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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결산/2022전망-가정간편식] 코로나 내식 트렌드 수혜 품목…시장 규모 5조원 상회

곡산 2022. 1. 10. 12:29
[2021결산/2022전망-가정간편식] 코로나 내식 트렌드 수혜 품목…시장 규모 5조원 상회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2.01.04 07:40

밀키트·레스토랑 간편식 등 제품 다양화로 ‘4세대 시대’
상위 10개사 매출 5~6% 증가 속 영업이익 두 자릿수 신장
CJ ‘외식의 내식화’ 전략…비비고 만두·고메 중화식 인기
대상 HMR ‘안주야’ 독보적…동원 ‘양반’ 리브랜딩 제품 확장
오뚜기, 국·탕·찌개 호실적…롯데푸드 ‘쉐푸드’ 메뉴도 성과

“정점을 찍은 HMR은 더 이상 식품업계 캐시카우가 될 수 없습니다.”

코로나19 이전 HMR에 대한 일부 전문가들의 평가다. 코로나19 2년째를 맞은 현재 전문가들의 이러한 평가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없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2015년 2조 2000억 원에서 2020년 4조 3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작년에는 5조 원 규모를 돌파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6년새 약 127% 급증했다. HMR의 성장세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던 일부 전문가들의 평가가 무색해졌다.

성장 원동력은 코로나19다. 사실 코로나19 이전 HMR은 쌀과 면을 기반으로 한 제품이 1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국·탕·찌개류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성장에 한계를 보여 왔다.

△코로나19를 원동력으로 삼은 HMR 시장의 성장은 작년에도 계속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내식 트렌드가 강화되자 식품업계는 맛은 보다 다양화되고, 향상된 품질의 간편식 제품들을 선보이며 ‘4세대 HMR’ 시대를 열었다. (사진=식품음료신문DB)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내식 트렌드가 확산되며 식품업계 최대 수혜 품목으로 등극했다. 이 기간 HMR은 코로나19를 자양분 삼아 밀키트,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 레스토랑 간편식) 등 맛은 보다 다양화되고, 향상된 품질이 MZ세대들의 각광을 받으며 ‘4세대 HMR’ 시대를 열었다.

이러한 HMR 성장세는 식품업계 실적과 이어졌다. 식품업계 올해 매출 상위 10개사 실적(1~3분기 기준)을 보면 평균 매출은 5~6%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외식 전문점에서 즐기는 메뉴의 맛·품질을 구현해 ‘외식을 내식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맛·품질을 끌어올리고 카테고리를 다양화하는 두 가지 방향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이 같은 노력은 비비고 만두와 고메 중화식에서 두드러진 성과로 이어졌다.

비비고 수제만둣집 만두는 수제만두 전문점의 맛·품질로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 국내 냉동만두 시장의 스테디셀러 ‘비비고 왕교자’의 뒤를 잇는 대형 제품으로 성장했으며, 최근 리뉴얼을 단행해 올해도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고메 중식 라인인 ‘고메루’는 ‘고메 바삭쫄깃한 탕수육’을 중심으로 ‘고메 바삭쫄깃한 깐풍기’ ‘고메 짜장’ ‘고메 짬뽕’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메 바삭쫄깃한 탕수육’은 출시 5개월 만에 100만 봉 넘게 팔렸다. 중화 간편식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목표로 ‘높고 빼어난 고메 중식’이라는 중화식 전문 라인업 ‘고메루’로 지난 3월 말 처음 선보인 제품이다.

또 작년 8월 출시한 ‘고메 바삭쫄깃한 깐풍기’는 한 달새 10만 봉 이상 팔려나갔고, 2018년 10월 첫선을 보인 고메 짬뽕, 짜장 매출은 고메 탕수육 출시 후 매출이 1.5배 늘었다.

철저한 시장 조사와 독보적 R&D 기술력을 토대로 한 배달, 외식 수준의 맛 품질이 소비자 눈높이를 만족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달 시 탕수육이 눅눅해지거나 식는 등 불만과 요구를 적극 반영해 전용 튀김옷을 개발해 입혔고 튀긴 후에 굽는 공정을 더한 ‘멀티 히팅’ 기술로 바삭함을 극대화했다.

대상 청정원은 국내 냉동안주(규모 800억 원대)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는 안주 전문 HMR ‘안주야(夜)’가 7%대 성장세를 이어갔고, 작년 5월에는 ‘냉동 밀키트’ 형태의 새로운 간편식 브랜드 ‘호밍스’를 론칭했다. 기존 밀키트는 냉장 제품이어서 구입 후 빠른 시간 내 소비해야 하는 것과는 달리 보관 기간을 늘린 것이 특징이다. 또 조리된 상태로 얼린 것이 아니라 원물상태의 재료를 급속 냉동한 것이어서 소비자들은 원하는 재료를 추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청정원은 주소비층인 MZ세대에게 호밍스를 알리기 위해 ‘호밍스가 우리 동네에 이사 왔어요’ 캠페인을 전개했는데, 이사하면 첫인사로 떡을 돌리는 우리나라 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서울 25개구 7000가구를 대상으로 호밍스 제품으로 구성된 선물 박스를 전달,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동원F&B는 작년 5월 ‘양반’ 브랜드 리브랜딩을 통해 한식 카테고리 전반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확장했다. 동원F&B는 ‘양반’의 브랜드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고 기존 김, 죽, 국탕찌개, 김치를 비롯해 즉석밥, 전통음료, 적전류까지 제품군을 확장했다.

지난 2020년 부지 면적 9900여㎡(2994평)규모의 광주공장에 400억 원을 투입, 기존 방식 대비 열처리 시간을 20% 이상 단축시키는 첨단 특수설비를 마련한 동원F&B는 향후 한식 브랜드 ‘양반’을 한식 HMR을 대표하는 메가브랜드로 육성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상온 간편식 떡볶이 브랜드 ‘떡볶이의신’은 미국, 일본, 호주 등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을 통해 해외에서만 200억 원 판매를 돌파했고, MZ세대를 겨냥해 정육면체 모양의 참치 살코기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신개념 참치 HMR ‘동원참치 큐브’는 출시 두 달 만에 40만 개 이상이 팔렸다.

국·탕·찌개류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오뚜기는 작년 이 시장에서만 전년 대비 25.5% 증가한 약 32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온라인 매출까지 합치면 4000억 원을 넘어섰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오뚜기는 각 지역 명물로 손꼽히는 국물 요리로 국·탕·찌개류 HMR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지역 명물로 손꼽히는 ‘부산식 돼지국밥 곰탕’ ‘대구식 쇠고기육개장’ ‘나주식 쇠고기곰탕’ ‘마포식 차돌된장찌개’ 등이 대표적이다.

컵밥의 상승세도 올해 역시 이어갔다. 2018년 36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던 컵밥은 작년 5500억 원까지 매출을 끌어올렸다. 양이 부족하다는 소비자 의견을 수렴해 컵밥 23종 모두 밥의 양을 20% 늘린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냉동 간식 HMR류도 인기다. 특히 시장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냉동피자는 작년 2019년 대비 약 50% 성장한 855억 원까지 규모를 키웠다.

특히 매출 하락세를 걷던 열라면이 SNS를 통해 색다른 요리법(순두부열라면)이 공개되며 연 매출이 전년 보다 약 50% 이상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롯데푸드 역시 작년 HMR 사업의 매출(1~9월 기준)이 전년 대비 약 8% 증가했다. 특히 기존 돈까스 제품보다 품질을 한 단계 높인 ‘쉐푸드 등심통돈까스’ 제품 출시 등에 힘입어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 제품은 작년 4월 증축 완공된 롯데푸드 김천공장의 신규 HMR라인을 활용한 첫 신제품으로, 기업 간 거래(B2B) 위주의 사업 구조를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로 넓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롯데푸드는 올해 밥, 면, 만두, 튀김 등 간단한 조리가 필요한 제품군에서부터 도시락, 김밥, 샌드위치 등 바로 먹을 수 있는 제품군까지 판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역시 HMR 시장은 성장가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식 비중이 여전히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서 내식을 마련하는 방법이나 추구하는 품질 측면에서 더 진화하는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족 구성원의 집안 생활 자체가 증가하면서 특히나 아이를 둔 가구 중심으로 평균적으로 늘어난 내식을 직접 조리와 더불어 HMR, 배달음식 등의 효율적이고 간편한 방법으로 준비하는 비중이 지속 증가할 것이고, 그 와중에 비슷한 메뉴의 피로감을 해소시켜 주거나 다양해진 내식 모먼트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성과 품질, 간편성 측면에서 더욱 진화된 제품들이 많이 소개되고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영양의 밸런스나 건강 관련 니즈까지 고려한 건강 HMR 제품의 성장 등이 전망된다. 면역, 건강, 다이어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헬시 플레저’는 건강을 즐겁게 관리한다는 뜻으로, 운동은 물론 식단 관리에 ‘즐거움’을 추구한다. 업계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저칼로리, 제로칼로리 제품 등 건강성을 강화한 다양한 신제품 개발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올해는 본격적인 대체육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소비자 니즈를 파악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맛은 기본 고품질을 기반으로 한 제품 개발은 물론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병행한다.

또 온라인 소비 트렌드에 맞춰 CJ더마켓을 통한 소비자 혜택 극대화는 물론 오픈마켓, 라이브커머스 등을 통해 더욱 가까이 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100% 식물성 브랜드 ‘플랜테이블’ 론칭을 시작으로 다양한 신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선다.

대상 청정원은 올해 소비자 니즈와 HMR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군을 확대한다. 프리미엄 간편식 브랜드 ‘호밍스’를 비롯해 안주 전문 브랜드 ‘안주야’ ‘야식이야’ 등을 통해 다양한 메뉴 개발에 집중하며, 특히 에어프라이어 보급률이 높아진 만큼 에어프라이어로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제품을 지속 선보일 계획이다.

동원F&B는 HMR을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프리미엄 캔햄 ‘리챔’ 외에도 떡볶이를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해 각 품목별 연간 현지 판매액 2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동원F&B 관계자는 “올해는 차별화된 품질과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을 통해 세계에 K-푸드 문화를 알리고 확대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