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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창간8주년특집Ⅰ-미국 식용대두산업 현장] ③ 세계 식품시장의 심장, 오하이오 대두의 경쟁력

곡산 2025. 10. 24. 08:00
[FI창간8주년특집Ⅰ-미국 식용대두산업 현장] ③ 세계 식품시장의 심장, 오하이오 대두의 경쟁력
  •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김현옥 기자
  •  승인 2025.09.26 01:00

작년 680만 톤 생산...미국 내 7번째 생산 주 자리매김
미국 대두 수출의 25% 차지... 한국과 파트너십 강화
자조금 제도와 Non-GMO 전략이 만든 지속가능한 미래
미국 중서부의 끝없이 펼쳐진 평야, 오하이오의 대두밭은 그 자체로 거대한 경제와 산업의 축소판이다.

미국 중서부의 끝없이 펼쳐진 평야, 오하이오의 대두밭은 그 자체로 거대한 경제와 산업의 축소판이다. 견학단이 버스로 이동하는 길목마다 콩 파종시기에 따라 초록·황금물결이 이어졌고, 이곳이 단순한 곡창지대를 넘어 세계 식품 시장을 움직이는 심장이라는 사실이 피부로 와 닿았다. 오하이오 대두협회 매디슨 콜비(Madison Corbi) 시장개발 매니저는 “대두는 오하이오의 제1 수출 작물이자 가장 큰 현금 작물”이라며 “현재 약 7만4000 농가 중 2만5000 농가가 대두를 재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하이오 대두산업은 생산, 유통, 수출 인프라에서 미국내 독자적 입지를 갖추고 있다. 오하이오 대두협회는 자조금 제도를 기반으로 연구와 시장 확대, 교육, 국제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농민 중심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과의 협력은 Non-GMO 대두분야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소이푸드 마스터팀의 오하이오 방문은 지속가능성과 품질경쟁력을 직접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농장 견학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오하이오 농업...농부들의 땀에서 시작된 거대한 산업

오하이오는 미국에서 7번째로 큰 대두 생산지다. 총 경작면적은 1350만 에이커로, 평균 농장 규모는 182에이커다. 연간 680만 톤, 약 2억 5000만 부셸에 달하는 대두가 이 땅에서 생산되는 미국 중서부의 전형적인 곡창지대다.

주 전체 농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농가가 대두를 재배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콜럼버스를 중심으로 한 평야 지대에 집중돼 있다. 곡물 저장시설과 착유시설 역시 북서부 지역에 밀집해 있어, 이번 소이푸드 마스터팀이 방문한 농장도 이 일대에 위치해 있다.

농부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햇볕에 그을려 있었지만, 그들의 말 속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우리가 수확한 콩이 한국에서 두부와 두유가 되어 소비된다는 사실이 늘 동기부여가 됩니다.” 농부 한 사람의 목소리에는 지역 공동체와 세계 시장을 연결하는 실질적 책임감이 담겨 있었다.

이 곳은 대두뿐 아니라 가축 사육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오하이오는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계란 생산지이자, 매년 270만 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으며 스위스 치즈 생산량 1위 주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가뭄 속에서도 대두 작황 90%이상 '양호

올해 오하이오는 가뭄을 겪고 있지만, 2024년 대가뭄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4월부터 6월까지는 다소 습한 날씨가 이어졌으며, 조기 파종된 대두는 곧 수확기에 접어들 예정이다.

이러한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전체 대두의 91%가 여전히 ‘보통 이상(fair to excellent)’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농민들의 기술과 관리 능력을 보여준다.

협동의 힘 '자조금' 제도...농가 지원에 재투자

견학단이 오하이오 대두협회(Ohio Soybean Council)를 방문했을 때, 협회의 운영 원리를 듣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1991년에 설립된 오하이오 대두협회는 자조금(Qualified State Soybean Checkoff)이라는 독특한 제도로 운영된다. 농민이 대두를 판매할 때마다 판매 대금의 0.5%를 의무적으로 기금을 적립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대두 1부셸이 10달러라면, 5센트가 자조금으로 적립된다. 적은 금액 같지만, 오하이오 전체 농가가 참여하면서 거대한 재원이 된다. 이렇게 모인 기금은 다시 농가로 돌아가 △식물 및 바이오제품 연구(혁신) △해외시장 개척(시장 확대) △학생 교육(이해 증진) △축산·바이오연료·운송 부문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 재투자된다. 

매디 콜비 시장개발 매니저가 오하이오 대두협회 운영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매디 콜비 매니저는 “오하이오의 약 2만 5천 농가 모두가 참여하는 제도이기에, 농민 스스로 대두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회 이사회는 14개 구역에서 선출된 18명의 현직 농민으로만 구성돼 현장성과 투명성을 유지한다. 직접 땀 흘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농가의 이익을 지키는 구조이다.

철도·수로망이 뒷받침하는 수출경쟁력

오하이오의 대두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단지 생산량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에서 네 번째로 광범위한 철도망을 갖춘 주다. CSX와 Norfolk Southern 같은 Class I 철도가 주를 관통해 동·서 해안을 잇는다. 남쪽으로는 오하이오 강–미시시피강–뉴올리언스로 이어지는 수로망이 있어 물류 효율성도 뛰어나다.

이러한 교통 인프라 덕분에 오하이오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컨테이너 대두 수출 주로, 전체 수출의 약 25%를 차지한다. 주로 버지니아 노퍽항과 뉴욕·뉴저지항을 통해 동부로, 일부는 남부 수로망을 통해 해외로 나간다.

Non-GMO, 아시아 시장에서 인기

오하이오산 대두는 토양과 기후 조건 덕분에 품질이 높기로 유명하다. 특히 Non-GMO 대두는 아시아 시장에서 각광받는다. 한국·일본·대만에서 두부와 두유로 가공되는 고품질 원료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오하이오에는 약 5개의 Non-GMO 전문 수출업체가 있으며, 재배 면적은 전체의 4~12% 사이에서 변동한다.

한국과의 협력도 이 분야에서 의미가 크다. 소이푸드 마스터 프로그램처럼 한국 기업과 전문가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관계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 1930년대 ‘더스트 볼’의 교훈

오하이오 대두 산업의 또 다른 경쟁력은 지속가능성이다. 윌 맥네어 미국대두협회 이사는 “미국은 1930년대 ‘더스트 볼(Dust Bowl, 먼지폭풍)’ 사태 이후 토양 유실과 황사 같은 재난을 막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왔다”며 “정부, 대학, 농민, 협회가 함께 지속가능한 농법을 개발·확산시켜왔다”고 설명했다.

윌 맥네어 미국대두협회 이사가 오하이오 Non-GMO 대두생산 및 지속가능성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경운을 최소화하는 무경운 농법(No-till farming) △하천 인접 농지에 완충지대(Buffer strip)를 두어 수질 오염 방지 △보존 프로그램(CRP)을 통한 토지 보호 △농지 주변 나무 숲을 통한 바람막이 및 생물 다양성 보존 등이다.

탄소 발자국 최소화와 국제 인증

미국산 대두는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의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을 기록하고 있다. 남미산 대두가 산림 파괴 문제를 안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은 오히려 산림 면적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 대두 업계는 이를 기반으로 미국 대두 지속가능성 보증 규약(SSAP: U.S. Soybean Sustainability Assurance Protocol)을 마련했다. 이 규약은 △습지·초목지 보호 △지속가능 농법 준수 △노동·공중보건 보호 △지속적 개선(CI) 등 네 가지 국제 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

맥네어 이사는 “2030년까지 미국 대두 농가는 ▲토양 침식 25% 감소, ▲에너지 사용 10% 절감, ▲온실가스 배출 5% 감축을 목표로 세웠다”며 “1980년 대비 이미 에너지 사용 46%, 온실가스 배출 43%를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두산업이 추진하는 지속가능성 전략도 소개됐다. 드론, 위성영상, 관개 센서 등 최첨단 농업기술이 투입되어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환경 부담을 줄이고 있다.

또한 U.S. Soy Sustainability Assurance Protocol(SSAP)이라는 검증 체계를 통해 ▲생물다양성 보호 ▲보전 경작 ▲노동·안전 준수 ▲지속적 개선을 약속한다. 이미 한국을 포함해 30여 개국에서 SSAP 인증은 대두 수입의 신뢰 장치로 자리잡았다.

그들의 도전은 농업 기술의 개선은 물론 세대를 잇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