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분석,동향

‘RTD 하이볼’ 하이킥…올해 3000억 넘봐

곡산 2025. 8. 21. 07:36
‘RTD 하이볼’ 하이킥…올해 3000억 넘봐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08.20 07:54

편리성에 맛, 젊은 층 취향 저격
CU 등 편의점 트렌드 창조…시장 성장 견인
롯데칠성·보해양조 등 주류 기업도 본격 가세
위스키 넘어 와인 등과 이색 조합…2라운드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술"의 대명사였던 하이볼이 이제 캔 뚜껑만 열면 바로 즐길 수 있는 RTD(Ready-to-Drink) 하이볼 시대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위스키 원액 제조사부터 음료회사, 편의점까지 뛰어든 이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주류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RTD 하이볼 시장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RTD 주류 시장 규모는 2022년 358억 원에서 지난해 1194억 원을 기록하며 2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올해는 시장 규모가 3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볍고 맛있게 즐기는 저도주 선호 현상과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맞물린 결과다.

'헬시플레저'와 편리미엄 트렌드에 힘입어 1200억 규모로 급성장한 국내 RTD 하이볼 시장은, 편의점을 중심으로 '실물 과일', '유명인 협업', '이색 주종' 등 차별화된 신제품 경쟁이 심화되며 주류업계의 새로운 격전지가 되고 있다. 사진은 편의점에서 RTD 하이볼 제품을 고르고 있는 소비자. (사진=GS25)
 

이 치열한 경쟁의 중심에는 단연 편의점이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신제품을 가장 발 빠르게 선보이며 RTD 하이볼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제 편의점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채널을 넘어 하이볼 트렌드를 창조하고 이끄는 '성지'가 되었다.

 

이 전쟁의 포문을 연 것은 ‘진짜 과일’을 넣은 CU의 생과일 시리즈다. 뚜껑을 따면 실제 레몬 슬라이스가 떠오르는 CU ‘어프어프 생레몬 하이볼’은 누적 판매량 1300만 캔을 돌파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꾼 혁신적인 제품으로 꼽힌다. CU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보드카 기반의 ‘생라임 하이볼’, 럼 기반의 ‘생청귤 모히토 하이볼’까지 연달아 히트시키며 '생과일 하이볼' 카테고리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CU가 ‘실물 원료’로 시장을 선도하자 경쟁사들은 ‘강력한 파트너십’으로 맞불을 놨다. GS25는 인기 유튜버 안성재 셰프와 손잡고 출시한 ‘소비뇽레몬블랑 하이볼’이 출시 2주 만에 30만 캔 이상 팔리며 단숨에 자사 1위로 올라서는 저력을 보였다. 세븐일레븐 역시 제주 흑돼지 맛집 ‘숙성도’와 협업한 ‘숙성도 하이볼’로 고기와 함께 즐기는 하이볼이라는 콘셉트를 각인시키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셀럽과의 협업도 강력하다. CU가 가수 지드래곤과 협업한 ‘피스마이너스원 아키 하이볼’은 출시 이후 1000만 캔 이상 판매되며 팬덤의 막강한 영향력을 입증했다.

 

이색 콜라보가 화제성을 이끄는 한편 주류의 ‘본질’에 집중한 제품들도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다. 세계적인 위스키 브랜드 '짐빔'을 사용한 GS25 ‘짐빔 하이볼’은 정통성을 무기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한 스테디셀러다. 일본 유명 튀김 체인의 맛을 구현한 GS25 ‘쿠시카츠 다나카 하이볼’ 역시 여행의 향수를 자극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위스키’ 베이스라는 공식마저 깨는 시도가 이어지며 시장은 더욱 다채로워지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국내 최초로 와인을 하이볼과 결합한 ‘앙리마티스 와인볼’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으며, 프랑스산 꼬냑을 베이스로 한 프리미엄 제품인 GS25의 ‘이엘(E.L.) 꼬냑 하이볼’은 특유의 꽃향기와 부드러운 풍미로 차별화에 성공하며 고급 하이볼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자 주류 대기업들도 본격적으로 참전했다. 롯데칠성음료는 100% 스카치위스키 원액을 사용한 '스카치하이'와 '처음처럼x솔의눈' 같은 이색 컬래버 제품으로, 신세계L&B는 '에반 버번 하이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여기에 보해양조, 카브루 등 중견기업까지 가세하며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었다.

 

편의점 RTD 하이볼 시장은 이제 단순히 위스키와 토닉워터를 섞는 단계를 넘어 실제 원료와 이색적인 조합, 강력한 협업을 통해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2라운드에 돌입했다. ‘가볍게, 맛있게, 편리하게’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RTD 하이볼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RTD 하이볼은 혼술·홈술 트렌드와 저도주 선호 현상을 모두 관통하며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주류 시장의 확고한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면서 “초기 시장이 '가볍고 달콤한 맛'으로 형성됐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실제 위스키 원액의 풍미를 강조하는 '프리미엄 라인'과 와인, 전통주 등 위스키가 아닌 다른 주종을 활용한 '기주(베이스) 다변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는 단순히 유명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독창적인 브랜드 스토리와 콘셉트를 갖춘 제품만이 살아남는 본격적인 차별화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