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옥 기자
- 승인 2025.07.30 18:10
과학 기반 인정 체계 전환과 규제 유연화 위한 정부 결단 필요


“K-건기식 글로벌화 막는 건 ‘규제의 벽’”
해외에선 일반식품 성분도 한국선 의약품… 제도 간극 해소해야 수출 길 열려
강대진 고려대 교수, "각국 상이한 기능성 원료 기준과 규제체계… 제도 개선 시급”
한국 건강기능식품 산업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해외 시장 확대에는 구조적인 제약이 따른다. 가장 큰 장애물은 각국의 상이한 기능성 원료 기준과 규제 체계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의약품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원료가 해외에선 일반 건강보조식품으로 널리 사용되는 사례가 많아,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대진 고려대학교 식품규제과학과 교수는 “2024년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6조 원을 돌파했고, 수출은 약 2억 7,800만 달러로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0.14% 수준에 불과하며,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국의 규제 체계 차이를 해소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현재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홍삼, 프로바이오틱스, 개별 인정형 원료 등 일부 품목에 집중된 구조다. 이들 상위 품목이 전체 생산액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편중되어 있으며, 국산 소재의 글로벌 시장 진출 사례도 드물다. 그 결과, 국내 소비자들은 여전히 기능성 식품을 해외 직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규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식이보충제 또는 일반식품으로 통용되는 성분이 한국에서는 의약품으로만 취급되어 건강기능식품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멜라토닌은 미국에서는 수면 보조제로 흔히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일반 소비자 대상 제품에는 사용할 수 없다. 이러한 규제 간 차이로 인해 국내 업체들은 동일한 제품을 해외에 판매할 수 없고, 수출 시 원료를 변경하거나 제품 설계를 새로 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강 교수는 또 GMP(우수 제조관리 기준) 관련 의무조항 역시 수출 확대의 장애요소로 꼽았다. 그는 “국내 건강기능식품 제조사는 의무적으로 GMP를 준수해야 하지만, 해외에서는 자율 기준이거나 의무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제도 간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소기업의 재정 부담으로 인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거나, 해외 바이어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한국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흐름에 부합하는 규제 체계 정비와 제도적 기반 조성이 필수적”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함께 규제 개선 로드맵을 마련해 장기적인 수출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멜라토닌 사태’가 던진 메시지…“해외 기능성원료 도입, 과학적 근거 기반 새 길 열어야”
일반식품과 기능식품 경계 허물고 소비자 보호·산업 성장 위한 합리적 제도 개선 필요
주계종 인삼공사 마케팅실장, "퀘르세틴, 엘더베리, DHEA 등도 타당성 검토해야"
“해외에서는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기능성 원료들이 국내에서는 규제에 가로막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도 전반을 과학 기반으로 재정비할 때입니다.”
주계종 한국인삼공사 마케팅기획실장 역시 해외 기능성 원료의 국내 도입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 구조를 개선하고, 소비자 보호와 산업 발전을 동시에 도모하는 합리적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멜라토닌’을 언급했다. 해외에서는 일반인용 수면보조제로 널리 쓰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의약품으로 분류돼 소비자 접근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반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에 멜라토닌이 들어간 해외 제품을 ‘식품’으로 인식하고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규제를 회피하려는 불법적 구매 시도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 실장은 “이는 단순한 유통 문제가 아니라, 정보의 부족과 제도 간 불일치가 낳은 소비자 혼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외에도 퀘르세틴, 엘더베리, DHEA, 세인트존스워트, 5-HTP 등 이미 해외에서 과학적 근거와 시장성을 확보한 원료들이 국내에서는 제대로 평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소비자 인지도와 산업 수요가 높은 기능성 원료에 대한 논의와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실장은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제도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첫째, 해외의 사례 및 과학적 근거를 적극 반영하는 시스템 전환이다. 해외에서 이미 축적된 인체적용시험 결과와 기능성 평가 데이터를 국내에서도 심층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원료 도입의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전환 및 조건부 허용 제도 도입이다. 기존의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은 새로운 기술과 원료의 도입을 저해하고 있어, 안전성이 확보된 경우 시장 진입을 유연하게 허용할 수 있는 규제 구조가 필요하다.
셋째, 산학연 협력 강화를 통한 국내 연구 생태계 육성이다. 해외 원료의 수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내 기능성 원료 개발을 위한 연구지원 확대와 기업 맞춤형 인증제도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주 실장은 “기능성 원료 인정 범위가 확대되면 기업들에게는 제품 개발의 기회가,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질 것”이라며 “신제품 개발과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동시에 높이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미 GRAS나 EFSA 승인을 받은 해외 원료는 국내에서도 신속하게 검토하여 도입을 유도함으로써 국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가 아니라, 과학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동반 구조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건강기능식품은 국민 건강 증진은 물론이고 미래 바이오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주 실장은 거듭 강조했다.

해외선 활발, 국내선 제약…글로벌 기능성 원료 수용성 높여야 산업 경쟁력 확보
NMN·HMO 등 해외 인정 원료 국내선 규제 벽
장은영 종근당건강 이사 “과학적 근거 기반 다층적 시스템 구축 필요”
“글로벌 기능성 원료의 국내 도입은 단순한 수입 확대가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산업의 혁신과 소비자 중심 기능성 구현의 전환점이 되어야 합니다.”
중근당건강 장은영 이사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기능성 원료들이 국내에서는 여전히 규제와 제한 속에 활용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제도 전반의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체적용시험을 바탕으로 한 기능성 원료의 개발과 활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동일 원료가 미 고시 상태이거나 의약품, 유전자 조작 등의 이유로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예를 들어 NMN(Nicotinamide Mononucleotide)은 미국과 일본에서는 항노화 기능성 원료로 유통되지만, 국내에서는 미고시 원료로 분류돼 사용이 불가하다. 마찬가지로 HMO(Human Milk Oligosaccharides)는 미국에서 GRAS 및 Novel Food 인증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유전자 조작 대장균 발효 공정으로 인해 민감하게 다뤄지고 있다.
장은영 이사는 이러한 이슈들이 국내 기능성 인정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이미 안전성과 유효성이 글로벌에서 입증된 원료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식약처가 공식적 평가자료를 기준으로 한 신속 심사체계를 구축한다면, 국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장 이사는 현재 국내 기능성 인정 체계가 비타민, 미네랄 등 특정 영양소 위주로 기능성을 인정하고 있어, 다양한 생리기능에 대한 활용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마그네슘은 해외에서 신경 안정, 피로 회복, 장 건강 등 다양한 기능으로 활용되지만, 국내에서는 일부 형태에만 기능성 표기가 허용된다. 비타민 K2 역시 해외에서는 심혈관, 뼈 건강 기능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제한적이다.
장은영 이사는 “기능성 인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개별 고시형 위주로 운영되면서, 새로운 작용기전의 기능성 원료들이 제도권에 들어오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GLP-1 유도 기능성 원료처럼 해외에서 널리 사용되는 원료들도 국내에서는 마케팅 및 제품 설계에 제약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을 제안했다. 첫째, 과학·산업·제도의 균형 속에 글로벌 기준과의 접점을 고려한 제도 정비. 둘째, 국내 과학자료 및 사례 기반의 다층적인 기능성 인정 가능성 확대. 셋째,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논의와 협업을 통한 규제와 시장의 동반 발전 구조 마련. 이러한 방향성이 제도화된다면, 한국 기능성 원료 산업은 더욱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능성 확대, 소비자 신뢰 회복 없이 어렵다
해외 기능성 원료 검토 급증 속 소비자 오인 우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이사장 “정확한 정보 제공과 균형 잡힌 정책설계 시급”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성장은 반갑지만, 기능성만 강조된 채 소비자 안전과 정보가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됩니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이사장은 기능성 확대와 소비자 보호가 균형 있게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2024년 기준 1,892억 달러 규모인 시장은 오는 2033년엔 3,7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능성 인정 범위도 넓어지며 산업 기반도 확대되는 가운데, 박 이사장은 “이제는 산업 진흥을 넘어 소비자 신뢰와 안전이 핵심 축이 되어야 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박 이사장은 해외 기능성 원료들의 도입 논의에 주목했다. 멜라토닌, NMN, 5-HTP 등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수면·항노화 기능성 원료들이 국내 소비자의 실질적 관심과 연결되고 있지만, 국내 규제체계에서는 아직 도입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는 “이러한 원료들이 단지 해외에서 인정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도입될 수는 없다”며, “그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신뢰 확보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일부 해외직구 제품은 ‘건기식 주의사항’으로만 표기돼 소비자에게 충분한 주의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이러한 사례를 언급하며 “부당 표시나 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기능성 확대는 산업적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소비자 오인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박 이사장은 기능성 관련 표현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실질적 의미를 전달하는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멜라토닌의 경우, 미국 제품은 보통 1mg에서 10mg의 함량으로 유통되지만 국내 제품은 평균 1~2mg 수준이다. “이러한 함량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해외 제품과 동일한 효능을 기대하는 것은 대표적인 정보 불균형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눈 건강, 구강 건조, 손발톱 건강 등으로 기능성이 확장되는 흐름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단순한 기능성 항목 확대보다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소비자 중심의 안전한 시장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이사장은 끝으로 “기능성 확대는 곧 소비자 건강의 향상이라는 긍정적 목표와 연결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능성에 대한 실질적 효능, 안전성,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이 핵심”이라며, “산업과 정책은 이 균형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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