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분석,동향

외식 시장 바꾸는 ‘리테일테크’ 어디까지 왔나

곡산 2025. 8. 17. 20:28
외식 시장 바꾸는 ‘리테일테크’ 어디까지 왔나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08.14 07:53

인건비 절감·비대면 선호로 성장…국내 시장 수천 억대
롯데GRS 로봇 카페 도입…롯데리아선 패티 등 제조
한화푸드테크 미국 ‘스텔라피자’ 인수 자동화 매장 개설
교촌치킨·맘스터치 등 조리 로봇, 서비스 시간 단축도
 

무인화, 자동화, 개인화를 위한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기술로 대표되는 ‘리테일 테크(Retail Tech)’가 외식 시장, 특히 프랜차이즈 매장의 풍경을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식품 대기업들은 기술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거나 내부적인 디지털 전환(DT)에 속도를 내며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식품로봇 시장은 최저임금 인상, 인력난, 비대면 선호 현상이 맞물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조리 로봇 시장은 연평균 13.1% 성장해 2026년 약 40억 달러(약 5조4000억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시장 역시 수천억 원 규모로 빠르게 팽창하며 푸드테크의 핵심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롯데그룹이 꼽힌다. 롯데의 식음료 사업을 총괄하는 롯데GRS는 로봇 바리스타 스타트업 '비트코퍼레이션'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롯데월드몰, 백화점 등 핵심 상권에 무인 로봇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의 유통망과 스타트업의 기술력이 시너지를 내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 사례다.

 

롯데GRS의 기술 도입은 카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롯데리아 매장에는 국내 스타트업 '에니아이'와 협력해 햄버거 패티를 굽는 로봇 '알파그릴'을, '네온테크'와는 자동 튀김 조리 로봇 '보글봇'을 도입해 운영 효율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단순 협력을 넘어 해외의 첨단 기술을 직접 인수한 한화푸드테크의 행보는 더욱 과감하다. 한화푸드테크는 2024년 미국의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의 기술 자산을 인수했다. 스텔라피자의 기술은 48시간 저온 숙성한 피자 반죽을 로봇이 조리하는 기술로, 제조시 모든 공정이 완전 자동화로 이뤄진다. 12인치 크기의 스텔라피자 한 판을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5분으로 4개의 화덕으로 동시에 구우면 1분마다 한 판씩 피자를 내놓을 수 있으며, 반죽 제조 이력부터 토핑 무게, 피자 두께까지 품질 체크가 실시간으로 이뤄져 위생 관리는 물론 고객에게 고품질의 피자를 균일하게 제공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최근에는 서울 종로에 로봇이 즉석우동을 2000~6000원의 저렴한 가격에 조리하는 실험 매장 '유동'을 여는 등 푸드테크 자체를 새로운 외식 브랜드로 선보이며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인력난에 시달리는 치킨·버거 프랜차이즈 업계의 로봇 도입은 더욱 절실하다. 교촌에프앤비는 로봇 제조기업 '뉴로메카'와 협력해 개발한 전용 조리 로봇을 25곳의 가맹점에서 사용 중이다. 교촌치킨 측은 균일한 품질을 생산하고 가맹점의 운영 효율을 높여 점주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bhc치킨 역시 LG전자 사내벤처와 공동 개발한 튀김 로봇 '튀봇'을 24개 매장에 도입, 단순 반복 작업을 줄여 피크타임 대응이 수월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버거 업계도 마찬가지다. 맘스터치는 유동 인구가 많은 선릉역점에 '비프 패티 조리 로봇'을 도입해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의 서비스 속도를 단축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독자적인 기술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국내 푸드테크 스타트업의 약진도 돋보인다. 1인 피자 브랜드 '고피자(GOPIZZA)'는 자체 개발한 자동화 오븐 '고븐(GOVEN)'과 조리 과정을 돕는 로봇 '고봇(GOBOT)'을 통해 조리 효율을 극대화했다. 주문 후 5분 이내에 1인 피자를 제공하는 빠른 서비스와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국내외 1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며 빠르고 일관된 품질을 제공하는 푸드테크 기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인도,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8개국에서 100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는 국내 스타트업이 자체 기술력으로 외식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는 성공 모델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전략적 차이점을 주목한다. 롯데가 유망 기술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방식을, 한화가 기술 기업을 직접 '인수'하는 방식을, 그리고 교촌·bhc 등이 각 매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맞춤형 로봇'을 도입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등 각자의 강점과 필요에 맞춰 다른 해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기술의 지향점은 현재의 '효율화'를 넘어 미래의 '초개인화'로 향하고 있다. 지금은 POS 데이터 분석을 통한 수요 예측 등 운영 효율화에 집중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개인의 취향과 구매 이력까지 고려해 '나만의 메뉴'를 추천하고 제조해주는 시대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리테일 테크의 확산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효율성'과 '인간적 경험'이 각자의 영역에서 더욱 전문화되며 공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기술 도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임대료와 인건비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로봇 카페는 특정 상권에서 매우 효율적인 모델"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각 브랜드가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개인화된 메뉴를 추천하고, 나아가 맞춤형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 카페업계 관계자는 "로봇이 만드는 커피가 일정한 품질과 효율성을 보장할 수는 있겠지만, 숙련된 바리스타가 원두의 특성에 맞춰 미세하게 조율하는 맛과 고객과의 감성적인 교류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따라서 앞으로 외식 시장은 로봇을 통한 '효율적인 스탠다드 메뉴' 시장과, 셰프·바리스타의 전문성과 공간 경험을 파는 '프리미엄 다이닝' 시장으로 더욱 명확하게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과 사람이 각자의 영역에서 공존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