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기획특집-꿀등급제] ② '등급 벌꿀' 사용 제품 가치 높여… 농심·오뚜기, 소비 촉진과 양봉농가 상생 실현

곡산 2025. 8. 19. 07:55
[기획특집-꿀등급제] ② '등급 벌꿀' 사용 제품 가치 높여… 농심·오뚜기, 소비 촉진과 양봉농가 상생 실현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5.08.12 11:47

품질 인증·산업 생태계 재건 효과... 소비자 인지도 낮은 게 흠
다양한 홍보 프리미엄 전략으로 수입꿀 공세 막는 해법 제시해야
 

코로나 이후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면서 벌꿀이 ‘면역력을 높이는 자연식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는 벌꿀의 소비 패턴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관련 산업의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양봉농가들은 기쁘기보다 깊은 한숨으로 밤을 지새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국내 양봉산업은 지금 거센 파도를 마주하고 있다. 값싼 수입꿀의 공세,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 불안, 꿀벌 질병과 인력 고령화, 그리고 소비 둔화가 맞물리며 산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양봉업계 관계자들은 수입 벌꿀의 저가 공세와 시장 잠식으로 존립 위기를 맞은 국산 양봉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품질 인증제 강화와 밀원수 정책 지원 확대, 소비자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양봉협회 박근호 회장은 “국내 벌꿀의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고, 벌꿀 등급제와 같은 인증제도를 적극 활용해 품질을 알려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특히 “벌꿀 소비 촉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벌꿀 진위에 대한 불신”이라며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고 국내 벌꿀의 기능성과 가치를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봉협회 이수근 회장도 “토종꿀은 깊은 풍미와 높은 품질로 사랑받아 왔지만, 소비 둔화와 환경 변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며 “병충해, 기후 변화, 서식지 감소 등 위협 속에서 토종꿀의 가치를 알리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양봉농협 김용래 조합장은 “베트남 등에서 수입되는 천연 벌꿀이 국내 시장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2029년 FTA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피해대책기금 마련, 연구 추진, 밀원수 식재 의무화 같은 제도적 장치와 함께 벌꿀 등급제 활성화 및 품질 관리 체계 강화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러한 양봉업계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꿀 등급제’를 도입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낮은 인지도로 인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벌꿀등급제의 다각적인 홍보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국산 꿀의 품질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벌꿀 등급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최근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2023년과 2024년 연속사업으로 실시한 ‘소비자 꿀 소비행태 및 벌꿀등급제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4분의 3이 정부 인증 벌꿀등급제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고, 제도를 알고 있는 소비자조차 구매 과정에서 적극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간 꿀 구매 이력이 있는 전국 소비자 406명을 대상으로 2024년 10월 17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온라인 조사의 결과는 국산 꿀의 신뢰도를 높이고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 꿀 구매, ‘품질’과 ‘원산지’가 핵심...국산꿀 vs 수입꿀, 품질 인식 차이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꿀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품질과 원산지다. 품질은 꿀의 향, 맛, 점도, 순도 등을 포함하며, 특히 국산꿀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자연스러운 맛과 향’과 ‘안전성’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반면 수입꿀을 구매하는 경우 ‘가격 경쟁력’과 ‘접근성’을 장점으로 인식했다.

국산꿀의 품질을 더 높게 평가한 이유로는 ‘맛과 향의 우수성’, ‘믿을 수 있는 원산지’, ‘위생적 생산 환경’ 등이다. 수입꿀의 품질이 더 낫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가격 대비 품질’, ‘대량 생산에 따른 균질성’, ‘유통 편의성’을 이유로 들었다. 수입꿀 구매 시 원산지는 중국, 호주, 뉴질랜드 등이 주로 언급됐다.

 

■ '등급제'는 품질 보증에 도움되지만 인지도는 낮아

정부 인증 국산꿀 등급제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소수에 그쳤다. 인지하지 못한 이유로는 ‘제도 홍보 부족’, ‘관심 부족’, ‘정보 접근 어려움’이 꼽혔다.

등급제를 알고 있는 소비자 중에서는 ‘품질 보증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만족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하지만 제도의 존재를 알더라도 실제 구매 시 등급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소비자는 제한적이었다.

꿀 구매와 관련해 소비자가 가장 제공받고 싶어 하는 정보는 ‘정확한 원산지 표시’와 ‘품질 보증 근거’였다.

등급제 관련 정보도 상위권에 올랐지만, 현재의 정보 제공 수준은 소비자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조사 결과는 국산꿀 등급제가 소비자 신뢰 확보에 기여할 잠재력은 높지만, 제도 인지도 제고와 홍보 전략이 미흡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국산꿀의 품질 경쟁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등급제 홍보를 강화하고,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표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국산꿀의 강점인 맛과 향, 안전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가격 경쟁력 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장기적인 소비 확대에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품질이 곧 경쟁력… '1등급 국산꿀' 사용으로 제품 차별화 

국산 벌꿀은 ‘자연스러운 맛과 향’, ‘안전성’이라는 뚜렷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식품공전상 성분 규격은 수입꿀과 큰 차이가 없어, 소비자가 국산의 우수성을 체감하기 어렵다.

벌꿀 등급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품질을 객관적으로 구분·인증해 주는 장치다. 등급 표시를 통해 소비자는 구매 단계에서 품질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생산자는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벌꿀 등급제를 활용해 소비자 신뢰를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전략을 펼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산 벌꿀의 품질 경쟁력 강화와 소비 촉진을 위해 도입된 벌꿀 등급제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최대 스낵 회사인 농심과 조미식품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오뚜기가 바로 그 주인공. 이들 업체는 제품에 국산 등급꿀을 적극 적용하며,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양봉농가의 안정적인 소득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농심은 ‘꿀꽈배기’ 포장에 등급제를 표시해 과자 소비자에게도 제도를 자연스럽게 각인시키고 있다. 1972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꿀꽈배기에 국산 아카시아꿀만을 고집해 온 농심은 올해도 한국양봉농협 등과 250톤의 국산 아카시아꿀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전국 3만여 양봉농가와의 상생을 이어가고 있다.

누적 구매량은 8천 톤을 넘어섰으며, 이는 스낵업계 최고 수준이다. 농심은 은은하고 부드러운 단맛을 구현하기 위해 천연 아카시아꿀을 사용하고 있으며, 한 봉지(90g)에 들어가는 꿀 3g은 꿀벌 한 마리가 약 70회 채집해야 얻을 수 있는 양이다.

오뚜기는 정부 인증 1등급 벌꿀 제품을 출시해 국산 벌꿀의 신뢰도를 높였다. 아카시아와 야생화 두 가지 종류로 선보인 이 제품은 탄소동위원소비를 아카시아 –25‰ 이하, 야생화 –24‰ 이하로 설정해 축산물품질평가원의 1등급 기준인 –23.5‰보다 엄격한 품질 기준으로 벌꿀의 순도와 품질을 보증한다.

오뚜기는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국산 벌꿀의 차별화된 맛과 안전성을 전달하고, 프리미엄 식품군으로서의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정부 인증 국산 벌꿀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반영한 제품”이라며 “양봉농가와 협력해 소비자 불신을 해소하고, 국산 벌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쓰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두 기업의 사례는 벌꿀 등급제를 단순한 품질 판정 제도를 넘어 소비자 신뢰를 구축하고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품질 인증과 스토리텔링, 안정적 원료 수급이 결합될 때, 국산 벌꿀은 값싼 수입꿀의 공세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벌꿀 등급제 활성화와 산업 내 확산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한 홍보와 전략

등급제가 산업 현장에서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제도 인지도를 높이는 홍보 활동이 필수다. 전문가들은 전국 로컬푸드 직매장과 대형마트에서 등급 표시를 의무화해 소비자 접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단순 안내를 넘어, 벌꿀 비교 시연회, 체험 행사, 온라인 영상 콘텐츠 제작 등 체험형 마케팅이 필요하다. QR코드를 통해 생산 이력과 품질 인증 내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소비자 신뢰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권면한다.

브랜딩 측면에서는 등급제 로고와 국산 벌꿀의 생산 스토리를 결합해 ‘품질이 보장된 프리미엄 식품’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등급제가 단순 표식이 아닌 국산 벌꿀의 가치를 담보하는 브랜드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입꿀 공세에도 흔들리지 않는 산업 환경 구축...'등급제는 국산 벌꿀의 미래

장기적으로는 제도 홍보와 함께 산업 구조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수입 설탕과 수입꿀 의존도를 낮추고, 밀원수 식재 확대와 같은 정책 지원으로 생산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농가와 가공식품 기업 간의 협력, 품질 관리 체계 고도화, 데이터 기반 시장 분석을 통한 맞춤형 제품 개발도 필요하다.

벌꿀 등급제는 국산 벌꿀이 값싼 수입꿀의 파고에도 의연하게 버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품질 인증, 소비자 체험, 프리미엄 브랜딩을 삼박자로 묶어 추진한다면, 등급제는 단순한 품질 판정 제도를 넘어 산업 전체의 신뢰와 가치를 끌어올리는 핵심 플랫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