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및 결산

[2020결산/2021전망] 라면, 내수·수출 호실적…3.2% 성장한 2조1500억 규모

곡산 2021. 1. 11. 07:47

[2020결산/2021전망] 라면, 내수·수출 호실적…3.2% 성장한 2조1500억 규모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1.01.11 02:15

영화 ‘기생충’ 통한 한국산 인지도 제고에 내식 바람 혜택
농심, 세계 최고 라면 선정 힘입어…글로벌 5위 업체 등극
삼양식품, 6000억대…불닭볶음면 등 해외 매출 58% 수준
오뚜기, 국외 사업 성장세…팔도 ‘도시락’ 러시아 국민라면

지난해 라면의 내수 판매와 수출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라면업계가 활짝 웃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외 할 것 없이 외부활동 자제와 내식 권고가 이어져 예년보다 라면 소비가 늘었고, K-POP · 기생충 등 한류효과로 국산 라면이 세계시장에서 주목 받으면서 수출량이 급증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 11월 열린 중국 광군제(光棍節)에서 삼양 불닭볶음면이 2019년의 두 배가 넘는 5055만 위안(약86억 원)의 실적을 기록하는 등 국산 라면 브랜드가 크게 주목 받았다.

△지난해 내식과 K-푸드 확산으로 국내 라면시장 규모가 전년대비 약 3% 성장한 2조1500억 원을 기록했고, 해외수출액은 약 28% 급증해 6억 달러를 넘어섰다.(사진=식품음료신문DB)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3분기까지 국내 라면시장은 전년대비 5.1% 성장한 약 1조6500억 규모로 분기 누적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4분기까지 예상되는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2조1500억 원이다. 이는 2조838억의 매출을 올린 2019년에 비해 3.2% 성장한 수치다.

또 지난달 21일 관세청은 작년 11월 기준 라면 수출액이 5억4972만 달러로 2019년 동기보다 28.4%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미 재작년 연간 수출액(4억6700만 달러)을 크게 뛰어 넘은 것으로 작년 총 라면 수출은 약 6억 달러(6천523억)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확산이 시작된 지난 2월,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 라면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고 이어진 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글로벌 라면 수요 증가 속 한국 라면 판매율이 동반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작년 전 세계 라면시장 규모는 약 412억 달러로 2019년 보다 약 11.3% 성장했다. 국산 라면 수출액은 2016년 2억9000만 달러에서 2017년 3억8000만 달러, 2018년 4억1000만 달러, 2019년 4억7000만 달러로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고, 작년에는 20~30%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각 사의 현지 공장과 법인에서 직접 생산·유통하는 물량까지 더해지면 외국서 소비되는 한국 라면 규모는 훨씬 커진다. 신년에도 국내 라면기업들은 해외 법인 설립과 시설 투자를 통한 현지 공략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농심은 지난해 영화 기생충의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노출효과와 뉴욕타임즈 등 세계 유명 언론의 신라면, 신라면블랙 세계최고 라면 선정에 힘입어 이미지 쇄신과 매출 증대 효과를 동시에 누렸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영향으로 그동안 서구권에서 간식으로 여겨졌던 라면이 식사대용으로 재평가 받으면서 자사 주력제품 매출이 급성장 한 것으로 분석했다.

농심의 지난 3분기까지 총 매출은 2조72억 원이다. 이 가운데 33.6%인 6748억 원이 해외매출이다. 농심 측은 연간 해외 총 매출액(수출+해외법인매출)이 9억9,000만 달러(약 1조746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4% 성장한 것으로 농심의 해외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신라면과 신라면블랙 제품으로만 해외 매출 3억9000만 달러(4천235억 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대형마트 내 농심라면 판촉 행사부스 모습.

미국, 중국 등 주요 해외법인에서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을 거뒀다. 특히 미국(캐나다 포함)법인 매출이 28% 성장한 3억2600만 달러(3천259억 원)를 기록해, 그간 최대 수출국으로 여기던 중국을 제치고 가장 큰 해외시장으로 떠올랐다.

농심은 지난 10월 유로모니터가 내놓은 세계라면 기업순위 5위에 랭크됐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5.7%로 전년보다 0.4% 상승했다.

새해에도 국내외 라면판매 호조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는 농심은 해외 공장 풀가동은 물론 내년 말 가동 예정인 미국 제2공장(LA인근)을 통해 북미·중남미 수요 공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또 라면시장 저변 확대를 위해 건면 사업을 꾸준하게 펼치는 한편 e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MZ세대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늘릴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년 해외사업 매출 목표는 작년보다 12% 높은 11억1000만 달러”라며 “올해 출시 35년을 맞는 신라면은 연매출 1조원의 메가 브랜드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오뚜기는 진짜장 등 베트남 현지서 생산하는 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매출이 급성장 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3분기 까지 누적 매출 1조9677억 원, 영업이익 1697억 원을 기록했다. 이 중 해외 매출은 약 9.5%인 1861억 원이다.

그동안 오뚜기는 경쟁사에 비해 현저히 낮은 해외 매출 비중을 늘리기 위해 내수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했고 수년간 소폭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미국과 베트남, 중국, 뉴질랜드에 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제2의 중국으로 불리는 베트남에서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1월 처음 베트남 현지법인을 설립한 후 유통망을 꾸준히 넓혀 호치민, 하노이, 다낭 등 거점 도시 중심에서 점차 그 폭을 확장하고 있다.

2018년부터 하노이 인근 박닌공장에서 진라면과 열라면, 북경짜장, 라면사리 등의 생산을 시작한 오뚜기는 최근 진라면을 비롯해 진짜장, 북경짜장 등 짜장라면이 인기를 끌면서 현지 매출이 오름세에 있다. 작년 상반기 베트남 매출은 전년대비 100% 이상 성장했다.

또 미국, 뉴질랜드 법인의 수익성도 개선됐다. 주로 원료를 한국에 수출하는 미국 법인의 작년 누적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45억 원, 38억 원으로 전년 동기(11억 원)대비 3배 넘게 성장했다. 또 재작년 적자를 냈던 뉴질랜드 법인도 작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중화권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대형유통 및 로컬마켓 입점이 급속히 늘고 있고 최근 유럽과 오세아니아, 중앙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은 동남아 시장을 겨냥해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3분기 까지 누적 매출은 4천975억 원이다. 이 가운데 57.6%인 2천864억 원이 해외 매출로 재작년(50.2%)보다 7% 늘었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은 국내 라면업체 가운데 가장 높다. 이 중 85.8%에 해당하는 2천460억 원이 불닭볶음면 단일 품목에서 발생한 것이 특징.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중국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상반기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늘었다. 618 쇼핑 축제에서 약 100억의 매출을 올렸다. 하반기에는 유명 왕홍(중국 인플루언서)의 타오바오 라이브 방송을 통해 단 5분 만에 불닭볶음면 65만 봉을 판매했다. 11월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에서는 5055만 위안(약8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해외라면 판매량 1위에 올랐다.

동남아 지역 수출액도 사상처음 1000억 원에 육박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60억 원에 불과했던 이 지역 수출은 2018년 760억 원으로 12배 이상 늘었고, 2019년 85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삼양 측은 무슬림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자사 제품에 할랄(Halal) 인증을 취득한 것이 매출 성장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미국과 유럽 매출도 성장했다. 특히 지난 3분기 미국 매출은 코로나로 인한 내식 증가와 코스트코 등 주류 마켓에 입점하면서 전년대비 140%까지 증가했다. 올해도 신 수출 국가로 거듭난 미국 내 판매처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팔도 도시락은 러시아 내 용기면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며 현지 ‘국민라면’으로 자리매김 했다.

팔도는 대표상품 ‘팔도비빔면’의 11월까지 국내 판매량이 약 1억2000만개로 지난해 동기 대비 7% 성장했다. 또 ‘왕뚜껑’ 판매량은 7800만개로 2% 늘었다.

해외 시장에서도 선전했다. 특히 국내산 수출 물량보다 해외 현지법인의 자체 판매량이 더 많았다. 작년 3분기까지 팔도의 러시아, 베트남 현지법인 라면매출은 각각 1천685억 원과 263억 원으로 국내 생산 총 수출액(896억 원)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팔도 도시락은 수년째 러시아 내 용기면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며 현지에서 ‘국민라면’으로 자리매김 했다. 러시아 매출액은 2010년부터 매년 10% 이상 증가해 지난 2018년 처음으로 연매출 100억 루블(1462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수량으로는 5억 개 가량 판매된 것으로 러시아인 1명당 3개씩 먹은 셈. 2019년까지 누적판매량은 54억 개에 이르고 현지 유통 법인 도시락루스는 2019년 사상최대인 407억의 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12월에는 러시아 연방대법원으로부터 ‘도시락’ 상표권 최종 승인을 받으면서 러시아 특허청(Rospatent)과 벌인 긴 공방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러시아 연방 상표권 등록이 가능해지면서 신년 현지 영업활동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팔도 관계자는 “점유율에서 증명하듯 러시아 곳곳에서 팔도의 도시락을 만날 수 있다”며 “일부 러시아인들이 라면이란 식품을 도시락이라고 부를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