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열전

[식품박물관]촉촉함의 원조..해태제과 '오예스`

곡산 2023. 10. 19. 07:53

[식품박물관]촉촉함의 원조..해태제과 '오예스`

1984년 출시 케이크 국산화·대중화 성공 첫 양산제과
촉촉한 식감 살리고자 수분 함량 늘려 국내 최다 수준
초기 변질 우려 잡은 물관리..생수공장 버금가는 노력
유럽에서 수입하던 케이크를 이제 역수출 효자상품
누적 판매량 70억개.."반도체 무균 수준 품질 관리"
  • 등록 2021-11-15 오전 6:00:00전재욱 기자
  • 수정 2021-11-15 오전 6:0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오예스!”

1980년 제과 시장은 고급화에 진입한다. 소득 수준이 오르면서 제과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하던 시기와 맞물리면서다. 과자 일색이던 제품군에 베이커리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들여온 `도라 케이크`나 일제 케이크 `퍼피`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그렇다고 누구나 사 먹기는 어려웠다. 양산에 성공한 국산 제품이 없어서 직수입에 의존했거니와 그러다 보니 가격이 비쌌다.

◇ 그들이 쏟아낸 감탄사를 이름으로

`특별한 날` 먹던 케이크를 대중화한 게 해태제과 오예스(1984년 출시)다. 당시 해태제과 임직원이 받은 특명은 두 가지다. 수입품이 지배하던 케이크를 국산화하고 문턱을 낮춰 대중화하는 것이다. 수입산을 베끼지 않는 게 국산화하는 길이기도 했다. 사실 베끼고 싶어도 그럴 게 없던 상황이었다. 케이크 저변 자체가 없었으니 실패든 성공이든 해태제과가 처음이었다.

제품 개발에 착수한 지 4년이 지난 1984년 초코 케이크 오예스가 세상에 나왔다. 서양의 전유물로나 여기던 사치품 케이크 과자류가 국내에서 대중화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었다. 해태제과가 선택한 차별화 비법은 `물`이었다. 촉촉한 빵과 달콤한 크림의 맛을 살려 케이크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것은 식감이다. 식감을 살리고자 수분 함량 18%로 유지했다. 업계 최대 수준이었다.

서울 아시안게임(1986년)과 올림픽(1988년)을 앞둔 시점이라 감회가 남달랐다. 국제 스포츠 대회를 유치해 세계화를 이룩하고자 하던 국민의 염원은 수입산을 대체할 국산 케이크를 개발하고자 했던 해태제과의 사력과 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오예스 작명 비화는 흥미롭다.

오예스 개발이 이뤄지던 1980년대 초, 서울 이태원이나 용산 등지에서는 해태제과 임직원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적을 모르고 적진에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외국인에게 오예스 시제품 시식을 권하려고 그 지역을 찾아간 것이다. 오예스를 먹은 외국인들이 보인 반응 가운데 “오예스”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현지인도 감탄하는 맛`이라는 의미에서 `오예스`를 그대로 따서 이름을 붙였다.

◇ 물이 좋으니 거뜬히 촉촉하게

오예스 소비기한을 보면 제조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가늠할 만하다. 오예스는 출시 이후 6개월 이내 소비(유통기한)하도록 제조하는데 일반 비스킷 등 과자류가 1년 이내인 점과 비교하면 절반쯤 짧다. 수분이 많아서 변질이 쉬운 탓이다. 수분 함량을 늘리는 건 일이 아니었다. 품질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제조 이후 소비되기까지 유통 과정을 견딜 수 없다. 맛이 균일하지 못하면 공산품으로 만들기 어려웠고 그러면 대중화도 물거품이었다.

지금의 오예스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여름이 골치였다. 기온이 오를수록 변질 위험이 커졌다. 그래서 초창기 오예스는 여름에 수분 함량을 12%로 낮췄다. 그러자 겨울 오예스와 여름 오예스 맛이 달라졌다. 항의가 빗발쳤으나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었다. 이런 터에 출시 초기는 매해 여름이면 오예스 매출이 하락했다.

변질의 한계를 극복한 시기는 2006년이다. 이때부터는 오예스 촉촉함은 사시사철 똑같이 유지됐다. 여름이면 12%까지 내려간 수분 함량을 연중 18%로 균등하게 맞췄다. 까다롭고 엄격한 품질관리 덕분이다.

본질은 물이었다. 물이 좋으면 제품에서 탈이 날 우려도 적기 마련이다. 현재 해태제과는 오예스를 만들고자 하루 1.5t 생수를 투입한다. 경기 연천에서 취수한 1급수다. 이 지역은 사실상 대한민국 최북단에 있는 청정 지역이라서 최상의 물을 확보하는 데 제격이다.

◇ 생수회사 뺨치는 물 관리

오예스에 쓸 물을 관리하고자 전담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다. 오예스 공장에는 물 관리를 전담하는 직원이 생수 전용 보관 탱크를 관리한다. 이곳은 공장장이나 회사 임원이라도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된다. 탱크는 대장균 측정장치, 수소이온농도 측정기, 탁도 점검 기기, 미생물 측정기 등 설비를 갖추고 있다. 엔간한 생수 제조 시설을 방불케 할 수준이다.

오예스 공장 출입구가 모두 `ㄷ`자(字) 형태로 돼 있는 것도 위생과 관련돼 있다. 통상 직진으로 나는 날벌레의 비행 특성을 고려해 출입구를 이렇게 만들었다. 수분이 많은 제품은 유난히 날벌레가 끼기 때문이다.

각고의 노력이 이어진 결과 현재의 오예스는 수분 함량을 20%까지 끌어올렸다. 국내 최다 수준이다. “오예스를 쥐어짜면 물이 나올 정도”라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닐 정도다.

유럽과 미주 등지에서 케이크를 수입해오던 시절을 뒤로하고 이제는 이쪽 지역을 포함해 14개국으로 오예스를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판매량은 70억여 개다. 한 줄로 늘어뜨리면 지구를 20바퀴 가까이(포장재 11cm로 환산한 77만㎞·지구 둘레 4만㎞ 기준) 도는 양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오예스는 맛을 위해 수분을 택한 대신 품질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제품”이라며 “공장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 버금갈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최상의 무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박물관]철따라 골라먹는 오예스

2016년 바나나 오예스 시작으로 11개 시즌상품
시기별 맞춤 아이템으로 `제철 식품` 수식어
10연속 4500만개 매진하며 지난해 최대실적 견인
  • 등록 2021-11-15 오전 6:00:00전재욱 기자
  • 수정 2021-11-15 오전 6:0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오예스에 2016년은 위기였다. 숙명의 라이벌 초코파이에 밀려 초코 케이크 과자류 시장 점유율이 21%까지 밀린 것이다. 그때 내려온 구세의 동아줄이 바나나 오예스(그해 5월)다. 초코맛뿐이던 제품군에 새맛을 적용한 첫 사례였다. 오예스의 변신에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해 점유율이 회복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오예스의 변신은 여름을 기회의 시기로 돌려세웠다. 여름은 전통적으로 케이크를 비롯한 과자류 매출이 부진한 시기다. 청량감 있는 음료 수요가 몰리기 때문에 케이크처럼 먹먹한 먹을거리 수요가 주춤하기 때문이다.

수박맛 오예스(2018년 출시)는 `비수기 편견`을 날려버렸다. 오예스의 촉촉한 수분기가 여름 제철과일 수박과 결합해 시너지를 냈다. 여름 매출이 10억원을 돌파했는데 케이크 과자류 가운데 이 정도 매출은 기록적인 수준이다. 전년에 나온 오예스 블러드 오렌지(2017년 7월)에서 성공 가능성을 본 데 따라 본격적으로 여름 상품을 공략한 것이다.

오예스에 여름이 아픈 손가락이었던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1984년 출시 초창기 수분 함량과 품질 변질 우려가 비례하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름에 일부러 수분 함량을 줄이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제는 수분기 가득한 제품의 특질이 여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 무기가 된 셈이다.

수박맛의 히트는 미숫가루라떼맛 오예스 출시(2019년 5월)로 이어졌다. 여름에 시원하게 걸치는 미숫가루가 더위에 지친 이들의 시름을 달랬다. 450만 개 한정으로 제조한 수량이 몽땅 팔렸다.

2016년 위기의식에서 시작한 시즌 상품은 앞선 제품에 이어 노아카라멜(2018년 2월), 자색고구마 (2018년 11월), 당근케이크 (2019년 9월), 콜드브루 (2020년 9월). 딸기&바나나(2021년 3월), 민트초코(2021년 6월)까지 이어졌다. 지금까지 나온 10개 시즌상품은 모두 완판됐다. 450만여 개를 찍었으니 4500만 개를 넘게 판 것이다. 11번째 에디션 피넛버터(2021년 10월)도 현재 판매가 순항 중이다.

출시 시기에 어울리는 아이템을 적적하게 선정한 게 주효했다. 겨울을 앞두고 자색고구마를, 올여름 MZ세대를 휩쓴 민트초코를 각각 낸 게 사례다. 시즌 제품이 족족 인기를 끌자 오예스는 `제철 음식`이라는 수식어를 갖기에 이르렀다.

오예스는 지난해 연 매출(532억원·닐슨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주연은 초코맛 오예스겠지만 조연으로 활약한 시즌 제품의 분발을 빼놓고는 달성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