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특집-건기식산업의 글로벌 규제 조화] 글로벌 기능성 원료, 왜 한국만 ‘사용 불가’인가?

곡산 2025. 7. 30. 07:33
[특집-건기식산업의 글로벌 규제 조화] 글로벌 기능성 원료, 왜 한국만 ‘사용 불가’인가?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5.07.29 13:10

해외서 유통되는 멜라토닌·엘더베리·DHEA… 국내선 일반식품으로만 통용
식의약 경계 모호한 ‘회색지대’ 원료 과학적 근거 확보와 제도 정비 시급
박희정 상명대 교수, '해외 기능성 원료의 국내 활용 확대 방안' 발표
박희정 상명대 교수가 '해외 기능성 원료의 국내 활용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수면, 면역, 항산화… 소비자 수요는 이미 글로벌 기준

 

세계 식이보충제 시장은 2024년 약 1,892억 달러에서 2033년 3,750억 달러 규모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비타민, 미네랄, 오메가3 외에도 식물성 원료 기반의 기능성 제품이 급부상하고 있으며, 북미·유럽·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원료 수요가 다변화되는 추세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아슈와간다, 아스타잔틴, 커큐민, 엘더베리 등은 면역·항산화·스트레스 완화 등 다양한 건강 기능성으로 인정받고 있다. 일부는 미국·인도 등지에서 개별인정 원료로 승인받아 본격 유통되고 있으며,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통해 한국 소비자에게도 빠르게 도달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제도는 여전히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안전성 미확보’ ‘의약품 분류’ ‘기능성 입증 미비’ 등의 이유로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어, 소비자 접근성은 오히려 직구·비공식 유통 채널에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로 고착되고 있다.

박희정 상명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식물성 멜라토닌’이 던진 제도적 숙제

상명대 식품영양학과 박희정 교수는 포럼에서 대표 사례로 ‘식물성 멜라토닌’ 제품의 국내 유통 실태를 지적했다.

현재 국내 시장에는 타트체리·케일·토마토 추출물 등으로 구성된 '식물성 멜라토닌' 제품들이 일반식품 형태로 판매되고 있으며, 멜라토닌 함량이 mg 단위로 표기돼 실질적인 수면 기능성을 암시한다. 실제 소비자 후기를 보면 “수면 시간이 늘었다”는 반응이 다수 확인된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들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으로 유통되고 있어, 소비자는 멜라토닌을 포함한 기능성 정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제품을 섭취하게 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정제, 소프트젤 등 다양한 형태로 0.5~10mg까지 명확한 함량 표시와 함께 유통되지만, 국내에서는 표시·광고조차 엄격히 제한돼 있다.

 

DHEA, 5-HTP, 생초스워트… 글로벌 원료는 국내서 ‘사용 불가’

기능성 원료 가운데는 테스토스테론 증가, 근육 강화, 스트레스 완화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DHEA나 5-HTP, 생초스워트(세인트존스워트) 등도 있다.

해외에서는 건강보조제로 널리 사용되지만, 국내에서는 마약류, 전문의약품, 금지원료 등으로 분류돼 건강기능식품으로의 활용은 불가능하다.

일례로 DHEA는 미국 FDA에서 일시적으로 보충제 사용을 제한했으나, 산업계의 반발과 추가 검토 끝에 여전히 아마존 등에서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사용 불가’로 묶여 있다. 이런 규제는 과학적 근거 부족 때문이라기보다, 제도적 유연성과 안전성 검토 시스템의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능성 원료'를 일반식품 틀에 가두는 현실

박 교수는 “해외에서는 보충제로 유통되지만, 국내에서는 일반식품 형식으로 우회 유통되는 기능성 원료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소비자 보호, 제품 신뢰, 산업 활성화라는 세 측면 모두에서 리스크를 초래한다.

예를 들어 식물성 멜라토닌 외에도 엘더베리, 퀘르세틴, 패션플라워, 하이페리신 등은 해외에서 면역·스트레스 완화·항산화 기능성으로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표준화된 과학적 입증 체계와 제도적 진입 장벽으로 인해 식품 원료로도 인정받기 어렵다.

 

안전성과 규제 모두 만족시키는 해법은 가능한가

박 교수는 “소비자 니즈는 이미 글로벌 시장과 동조하고 있으며, 해외 유통이 활발한 원료를 무조건 차단하는 방식보다는,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제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안전성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과 의약품의 경계가 모호한 원료일수록 오히려 더 정교한 검토와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산업 측면에서는 국내 자생 원료의 기능성 입증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기회를 모색하려면, 이 같은 제도 정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제도와 시장의 접점 찾는 시도, 지금이 적기

현재 국내 건강기능식품 제도는 1세대 비타민·미네랄 중심에서 2세대 식물성 기능성 원료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 직구 활성화, 소비자 후기 기반의 실사용 데이터 등이 그 경계선을 허물고 있는 지금, 오히려 이 틈을 산업적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단순 규제 중심의 ‘차단형’ 접근에서 벗어나, 객관적 데이터와 다층적 심사 기준을 통해 합리적 도입 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통해 한국 건강기능식품 산업이 글로벌 원료와의 동행을 시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