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분석,동향

1000억대 ‘그릭 요거트’ 대기업 vs 소상공인 격돌

곡산 2025. 8. 13. 13:30
1000억대 ‘그릭 요거트’ 대기업 vs 소상공인 격돌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08.13 07:56

꾸덕한 식감·높은 단백질 함량 식사 대용품
가게서 시작한 ‘그릭데이’ 온라인 판매 1위
‘땡스오트·도토리가든’ 등 자신만의 특제품
빙그레 제품 다양화…매일유업 드링크 출시
풀무원다논 ‘그릭 프로즌’ 신시장 개척 나서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을 타고 그릭요거트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건강한 식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꾸덕한 식감과 높은 단백질 함량을 자랑하는 그릭요거트는 이제 하나의 식사 대용품이자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1000억 원 규모로 성장한 그릭요거트 시장을 두고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쟁이 치열하다. 사진 왼쪽의 풀무원, 매일유업, 빙그레 등 대기업들은 ‘얼려 먹고, 마시는’ 새로운 제형과 브랜드 파워로 대중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에 맞서 사진 오른쪽(그릭데이 go 매장)의 ‘그릭데이’와 같은 소상공인들은 팬덤과의 긴밀한 소통과 전문화된 매장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무기로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고 있다. (사진=각 사)
 

그릭요거트 시장이 1000억 원대 규모로 급성장하자 막강한 자본과 유통망을 앞세운 식품 대기업들이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에 맞서 온라인과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탄탄한 팬덤을 구축해 온 수제 그릭요거트 소상공인들은 저마다의 생존 전략으로 영토 수성에 나서고 있다. 과연 불붙은 그릭요거트 시장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시장의 서막을 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소상공인들이었다. 대표주자는 온라인 그릭요거트 판매 1위로 올라선 '그릭데이'다. 3평 남짓한 이화여대 앞 작은 가게에서 시작한 그릭데이는 고객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제품에 반영하며 성장했다. 꾸덕함의 정도를 단계별로 나누어 판매하고, 고객의 요청에 따라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소비자 목소리에 귀 기울인 것이 성공의 핵심 비결이었다. 오프라인 매장의 인기는 온라인 판매로 이어졌고, 현재는 RFID 기술을 도입한 무인 매장 '그릭데이 go'를 오픈하며 바이오테크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땡스오트'는 '감성'과 '경험'이라는 무기로 시장을 공략한 사례다. 연남동과 안국동 등 MZ세대의 핫플레이스에 위치한 이들의 매장은 단순한 요거트 가게를 넘어 제철 과일과 수제 그래놀라가 어우러진 화려한 요거트 보울을 즐기는 '인증샷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 외에도 동화 같은 콘셉트의 '도토리가든', 못난이 과일을 활용해 가치 소비를 내세운 '그릭오' 등 소상공인들은 대기업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긴밀한 고객 소통 △개성 있는 브랜딩 △빠른 피드백 반영을 통해 자신들만의 견고한 성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대기업들은 각자의 강점을 활용해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 6월 '요플레 그릭'을 출시하고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빙그레는 앞서 ‘요플레 그릭 플레인’과 ‘요플레 그릭 달지 않은 플레인’, 대용량 제품인 ‘요플레 그릭 마일드’를 선보인 데 이어, 이번 과일맛 2종 출시로 브랜드 라인업을 더욱 확대해 그릭요거트 입문자들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한 컵씩 따로 발효시키는 전통 방식을 구현해 품질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매일유업은 지난 4월 '매일바이오 그릭요거트 드링크'를 출시하며 '편의성'과 '기능성'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바쁜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간편하게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도록 '마시는 제형'을 택했고, 국내 최초로 '락토프리' 인증을 받아 유당불내증이 있는 소비자까지 고객층으로 끌어안았다. 이에 ‘매일 바이오 그릭요거트 드링크’는 출시 단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400만 개를 돌파했다.

 

풀무원다논은 아예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했다. 지난 6월 풀무원다논은 한 컵에 담긴 그릭요거트를 그대로 얼려 아이스크림처럼 즐기는 '그릭 프로즌'을 출시, 기존 시장의 경쟁을 피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고 시도했다. ‘풀무원요거트 그릭 프로즌’은 그리스 크레타섬 유래의 ‘정통 그릭 유산균(YoFlex® SoGreek F1)’으로 발효한 그릭요거트를 담았다. ‘플레인’과 ‘딸기’ 두 가지 맛이다. 냉동 상태에서도 유산균이 살아있는 기술력을 앞세워 건강한 여름 간식 시장을 정조준한다고.

 

이들의 생존 전략은 명확히 갈린다. 대기업은 △막강한 브랜드 인지도 △새로운 제형을 개발하는 R&D 기술력 △전국적인 유통망을 활용해 '규모의 경제'를 펼치고 있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팬덤을 만드는 독창적인 브랜드 스토리 △소비자와의 끈끈한 유대감 △빠른 의사결정을 무기로 '관계의 경제'로 맞서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 또한 다변화되고 있다. 단순히 가격과 브랜드를 넘어 원재료의 퀄리티,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특별한 경험까지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그릭요거트 시장은 단일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시장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기업은 대중적인 시장을, 소상공인들은 각자의 개성을 바탕으로 한 세분화된 프리미엄 및 전문 시장을 나눠 갖는 형태로 공존하며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자신만의 명확한 색깔과 경쟁력을 갖춘 플레이어만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