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기고] 쌀가루 확대 정책, 재검토 필요

곡산 2025. 8. 17. 20:32
[기고] 쌀가루 확대 정책, 재검토 필요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5.08.12 07:45

경쟁력 낮아…통쌀 이용 가공식품 확대해야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우리의 주곡이고 수 천 년 한민족을 먹여 살려왔던 쌀이 생산과 소비 불균형으로 고심이 크다.

국내 쌀 생산량은 풍·흉에 따라 연간 360만~380만 톤 생산되며 생산된 쌀은 주식인 밥이나 쌀을 이용한 다양한 가공식품으로 소비되고 있다. 정책적으로 의무 수입하는 쌀은 일반인에게 공급되지 않고 거의 가공용으로 소비되고 있어 소비자에게 영향을 주지 않으나 국내 생산 쌀은 그해 생산량에 따라 처리 문제가 매년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된다.

 

더욱이 쌀의 주 소비 방법인 밥으로의 소비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2024년 기준 1인당 쌀 소비량은 55.8kg/년으로 2022년 56.7kg에 비하면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1980년대까지 연간 100kg에 비하면 반으로 줄었다.

 

밥으로 먹는 쌀량이 줄어들면서 잉여 쌀의 처리 문제가 담당 정책 당국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었고 농민의 눈치를 봐야 할 농촌 출신 국회의원이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과잉 쌀을 의무적으로 구매할 양곡관리법을 만들어 전 정부에 내밀었으나 저장비용 등 여러 문제를 들어 거부권을 발동하였고, 담당 최고 정책 책임자는 다시 연임되어 전 정권에서 퇴짜 놓은 양곡 관리법을 어찌 처리할 것인가를 눈여겨보고 있다.

 

현재 생산되는 쌀은 밥으로의 소비량이 계속 감소하여 40kg대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기까지 하는데 국민 식생활 형태의 급격한 변화로 잉여 쌀 발생은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소비를 감안하여 잉여분은 농협 등 관련 기관에서 벼로 저장, 비축하고 있으나 창고 저장능력의 한계로 벼 수확 철이 되면 비축 창고 부족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저장비용의 상승과 함께 저장 기간이 일 년을 넘으면 고미(米)로 분류되고 2년이면 고고미가 되어 일반 국민의 식탁에는 오르지 못하고, 사료용이나 필요한 가공업체, 알코올 생산 등에 헐값에 판매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이렇게 남아도는 쌀의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배 농지 축소, 대체 작물 재배 등 대안이 제시되고 있으나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착안한 방법이 쌀을 가루로 내어 소비를 확대하고자 한 절박한 돌파구였다. 그러나 쌀가루를 생산해 남아돌아 가는 쌀을 소비하겠다는 발상은 경제 논리에 맞지 않아 쉽게 성공하지 못할 여러 요인을 안고 있다.

 

그 예로 가루로 만들었을 때 식품 소재화된 쌀가루는 필연적으로 밀가루와 경쟁해야 한다. 가장 쉬운 비교가 쌀가루와 밀가루의 가격이며 가공적성이다. 현재 밀가루의 평균 가격과 생산되는 쌀가루의 가격은 평균 3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으며, 이 정도라도 차이가 나는 것은 쌀가루 제조업체에게 정부 보유미(수입 및 비축미 등)를 특별가격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쌀가루 제조업체도 정부에서 가루용 쌀을 공급받지 못하면 일반미로 대체할 가능성은 없다. 가격 차이 때문이다. 쌀가루 제조 비용은 건식의 경우 200~300원/kg, 습식은 600~950원/kg으로 원료 가격에 제분 비용이 가산되어 밀가루와의 차이는 더욱 커지게 되어 있다.

 

쌀을 제분하여 사용하는 용도는 제빵, 제면, 제과, 떡용이나 이제 제분 비용을 절감하고 쌀의 고유 특성을 살리기 위해 쌀 낱알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마침 쌀가공 제품의 수출량은 2024년 기준 3억 달러(한국 쌀가공협회, 2024)로 전년 대비 38.4% 증가하였다. 이들 쌀 가공 제품의 구성을 보면 떡류 31.0%, 도시락류 8.9%, 기타 식사용 가공 처리 조리식품 25.2%였다. 기타 식사용 조리식품은 김밥, 냉동밥, 주먹밥 등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반면 면류, 마카로니 등은 32% 감소하였다.

 

이들 통계 추세에서 보듯 쌀가루로 만들어 상품화하는 경우보다 통쌀로 만든 가공식품, 즉 즉석밥, 김밥, 냉동밥, 주먹밥 등의 인기가 높았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이런 현황을 고려하여 정부가 지원하는 쌀 가공제품의 확대 방안은 쌀가루 보급에서 통쌀 가공제품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 중소 쌀 가공전문업체는 누룽지 제조로 연간 2000톤 정도의 쌀을 사용하고 있으며 떡볶이 등 쌀 가공제품으로 연간 500만 불을 수출하고 있는데 계속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여 시설 증축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경쟁력이 낮은 쌀가루 보급보다 통쌀 이용 가공식품 확대로 쌀 소비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쌀은 그 자체로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고 독특한 물성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식품 가공용 소재로 한 끼를 쉽게 해결할 수 있고 세계인도 K-Food에 힘입어 선호도를 높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