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및 결산

[2021결산/2022전망-음료·주류] ‘제로’의 역설…無칼로리·無라벨 음료에 無알코올 맥주까지

곡산 2022. 1. 10. 12:30
[2021결산/2022전망-음료·주류] ‘제로’의 역설…無칼로리·無라벨 음료에 無알코올 맥주까지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2.01.05 07:40

저칼로리 ‘칠성사이다 제로·코카콜라 제로’ 제품 고공 행진
친환경 트렌드 맞춘 무라벨 삼다수·아이시스 판매 비중 상승
카스0.0-하이트제로-클라우드제로에 글로벌 브랜드도 가세
젊은 층 혼술·홈술 영향 업소-가정용 시장 3 대 7로 역전

작년 국내 음료·주류 시장은 친환경을 위한 ‘무라벨’과 건강을 위한 ‘무(無, 제로)칼로리·무알코올’이 대세인 ‘무(無)의 시대’였다. 무알코올, 제로칼로리 등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제거한 음료가 소비의 큰 축으로 떠올랐으며 무라벨, 제로웨이스트 등의 친환경 제품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한 해였기 때문.

작년 음료·주류 시장에선 알코올, 제로칼로리 등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제거한 음료가 소비의 큰 축으로 떠올랐으며 무라벨, 제로웨이스트 등의 친환경 제품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사진=코카콜라, 하이트진로음료,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플라스틱 페트병에 라벨을 제거하거나 분리배출이 쉽도록 만든 제품들은 작년 페트음료·주류 시장의 대세가 됐다. 제주삼다수는 지난 9월 중 판매된 삼다수의 19.1%가 무라벨 제품이었으며 가정배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삼다수앱’에서는 무라벨 제품의 비중이 82%까지 높아졌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출시된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ECO는 작년 8월까지 약 1억 3000만 개가 판매됐다.

제로칼로리 음료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제품들로 꼽힌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2월 처음 출시한 ‘칠성사이다 제로’ 등 저당, 저칼로리를 지향한 제로 탄산 제품은 3분기까지 누적 매출 610억 원을 기록했고, 코카콜라 판매사인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코카콜라 제로’ 매출은 지난해보다 53% 성장해 같은 기간 일반 코카콜라가 6% 신장한 것을 뛰어넘었다.

주류 시장에도 저도수 주류의 인기를 시작으로 논알코올·무알코올 제품까지 속속 출시됐다. 국내 주류 3사가 논알코올 제품을 제각기 리뉴얼, 출시하면서 마케팅 강화에 나선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글로벌 맥주 브랜드들도 논알코올 제품을 선봬 내년에도 이들의 치열한 경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는 하이트진로음료 ‘하이트제로0.00’, 롯데칠성음료 ‘클라우드클리어제로’, 오비맥주 ‘카스0.0’를 비롯해 하이네켄, 칭따오, 칼스버그 등 해외 브랜드도 국내에 다수 진출했다.

코카콜라는 제로 칼로리에 대한 증가하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 제로 칼로리 제품을 확장했다. 스프라이트는 강렬한 상쾌함을 제로 칼로리로 즐길 수 있는 ‘스프라이트 제로’를 작년 3월 출시했다. 오랜 시간 국내 제로 칼로리 음료 시장을 리딩해 온 ‘코카콜라 제로’는 배우 최우식과 함께 ‘제로로 제로하자’ 캠페인을 전개하며 지쳐가는 소비자들에게 일상 속 찐휴식의 자유로운 짜릿함을 전했다. 마지막까지 톡 쏘는 상쾌함에 깔끔한 뒷맛과 제로 칼로리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카콜라의 스파클링 브랜드 ‘씨그램’도 ‘씨그램 비타자몽’을 새롭게 선보였다. 천연 자몽향과 비타민 B3, B5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무라벨 제품의 확장도 빼놓을 수 없다. 코카콜라는 작년 1월 환경부와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을 위한 자발적인 협약을 맺고, 이어 국내 탄산음료 최초로 라벨을 제거하고 플라스틱 경량화를 이룬 ‘씨그램 라벨프리’를 선보였다. 이를 시작으로 먹는샘물 브랜드 ‘강원평창수’와 ‘휘오 순수’ 역시 무라벨을 적용해 출시했고, 수분·이온 보충음료 ‘토레타!’도 라벨을 없앤 라벨프리로 선보였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라벨을 제거하고 컨투어병 디자인을 적용한 무라벨 페트 제품 ‘코카콜라 컨투어 라벨프리’를 공개했다. 라벨이 없어도 누구나 코카콜라임을 알 수 있도록 고유의 컨투어 병 형태를 적용한 것이 특징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환경에 대한 관심에 맞춰 본사와 함께 개발해 처음으로 선보이게 됐다.

이와 함께 소비 트렌드의 큰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마케팅 활동도 선보였다. 스프라이트는 작년 5월에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편집샵 ‘카시나(Kasina)’와 컬래버레이션한 패션 컬렉션 아이템을 선보였다. 또 가수 박재범과 함께 여름 캠페인을 진행하는 한편 힙합 레이블 ‘AOMG’와 컬래버레이션 한 티셔츠, 버킷햇, 베이스볼 저지 등의 패션 아이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할로윈을 맞아 환타는 일러스트 브랜드 ‘무직타이거(MUZIKTIGER)’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며 할로윈 한정판 이모티콘과 굿즈를 선보였다.

올해 코카콜라는 제로 칼로리 음료뿐 아니라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기능이 더해진 음료 제품군을 확장할 계획이다. 씨그램 라벨프리로 시작해 코카콜라 컨투어 라벨프리로 이어진 무라벨 적용 제품군 확대를 올해도 계속 이어나간다. 코카콜라는 2018년 지속가능한 사회와 환경을 위한 ‘World Without Waste’를 선언하고 2025년까지 모든 음료 용기를 재활용이 용이한 패키지로 교체하고, 2030년까지 음료 용기를 100% 수거 및 재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Z세대를 위한 마케팅 활동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Z세대와의 접점에서 소통할 수 있는 이색적이고 특별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내년도에도 트렌드를 리딩하는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작년 맥주 위탁 생산에 힘을 쏟았다. 수제맥주가 흥행하면서 롯데칠성음료는 맥주 위탁 생산으로 최근 하락하고 있던 공장 가동률을 높였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맥주 위탁 생산을 시작하면서 작년 공장 가동률이 기존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와 같은 상승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가 위탁 생산하고 있는 제주맥주와 곰표 밀맥주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위탁생산 계약업체를 기존 5개에서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수제맥주 시장은 오는 2024년까지 4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돼 전망이 밝다. 여기에 롯데칠성음료 제품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친환경 소비 트렌드 확산으로 무라벨 생수가 인기를 얻자 롯데칠성음료는 힘입어 무라벨 제품인 ‘아이시스8.0 ECO’의 300㎖ 소용량 제품을 출시하고 묶음용 포장재에 재생 원료를 섞은 친환경 포장으로 선보였다. ‘아이시스 ECO’는 현재 아이시스 브랜드 전체에서 10% 중후반까지 증가해 작년 1월부터 8월까지 약 1억 3000만 개(500㎖ 페트병 환산 기준)가 판매됐으며 라벨 포장재 절감량은 약 35톤에 이르게 됐다. 친환경 포장재는 아이시스8.0 ECO 1.5L 묶음 제품에도 도입하고 향후 500㎖, 2L 제품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친환경 활동에도 힘을 쏟았다. 작년 롯데칠성음료는 무라벨 제품을 출시하고, 분리배출된 페트병을 재활용해 굿즈로 만드는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7월부터 송추가마골 등 서울시내 11개 거래처(송추가마골 4개 점포, 코다차야 3개 점포, 화사랑화로구이 송파점, 동달식당 강남본점 등)에서 빈 생수 페트병을 직접 회수해 에코백, 유니폼 등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Re:Green 자원순환 캠페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부터는 지방권역 거래처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해당 거래처에 음용한 무라벨 아이시스 페트병만을 별도로 모을 수 있는 수거함을 지원하고 롯데칠성음료 배송담당자가 새 음료를 배송하면서 빈 페트병을 직접 회수하는 방식이다. 회수된 빈 페트병은 협력업체를 통해 업사이클링 제품 생산을 위한 재생원료로 만든다.

주류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7·8월 맥주 성수기 직전 시행됐기 때문에 국내 주류업계 전반이 유흥시장 영업에 직격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작년 유흥용 시장과 가정용 시장 비율은 코로나 이전에는 5 대 5에서 코로나 이후에는 3 대 7로 크게 변화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볍게 즐기는 홈술과 혼술이 일반적인 소비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가정시장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업계는 다양한 신제품 출시, 스페셜 패키지, 굿즈 패키지 등 코로나 시국에 맞는 다양한 마케팅을 선보였다.

오비맥주는 대표 맥주 브랜드 ‘카스’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감행, ‘올 뉴 카스(All New Cass)’를 선보이고, 한국인의 주식인 ‘쌀’을 함유한 대한민국 대표라거 프로젝트로 신제품 ‘한맥’을 선보였다. 올 뉴 카스에는 2021년 과감한 투자를 통해 투명병이라는 새로운 혁신을 감행했다. 병 디자인뿐 아니라 맛에서도 더욱 깔끔한 리퀴드(liquid)로 업그레이드했다. 오비맥주는 소비자들의 니즈와 시대상을 보다 깊이 반영해 진행한 리뉴얼을 통해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가정 시장을 중심으로 홈술ž혼술이 주요한 국내 주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오비맥주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비알코올 음료 ‘카스 0.0’와 저도수 제품 ‘호가든 보타닉’, ‘호가든 포멜로’를 연이어 출시했다. 이는 모두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나온 제품이다. 올 상반기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응원하는 ‘싹투어(SSAC Tour)’ 캠페인을 열어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매장을 카스 공식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수제맥주의 흥행에 따라 관련 브랜드와 제품 출시도 이어졌다. 오비맥주는 수제맥주 협업 전문 브랜드인 ‘KBC (KOREA BREWERS COLLECTIVE)’를 비롯, ‘핸드앤몰트(Hand&Malt)’ ‘구스아일랜드(Goose Island)’ 등 수제맥주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맛의 고품질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ESG 경영에도 힘썼다. 오비맥주는 최근 2025년까지 달성하고자 하는 ESG 경영 관련 목표를 세웠다. 사용 전력의 전량을 재생 에너지로 교체하고, 탄소 배출량을 2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이천, 광주, 청주에 위치한 3개 공장에 순차적으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 ‘RE100 자가소비형 태양광 발전 공동사업’ 착공식을 진행했다.

올해 오비맥주는 소비자와 시장의 현장 목소리에 더 가까이 귀 기울여서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올 뉴 카스, 한맥 등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대대적인 혁신을 단행한 것처럼 내년에도 소비자 만족을 위한 혁신이 계속할 것이며, 태양광 에너지 도입, 맥주 부산물 재활용 등 ESG 경영 활동 또한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컬래버레이션, 무알코올 제품 출시 등 소비 트렌드에 따라 제품을 출시함과 동시에 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기업 상생과 친환경 경영 기조를 바탕으로 한 행보를 보였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식품업계에서 가장 빠른 2012년에 무알코올 관련 제품을 내놨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브랜드 ‘하이트’의 무알콜 버전인 '하이트제로 0.00'은 작년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한 매출액을 기록했다.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은 8000만 캔을 돌파했다. 작년 연간 기준으로 매출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하이트진로는 젊은 세대와 홈술, 혼술을 즐기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해 지난 8월 빙그레와 손잡고 ‘메로나에이슬’을 출시했다. 하이트진로의 리큐르 소주인 '-에이슬' 시리즈에 빙그레 아이스를 결합한 '메로나에이슬'을 출시한 것.

또한 작년에 이어 가정간편식, 소형가전, 스포치 커즈게임 등 다양한 스타트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5월에도 전국 유명 맛집들의 대표메뉴를 밀키트 형태로 판매하는 아빠컴퍼니에 투자한 데 이어 6월에는 스피커 등 소형가전을 제작해 판매하는 리빙테크 기업 이디연에 투자하는 등 스타트업 투자를 이어갔다.

친환경 경영 기조를 바탕으로 한 제품 생산과 관련 활동도 다수 진행했다. 지역사회의 환경개선과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지역 환경청과 함께 중소기업 환경기술 멘토링을 이어갔으며 서울시·서울경찰청과 자전거 안전운전 캠페인 등 소비자 참여형 친환경 활동도 진행했다.

하이트진로는 2010년 참이슬 제품의 탄소성적 인증을 시작으로 주력제품 21종에 환경성 정보를 공개하는 환경성적표지 인증 확대로 업계 최초, 최다 환경성적표지 인증 제품 생산을 통한 기업브랜드 경쟁력 상승과 친환경제품 생산기반 조성, 기후변화 대응 능력을 키우겠다고 ESG경영 기업으로의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