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호 기자
- 승인 2025.03.28 10:45
캐나다산 귀리·멕시코산 과채 등 수입 원료 가격 상승 우려
대체 원재료 찾거나 슈링크플레이션 전략…관세 예외 요청
일본, 과즙 공급 부족·엔화 약세 등으로 ‘오렌지 쇼크’ 나타나
아사히음료 등 수입 국가 다변화에 가격 올려…판매 중단도
세계 식품업계가 원재료 조달에 고심하고 있다.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관세를 활용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이 원료난을 부채질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불안정한 오렌지 과즙 수입 가격과 품질로 관련 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aT 뉴욕지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무역 정책을 재편하기 위해 관세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에 따라 미국 식품업계는 무역 전쟁의 위협이 식음료 산업의 공급망 불안은 물론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식품 물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가능성에 크게 염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입장을 바꿔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 간 무역 협정(USMCA)이 적용되는 품목에 한 해 한 달간 이를 유예한다고 했지만, 아직 철회한 것은 아니기에 미국 시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특히 식품 업계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식품은 제품의 신선도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관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분야다. 또한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 식품 산업의 주요 공급처이기에 만약 고세율 관세가 부과되고, 상대국의 보복관세가 이어지면 판로 및 수급 불안은 불가피하다.
캐나다는 미국의 주요 귀리 공급국이며, 최근에는 코코아 가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 음료 산업의 핵심적인 원료 공급국으로, 맥주와 플레이버드 워터, 리큐어 등에 필요한 주요 재료를 제공하고 있다.
관세는 원재료뿐만 아니라 포장재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 캐나다는 금속과 종이 제품의 주요 공급국이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캔에 담긴 통조림 식품이나 음료의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재 패키지 상품은 이윤이 낮아, 관세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고 인플레이션 피로도가 높아진 만큼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상 부담을 당장 전가할 수도 없다. 이에 기업들은 즉각적인 가격 인상보다는 다른 방안을 찾으려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체 원재료를 찾거나, 포장 디자인을 바꾸거나, 제품 크기나 수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미 일부 대형 식품 기업들은 관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 변경 계획을 발표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알루미늄 캔 대신 플라스틱병을 더 많이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식품 기업이 공급망 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신선 과일과 채소 산업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업계는 대응책이 제한적이다.
미국 농무부(USDA)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이 수입하는 신선 과일의 절반, 신선 채소의 69%가 멕시코에서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보카도처럼 특정 기후에서만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은 미국 내 생산 증가만으로 수입을 대체하기 어려우며, 바나나는 오래 보관할 수 없는 품목이라 대량 비축이 불가능하다.
이에 식품 관련 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에서 생산할 수 없는 원재료에 대해서는 관세 예외를 요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의 관세 정책은 상당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특히 식품 산업에 있어 시장 변동성을 크게 키울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공급망을 철저히 준비하고, 정책 변화에 맞는 제품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정책적 불확실성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불규칙한 오렌지 과즙 수입 가격과 품질 불안정으로 인해 기업들이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9월 사상 최고치인 5.55달러를 기록했던 오렌지주스 농축액 선물 가격은 올해 3월 들어 한때 2.44 달러를 기록할 만큼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생산량 증가보다는 높은 가격으로 인한 급격한 수요 감소가 큰 원인이다.
또한 하반기부터 브라질 오렌지 생산량이 작년보다 약 20%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 있어 가격이 좀 더 안정화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있지만, 지난해 1월 2.7달러였던 선물 가격이 급등한 만큼 올해도 이를 쉽게 점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올해 2월 들어 선물 가격이 급락했지만, 가격이 급등할 때 체결했던 장기 계약 때문에 당장 소매 가격 인하나 수요 회복은 아직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품질 저하도 우려된다. 세계적으로 감귤녹화병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 병에 걸린 나무에서 수확된 오렌지는 쓴맛이 난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체에서는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이전 시즌 비축한 냉동 농축 오렌지를 당해 원료와 혼합해 사용한다. 문제는 최근 계속된 공급 감소로 재고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업계 입장에서는 품질보다 원료 확보가 우선 과제이며, 더 큰 소비 감소를 막기 위해 품질도 유지해야 하는 이 중 부담에 놓여 있다.
일본 업계도 이러한 국제적인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코트라 도쿄무역관에 따르면, 일본은 오렌지를 비롯해 사과, 포도, 레몬 등 다양한 과일 주스를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오렌지 과즙은 소비량이 가장 많은 품목이다.
2023년 일본의 과즙 품목별 수입량 비중은 △오렌지(28%) △사과(26%) △포도(19%) △레몬(7%) △자몽(4%) 순으로, 오렌지 과즙이 2년 만에 사과 과즙 수입량을 넘어섰다. 또한 수입액도 오렌지(30%)가 포도(21%), 사과(19%), 레몬(8%), 자몽(5%)을 제치고 3년 만에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일본 내 수요가 높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오렌지 생산 부족과 그동안의 수입 가격 상승이 기업의 발목을 잡았다.
USDA에 따르면, 2023~2024년 전 세계 연간 오렌지 생산량은 약 5000만 톤으로, 이 중 약 3분의 1이 브라질에서 생산된다. 일본은 오렌지 과즙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며, 주요 수입국은 브라질이다. 그러나 브라질에서는 감귤류에 치명적인 병해인 감귤녹화병의 확산과 이상 기온으로 인한 장기 가뭄까지 겹쳐 생산량이 급감했다.
브라질뿐만이 아니다. 주스 가공용 오렌지 생산지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주 역시 감귤녹화병과 연이은 대형 허리케인 피해로 인해 생산량이 급감했다. USDA가 2024년 12월 발표한 2024~2025년 플로리다 오렌지 수확량 예상치는 약 1200만 상자로, 전년 대비 33% 감소한 수준이다. 이는 1930년 이후 최저치다.
미국 내 오렌지 생산 감소로 인해, ‘트로피카나’ 브랜드에 오렌지를 공급하는 미국 아리코(Alico)는 2025년 1월부터 감귤류 사업을 단계적으로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미국 트로피카나사는 경영난에 직면했으며, 플로리다주에서는 감귤류 재배 농가의 이탈이 속출하면서 주(州) 감귤류 생산자 협회가 운영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미국은 오렌지 생산량이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세계 최대 오렌지주스 소비국이다. 과거에는 주로 플로리다산 오렌지를 자국 내에서 소비했으나, 최근 생산량 감소로 인해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 시장에서 오렌지 과즙 공급 경쟁을 심화시키면서 수입 가격 급등을 초래했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수입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엔화 약세, 국내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오렌지 과즙 공급 부족, 가격 급등, 음료 제조업체의 수익 압박 등 이른바 ‘오렌지 쇼크’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본 현지에서는 오렌지 과즙 부족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일본과즙협회에 따르면, 오렌지 과즙 수입단가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리터당 300엔대를 유지했으나, 2023년 491엔으로 약 70% 상승했다. 이후에도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2024년에는 리터당 800엔대에 근접했으며 12월엔 1003엔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99엔이나 상승했다.
이에 따라 현지 기업들은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등 공급 안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수입처 다변화는 2005년과 2023년 오렌지 과즙 수입국 비교에서도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2005년의 경우 전체 수입량의 76.8%를 브라질산이 차지했으며, 호주(5.3%)와 미국(5.2%)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2023년에는 브라질산 비중이 50.5%로 감소했고, 호주(1.1%)와 미국(1.1%) 역시 비중이 축소됐다. 반면, 이스라엘산이 1.2%에서 21.5%, 멕시코산이 1.9%에서 12.4%, 스페인산이 2.0%에서 5.3% 증가하는 등 수입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기업은 기존 제품의 가격 인상이나 판매 중단, 오렌지 과즙과 다른 과일 과즙을 혼합한 제품 출시, 일본산 과즙 활용 확대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별로 보면, 산토리 식품은 감귤녹화병 대응을 위한 연구에 착수하는 한편 병해에 강한 신품종 개발을 위해 프랑스 농업개발 연구 국제협력센터와 협력하고 있다. 또 스페인과 브라질 농원에서 병해 내성을 향상한 오렌지 품종을 검증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신품종 개발과 재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사히음료는 그동안 브라질산 오렌지 과즙을 사용해 왔지만, 다른 나라로부터의 조달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기린베버리지는 올해 4월부터 대표적인 과일주스 라인인 트로피카나의 오렌지주스(900ml) 판매가를 기존 350엔에서 450엔으로 약 28.6%가량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토모에유업은 900ml 팩 오렌지주스의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이스라엘산 과즙 조달을 늘려 사용 비율을 70~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모스 푸드는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기존 100% 오렌지 과즙 주스를 대신해 오렌지 과즙과 이탈리아 시칠리아산 만다린 오렌지 과즙, 일본 에히메산 온주귤 과즙을 혼합한 주스로 변경한다.
이 외에도 판매 중단업체도 늘고 있다. 유키지루시 메구밀크는 돌(Dole)의 일부 제품 판매를 중단했으며, 야쿠르트 본사도 오렌지주스 판매를 중단했다. 또한 일본 맥도날드는 전국 매장에서 미닛메이드 오렌지주스의 M·L 사이즈 판매를 일시 중단하고, S 사이즈만 판매한다고 발표했으며, 모리나가유업은 썬키스트 100% 오렌지주스(200ml) 제품을 과즙 원료가 소진되는 대로 판매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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