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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식 vs 연하식…노인·환자용 케어푸드 주목

곡산 2019. 1. 6. 13:20

연화식 vs 연하식…노인·환자용 케어푸드 주목

박정규 기자  |  pjk76@newsis.com

등록 2018-12-11 11: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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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린푸드, 국내 최초 연화식 판매
【서울=뉴시스】박정규 기자 = 출산율은 낮아지는 대신 고령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국내에서도 노인이나 환자들을 겨냥한 '케어푸드'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2%인 '고령화사회'를 넘어 지난해 65세 이상이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한 데다 현 추세라면 2050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주로 병원식 등을 많이 제공하고 있는 급식업계를 위주로 케어푸드 공략에 나서고 있다. 씹는 기능, 삼키는 기능, 소화기능 등이 저하돼있는 노인층의 경우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으로 인해 식이요법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이를 위한 제품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케어푸드 시장이 병원과 요양원 등 노년층 중심의 실버푸드 시장에 머물러 있는 반면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가정간편식 트렌드 속에서 케어푸드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환자식, 노인식, 영유아식, 다이어트식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5년 24조2979억원 ▲2016년 25조5519억원 ▲2017년 26조6361억원 수준이었던 케어푸드 시장은 올해 28조786억원(이상 유로모니터 기준)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역시 ▲2015년 1조1110억원 ▲2016년 1조1488억원 ▲2017년 1조1878억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1조2282억원(이상 후지경제연구소 기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일본에서는 고령, 질병 등으로 섭식기능이 저하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개호식품(介護食品)' 시장에 유동식, 연화식, 연하식 등을 제조 판매하는 전문 제조업체 70여개가 진출해있다.

이처럼 케어푸드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내 식품업체들도 시장 선점을 위해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신세계푸드는 지난달 22일 일본의 '뉴트리(NUTRI)'와 한국형 케어푸드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키로 하는 협약을 맺었다. 뉴트리는 케어푸드 제조에 주로 사용하는 점도증진제(식품의 점도를 조절하는 소재) 분야에서 일본 내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영양요법 식품 제조 전문기업이다.

신세계푸드의 경우 케어푸드 가운데 '연하식(嚥下食)'에 중점을 두고 있다. 케어푸드의 경우 저작(咀嚼·음식을 입에 넣고 씹음)기능 저하를 보완하기 위한 '연화식(軟化食)'이나 노화로 인해 인두·식도 근육이 약해져 삼키는 행위(연하)가 곤란한 경우 이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돕는 연하식 등으로 제품군이 나뉜다.

연하식은 이 같은 삼킴곤란자를 위해 주로 점성 증가식품(점도조정식품), 디저트 기반식품, 수분보충 젤리 등의 제품이 주를 이룬다. 이 가운데 점도조정식품은 계속 확대되고 있는 시장으로 신세계푸드는 병원·요양시설뿐 아니라 기존 가정에서 치료 중이거나 퇴원한 노인 등을 위주로 소량팩, 가정간편식 등의 연하식을 내놓을 경우 시장에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신세계푸드는 내년 상반기에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를 론칭하고 병원식 중심의 기업 간 거래(B2B)를 넘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을 선보이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린푸드도 본격적으로 잇몸으로도 씹을 수 있는 연화식 제품을 선보이면서 케어푸드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연화식 특화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 소프트'를 론칭한 데 이어 올해 8월 국내 첫 연화식 기업 소비자 간 거래(B2C) 상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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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CJ프레시웨이의 연화식인 무스식. 2018.12.11(사진=CJ프레시웨이 제공) photo@newsis.com
국내에서 가정간편식(HMR) 형태의 연화식 제품을 선보인 것은 현대그린푸드가 처음이다. 기존에는 병원식 등을 통해 B2B 상품으로 연화식 제품을 제공해왔다.

현대그린푸드는 앞서 지난해부터 연화식 상용화를 위해 10여명의 임상 영양사와 전문 셰프들로 구성된 별도의 연화식 연구·개발(R&D) 프로젝트팀을 꾸렸고 연화식 특허 출원과 전문 제조시설 등을 추진했다.

특히 경기 성남에서 내년 1분기 완공 예정인 하루 평균 약 40만명분의 생산능력을 목표의 600억원 규모 스마트 푸드센터를 통해 이 같은 연화식 상품 전용 생산라인을 갖출 계획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이번 연화식 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연화식 제품군을 육류와 생선류를 중심으로 최대 100여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에 B2B 경로를 중심으로 케어푸드를 제공하고 있는 CJ프레시웨이도 시장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주로 대형병원을 비롯해 복지관 요양원 등을 대상으로 식자재 공급 및 병원 환자식을 제공하면서 연하곤란식의 일종인 무스식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인 무스식은 식재료를 갈거나 다져서 원밀(One Meal) 형태로 제공하는데 이럴 경우 환자나 고령자는 먹는 즐거움을 잃게 되고 식욕 부진을 동반하는 점을 감안해 영양 및 섭취를 원활하게 하면서 먹는 즐거움도 함께 제공할 수 있도록 다진 재료들을 다시 원재료 모양으로 만들어서 제공한다.

또 최근에는 CJ제일제당, 서울 강남세브란스 병원과 함께 케어푸드 시장 개척에 본격 착수했다. CJ제일제당이 식품제조 기술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CJ프레시웨이는 이를 환자 일반식이나 실버 요양시설 등 단체급식 경로를 통해 시범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고령사회로 접어든 만큼 노인을 대상으로 한 케어푸드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있다"며 "이를 감안해 업계에서도 시장 변화에 주목하면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