 침식 문제가 크지 않아요. 그래서 목초류를 뿌려 잡아줄 필요가 적습니다.”
Non-GMO 대두 종자를 뿌리고 관리하는 과정, 재배지의 토양관리, 수확 후 보관까지 농부들의 손길이 닿는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견학단의 표정은 모든 것이 생소하고 신기할 따름이었다.
잡초와의 전쟁, Non-GMO 농가의 현실
그러나 Non-GMO 재배는 쉽지 않다. 가장 큰 난관은 제초제 사용의 제약이다. GM 대두에 비해 잡초 방제가 까다롭고, ‘워터 햄프(Water Hemp)’ 같은 잡초는 저항성이 강해 방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한 인근 농가는 500에이커 중 75에이커를 잡초 피해로 수확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이 때문에 농부는 원래 3분의 2를 Non-GMO로 심던 농지를 현재는 3분의 1로 줄였다.
“Non-GMO는 순도를 99.999%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점점 더 어렵습니다.”

석회, 도시 폐기물이 농장의 영양으로
Non-GMO 대두는 제초제 사용이 제한적이어서 잡초 관리가 큰 과제다. 블랙은 대안으로 토양개량제인 석회를 활용한다. 석회는 산도를 안정시키고 칼슘을 공급해 대두의 뿌리 발달과 품질 향상에 기여한다.
“이 하얀 덩어리가 바로 토양을 살리는 열쇠입니다. 올해부터 액상 라임(Lime, 석회)을 쓰기 시작했어요. 대두는 중성에 가까운 땅에서 가장 잘 자랍니다. 석회를 뿌려주면 산도가 안정되고, 인산이나 칼륨 같은 양분도 더 잘 흡수되어요. 좋은 콩은 좋은 땅에서 나옵니다. 석회는 그 좋은 땅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요.”

토양의 pH를 조절하는 석회를 사용한다.
블랙은 석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직접 손으로 바스러뜨린 물질의 질감을 보여주었다. 석회에는 칼슘이 풍부해 뿌리 발달과 꼬투리 착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 석회는 다름 아닌 콜럼버스시 식수 처리 과정의 부산물이다. 도시에서는 버려지는 폐기물이 농장에서는 토양을 살리는 영양이 된다. 농부는 이를 “상부상조”라 표현했다. 도시와 농촌이 자원을 순환시키는 선순환 모델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일로와 그레인백, 대두 품질을 지키는 기술력
블랙팜은 대두 관리에 최적화된 사일로(저장고), 곡물 카트, 그레인 백(Grain Vac) 등 첨단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것을 보여주기 위해 견학팀을 건물 밖으로 불러낸 블랙이 가장 먼저 보여 준 것은 은색 원형 저장고인 사일로(Grain Bin)다. 수확한 대두를 대량으로 보관하는 금속 저장 시설로, 환기구와 출입문이 있으며, 건조 및 장기 저장을 위한 공기 순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스웨덴산 고가 장비인 그레인백은 사일로 아래부분에 연결된 관을 통해 거대한 진공청소기처럼 공기압을 활용해 곡물을 빨아들이며 빠르고 안전하게 옮긴다. 이 과정에서 이물질과 먼지를 제거해 '완벽한 상태'의 대두를 유지한다.
"그레인 백은 스웨덴산 고가 장비로, 이것을 보유한 농장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블랙의 표정에서 선진 농업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블랙은 견학단에게 저장고에 있는 콩을 덤프 트럭으로 옮기는 원리를 손수 시연했다. 그가 그레인백의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켜자 저장고에 있던 콩이 관을 타고 빨려나와 장비의 탱크로 옮겨졌고, 그 안에서는 콩이 회오리 바람처럼 용솟음 치듯이 상부로 튀어올라 트럭으로 쏟아졌다. 이 때 각종 이물질과 먼지가 제거되고 노란 알곡만 고스란히 트럭에 탑재된다. 이 장면에서 농업이 가진 거칠고도 섬세한 두 얼굴이 동시에 드러났다.
이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 보니 수확 이후 관리 체계가 얼마나 정교한지 실감할 수 있다”며 “단순히 생산량만이 아니라 저장과 품질 관리 시스템까지 갖춰져 있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블랙은 “예전엔 삽으로 곡물을 옮겼지만, 이제는 공기압 시스템 덕분에 품질과 효율성이 모두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대형 콤바인,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의 상징
이 거대한 농장에서 도대체 수확은 어떻게 하는 걸까? 노동력 부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농가 역시 가족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 외부 인력을 고용한다. 트랙터 운전, 수확, 탈곡, 보관 등 모든 과정에 외부 노동력이 투입된다. “기계가 아무리 발달해도 결국 사람이 필요합니다. 인력 수급은 점점 더 큰 고민이 되고 있습니다.”
블랙은 독일 CLAAS사의 LEXION 7500 콤바인이 그 해결사 중의 하나라고 소개했다. 헤더 폭만 12m에 달하는 이 장비는 한 번 움직일 때마다 광활한 면적을 단숨에 베어낸다. 미국 대두 산업의 기계화와 스마트화를 상징하는 도구였다.
날카로운 절단날과 이송 롤러가 줄지어 있는 콤바인의 헤더는 작물을 베어내고 기계 안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콩이나 밀을 베어내면, 안쪽에서 자동으로 탈곡과 정선, 청소 과정을 거쳐 알곡만 분리됩니다. 이 과정에서 손실이 거의 없고, 품질도 유지할 수 있지요.”


콤바인의 내부에는 알곡을 저장하는 대형 탱크가 있고, 곡물이 가득 차면 측면의 긴 배출 슈트를 통해 트럭이나 곡물 카트로 곧바로 옮겨진다. 이 시스템은 수확과 운송이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GPS와 자동 운전 시스템이 탑재돼 인력 투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일정하고 균일한 수확이 가능하다. 블랙은 “좋은 콩을 생산하려면 땅과 기술, 기계가 삼박자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하이오가 Non-GMO 중심지가 된 이유
현재 미국 전체 대두 생산에서 Non-GMO는 4%에 불과하지만, 오하이오주의 비중은 15%에 달한다.
그 배경에는 ▲지역에 Non-GMO 바이어가 많고 ▲단백질이 높은 특수 대두 재배에 적합한 토양과 기후 ▲상대적으로 작은 농지 규모 덕분에 Non-GMO와 GMO를 분리 경작하기 용이한 환경 등이 있다.
“우리가 재배한 콩이 한국이나 일본에서 두부나 두유로 만들어져 소비되는 걸 생각하면, 한 알 한 알을 더 정성껏 다루게 됩니다. 농부의 마음은 결국 소비자와 연결돼 있습니다.”
창고에 남은 100년의 시간, 세대를 잇는 농장의 역사
창고 한쪽에는 100년 가까이 된 붉은색 CHEVROLET 트럭이 보관돼 있다. 농장과 세월을 함께한 상징 같은 존재다. 블랙은 “이 트럭은 우리 농가의 역사”라며 손자 세대로 이어질 농장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트럭 적재함 위에 얹혀 있는 노란색 대형 물탱크는 한때 농약이나 물을 가득 실어 밭으로 나갔을 것으로 보인다. 그 옆에는 경사형 곡물 이송기가 놓여 있었고, 드럼통, 철근 다발, 종이 상자 등이 빽빽하게 쌓여 농장의 일상적인 노동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낡은 트럭과 자재들, 그리고 방문객을 맞이하는 테이블은 블랙팜이 단순한 생산지가 아니라 역사와 공동체를 품은 살아 있는 현장임을 보여준다.
100년 전에도 농장은 트럭을 몰고 밭으로 향했을 것이고, 오늘날에는 첨단 콤바인이 대신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은 농업인의 땀과 시간, 그리고 세대를 이어온 농장의 역사다. 먼지 쌓인 트럭은 볼품 없는 고물이 아니라 농장의 시간과 기억을 담은 산증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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