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위기의 쌀 산업·식량안보 구원자는 ‘쌀가공식품’…관건은 ‘안정적 원료 공급’

곡산 2025. 8. 24. 11:15
위기의 쌀 산업·식량안보 구원자는 ‘쌀가공식품’…관건은 ‘안정적 원료 공급’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5.08.22 17:12

정부양곡 물량 감축은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르려는 격…안보 차원 40만톤 확보 시급
​​​​​​​‘쌀가공산업 발전과 식량안보’ 국회 토론회

갈수록 쌀 소비량 감소로 쌀 산업 붕괴 위기는 물론 식량안보까지 위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쌀가공식품의 안정적 원료 공급을 통해 작금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쌀을 ‘남는 곡물’이 아닌 ‘미래의 전략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정부는 오히려 산지 쌀값 하락에 따른 방침으로 오는 2029년까지 가공용쌀 정부양곡을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원료 공급 문제로 인한 가격 인상, 수출 경쟁력 약화 등의 문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측 설명이다. 원료곡 공급차질에 따른 존폐 위기 문제까지 불거지자 업계는 정부의 정책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나섰다.

이번 국회 토론회에는 가공용쌀 정부양곡 단계적 감축을 반대하는 쌀가공식품업계 600여 명이 운집했다.(제공=쌀가공식품협회)
 

22일 한국쌀가공식품협회·한국식량안보연구소·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주관 위기의 식량, 지속가능한 산업을 위한 해법 찾기를 주제로 ‘쌀가공산업 발전과 식량안보’ 국회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공용쌀을 줄여 민간 쌀 사용량을 높이겠다는 정책보다는 보관하고 있는 정부양곡 공급량을 더 늘려 쌀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과 수요 창출에 나서는 것이 쌀 소비 확대 문제를 해결하는 보다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연간 약 3조 원의 수출액을 올리며 K-푸드의 한 축으로 당당하기 자리 잡은 쌀가공식품을 안정적인 원료 공급과 민관 협력을 통한 산업 생태계 조성 그리고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까지 지원한다면 농가 소득 안정 및 국가 식량안보 실현의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조상현 쌀가공식품협회 본부장

조상현 쌀가공식품협회 사업운영본부장은 “세계 곡물가 상승과 식량 무기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식량안보의 중요성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할 정도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쌀가공식품산업의 육성은 국내 쌀 소비 감소에 대응해 쌀의 안정적 생산 기반을 유지할 수 있고, 식량자급률 제고 및 수입의존도를 완화해 국가 식량안보의 실질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쌀 소비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쌀은 이제 보관에서 활용으로 전환돼야 하는 시기다. 안정적 원료쌀 공급과 시장 확대를 위해 민관 협력을 통한 수급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본부장에 따르면 국내 가공용쌀 소비량은 2024년 기준 64만4000톤으로, 최근 5년간 31% 증가했다. 시장 매출액도 연평균 8.7% 성장하며 2023년 8조2000억 원에 달하고 있고, 특히 수출액은 2017년 대비 연평균 22.6% 증가해 작년 3조 원을 돌파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가공용쌀 공급은 재고 처리 중심으로 산업 안정성 면에서 장기적 성장을 저해하고 있고, 생산량 및 재고량 상황에 따라 공급 정책이 수시로 변동돼 산업의 직접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조 본부장의 설명이다. 게다가 농식품부는 산지 쌀값 하락에 따른 방침의 일환으로 오는 2029년까지 가공용쌀 정부양곡 31만톤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업계의 우려가 일파만파 커진 상태다.

 

조 본부장은 “매년 정부양곡 공급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업계는 원료곡이 부족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 정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고 한다. 이러한 단기 대응 위주 대책은 쌀가공식품산업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없고, 오히려 쌀 소비 확대 및 식량안보에 기여할 쌀가공식품산업의 경쟁력만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현진 한국식량안보연구소장

이에 조 본부장은 비축미 120만톤(2년 뒤 60만톤 가공용쌀로 전환)의 산업용 전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는 식량안보 법제화와 정부양곡 40만톤(나머지 물량은 민간이 계약재배)을 쌀가공식품산업 전용미 체계로 전환해 업계가 안정적으로 원료를 수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본부장은 “쌀가공식품산업은 산지 쌀값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아니라 정부양곡의 마중물 역할을 하며 쌀 소비 기반을 유지·확대하고 쌀의 고부가가치 소비를 이끄는 전략적 식품산업”이라며 “정부는 안보 출구 40만 톤을 열고 산업계는 계약재배와 민간 구매로 소비 기반을 확대해 국내 쌀 수급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쌀 산업의 미래”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현진 한국식량안보연구소장은 식량위기를 극복하고, 쌀가공식품산업의 진흥·육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열쇠로 ‘식량안보법’ 제정을 촉구했다. 120만톤 비축미 등 평상시 원료 곡의 비축·가공·수출을 아우르는 전략을 법으로 명확히 하고, 위기 단계별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국제 곡물 시장의 불확실성과 기후 위기,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생산·가공·비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식량안보기본법을 기반으로 주요 곡물 수출국과의 협약체결 등을 통해 비상시 필요 물량을 반입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도 일본 등과 같이 주요 곡물 수입국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우리나라 해외농업개발 업체가 많이 진출해 있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등과 투자협정 등을 활용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주요 곡물의 안정적 반입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위기는 갑자기 닥치는 것이다. 계획을 세워 대비해야 한다. 식량안보계획은 국무총리산하에 컨트롤 타워를 설치해 각 부처간의 협력을 이끌어 내고, 민간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협력해 이뤄야 하는 범국가적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변상문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작년에 정부양곡 34만톤을 공급하기로 했었는데 좀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36만톤까지 늘렸다. 올해는 34만2000톤 유지를 하려고 한다. 국내외 외연이 확장되고 있어 물량이 확대되는 부분은 민간을 통해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이 큰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여건이 많이 바뀌었다. 민간 재고 구하기도 굉장히 어렵고, 가격도 과거에 비해서 굉장히 높아졌다. 정부도 현 상황을 인지하고 고민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선 쌀가공식품협회와 긴밀히 소통해 정부 양곡 추가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변상문 농식품부 식량정책관

또한 그는 “단 무한정으로 공급량을 늘릴 수는 없기 때문에 우선 중소업체 및 수출업체를 중심으로 지원하고,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보다 고급화 전략을 추진할 수 있도록 민간 신곡이나 민간 재고를 마련할 수 있는 방향으로 향후 정부양곡 공급 체계를 개편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고 강조했다.

 

변 정책관은 “정부는 쌀가공식품업계가 쌀 산업 전반에 있어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본다. 그동안 정부양곡이 쌀가공식품산업에서의 마중물 역할을 해 왔지만 마중물이라는 게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오면 자체적으로 가는 것도 필요하다. 업계도 정부양곡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기능성쌀 등을 활용해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트렌드에 적극 부합할 수 있길 바란다”며 “업계에선 정부양곡 공급 물량을 정해놓길 바라지만 물량을 단정짓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다. 단순 정부양곡 원료곡을 공급하는 것보다는 홍보 및 판로 확대 등을 지원해 업계가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박병찬 쌀가공식품협회장

박병찬 쌀가공식품협회장은 “지난 10년간 쌀소비는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쌀가공산업은 평균 4.9% 성장하며 2024년 기준 약 65만 톤의 쌀을 소비하는 국가적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며 “특히 즉석밥, 쌀과자, 쌀 음료 등 다양한 쌀가공식품이 동남아, 미주,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끌며 작년 수출액이 3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결과는 쌀가공식품이 국내 쌀소비 확대뿐 아니라 국가 수출 경쟁력 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인 만큼 쌀가공식품이 보다 비상하기 위해서는 가공용 쌀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대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 협회장은 “쌀가공산업은 쌀 소비촉진을 통해 쌀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춘 민간 신곡 활용 확대를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정부 역시 소비자 산업생산 환경에 맞춰 원료의 안정공급을 위해 자율적인 원료공급체계로 제도를 개선해 업계가 원료의 부족함 없이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