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주류시장은 시장점유율을 놓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한 해였다. 특히 기름 냄새가 나는 이른바 ‘경유소주’와 알칼리환원수 논란 등 관련 업체 간 비방과 소송이 잇따랐는가 하면 맥주 시장 점유율 경쟁으로 인한 한국주류산업협회 출고량 공개 중단 등 내내 혼탁한 양상을 보였다. 게다가 양잿물 맥주, 국산 맥주 맛 논란, 오비맥주 매각설 등 굵직 굵직한 이슈가 끊이지 않았으며, 지난 몇 년간 수입맥주 시장 강자로 군림하던 일본산 맥주가 방사능 논란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며 판매량이 줄기도 했다. 주류 시장은 올해에도 작년에 이어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정부 규제 강화로 마케팅 활동 제한, 할인점 비중 축소 등 업계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1~2인 가구 증가 및 편의점 비중 확대로 인한 가정 시장의 비중이 높아지고, 술자리의 2~3차 비중 감소 및 폭탄주 인기 등으로 저도주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 진입, 에일맥주 출시 등 맥주 시장 경쟁 가열 작년 국내 맥주시장은 정부 규제 강화와 세븐 브로이, 제주맥주 등 신규 제조사의 등장, 수입 맥주의 약진 등으로 치열한 한해를 보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맥주 시장 규모는 약 4조 원가량으로, 업계 1위인 오비맥주의 점유율이 약 58%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수입맥주들의 브랜드 파워가 높아지면서 국산 맥주가 맛없다는 편견이 확산돼 청량감이 뛰어난 라거맥주가 대세였던 업계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가 진한 맛의 유럽식 맥주로 알려진 에일 타입 맥주 2종을 작년 하반기 선보인데 이어 오비맥주도 1~2월 경에 에일맥주를 출시할 예정이다. 양사는 에일맥주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수입맥주와 정면대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1%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전 세계 맥주시장에서는 약 3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에일맥주 시장이 활짝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변화는 올해에도 이어져 맥주 시장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롯데주류가 상반기 내 맥주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맥주 시장 진입을 예고하고 있어 기존 2강 체제에서 3강 체제로의 시장 재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년 4월 하우스 맥주의 외부유통을 골자로 한 ‘주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데다, 수입맥주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본 방사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수입맥주 시장 1위였던 일본맥주의 판매 저하로 이어져 일본 외 지역 맥주들의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수입맥주 시장 내에서의 경쟁도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오비맥주의 대주주인 KKR이 보유지분을 벨기에 인베브사로 재매각할 것이란 소문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으로, 매각이 실현될 경우 맥주 시장 판도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기에 하이트진로의 영업조직 통합에 따른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신제품 출시, 공격적 마케팅 등을 전개하고 있어 1위 싸움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오비맥주는 ‘카스’와 ‘OB골든라거’를 양대축으로 대중맥주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별화 및 다각화, 에일맥주 출시 등을 통해 변화하는 소비패턴에 적극 대응, 시장 1위를 공고히 한다는 방침. 업계에서는 오비맥주의 매각 가치가 4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롯데주류 진입, 하우스맥주 외부 유통 허용, 수입맥주 성장, 에일맥주 출시, 가정 시장 중요도 상승 등의 변화와 함께 스포츠 특수까지 예정돼 있어 시장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이는 최근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국내 맥주 시장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소주 등 저도주 강세 속 지방 브랜드 고성장 무학 공장 증설 수도권 진출 - 2위 자리 넘봐 ◇소주시장, 롯데주류-무학 2위 싸움 본격화
작년 주류 시장의 핵심 트렌드는 저도주였다. 위스키 등 고도 주류의 소비는 감소하고 와인과 맥주 등 저도주 매출이 상승했으며, 믹싱주 시장도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소주시장에서는 저도주 트렌드가 시장 판도까지 흔드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저도주가 강세인 부산·경남 지역의 경우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쏘달’이 출시 1년만에 누적판매량 200만병을 넘어섰으며, 무학소주는 저도 소주 ‘좋은데이’로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이며 부산 지역에서만 7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하이트진로 ‘참이슬’이 굳건하게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무학은 롯데주류와의 격차를 급격히 좁혀 나가며 치열한 2위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무학은 2012년 롯데주류 점유율에 불과 1.5%p 부족한 13.3%를 기록하며 바짝 따라 붙고 있는 상황으로, 작년 2월에는 13.5%를 차지해 롯데주류(12.5%)를 앞지르기도 했다. 소주 시장에서의 2위 싸움은 올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무학이 작년 11월 창원 중리공단에 월 최대 생산량 7000만 병 설비의 2공장을 준공, 올 하반기 수도권 진출을 선언한 것. 이는 국내 소주 소비량의 30%에 해당하는 양으로, 무학은 이를 통해 전국 점유율 2위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다.
이에 롯데주류는 국내 및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지역별 차별화 마케팅을 더욱 강화해 점유율을 높이는 한편 일본, 미국, 중국 등 기존 진출한 해외시장에서의 영업력 강화 및 지역별 선호에 맞는 제품 진출, 교민·현지인 시장 대상 영업망 확장을 비롯해 동남아, 유럽 등 신규 시장 개척 등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방침이다. ◇막걸리 시장 재도약 박차 막걸리 시장은 지난 2012년에 이어 작년에도 여전히 지속 감소세를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1월까지 막걸리 출하량은 35만400㎘로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막걸리 시장의 침체 원인으로 소맥의 인기와 수입맥주의 약진을 꼽았다. 또한 막걸리 업계가 대부분 영세 업체로 이뤄져 있어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 및 연구 개발 등에 소극적이었던 점도 시장 성장의 한계로 지적됐다. 게다가 막걸리의 중소기업 적합품목 지정으로 대기업 참여가 불가능해지면서 시장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것도 막걸리 시장 전체의 침체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작년부터 업계, 정부, 학계가 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먼저 각 업체들은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국순당은 작년 4월 ‘대박’ 막걸리를 선보였으며, 배상면주가는 ‘유기농막걸리’, 참살이는 ‘꿀 막걸리’, 서울장수는 농협중앙회와 손잡고 ‘홍삼장(長)막걸리’를 개발해 출시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양조장 내외부 환경개선·주질 관리·체험프로그램 개발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전통주 산업의 6차산업화’를 추진했으며, 6월에는 전국 막걸리 제조사 120여 업체와 막걸리 산업 및 문화관련 30여 단체가 모여 ‘막걸리협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막걸리협회는 막걸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해 ‘막걸리의 역사 및 문화 세미나’를 12월에 개최한 바 있으며 올해에도 관련 준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