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양사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2008년 우유업계 시장점유율은 서울우유가 23.3%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이어 한국야쿠르트(19.2%), 남양유업(11.4%), 매일유업(10.0%), 빙그레(7.9%) 순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두 라이벌 기업은 점유율과 매출 등에선 남양유업이 다소 앞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1조280억원의 매출과 76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매일유업은 9천95억원의 매출과 순이익 21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원한 라이벌로만 여겨졌던 이 두 회사는 때론 손을 잡기도 했다. 가격 담합이 그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4일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컵커피 제품가격 담합 사실을 적발해 양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74억3천700만원과 53억7천600만원 등 모두 1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키로 했다.
적과의 동침이 있었다면 ‘배신’이라는 충격적인 반전도 뒤따른다. 매일유업은 이번 가격담합 적발에 대해 과징금을 내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24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매일유업이 컵커피 제품가격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함에 따라 리니언시(Leniency) 제도를 통해 과징금과 형사고발이 면제된다는 것이다.
리니언시제도는 담합행위를 한 기업들에게 자진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담합 사실을 처음 신고한 업체에게는 과징금 100%를 면제해주고, 2순위 신고자에게는 50%를 면제해준다. 또 형사고발 제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당초 이 제도는 상호 간의 불신을 자극해 담합을 방지하는 효과를 위해 마련됐지만 매출액이 클수록 과징금이 많아지기 때문에 담합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본 기업이 자진신고를 통해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한계도 지적돼 왔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당시 매일유업 측이 먼저 담합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말 그대로 ‘배신당했다’는 것이다.
반면 매일유업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먼저 담합을 제한한적도 없었으며, 리니언시 역시 공정위로부터 어떠한 통보도 받은바 없어 ´과징금을 면제받는다´는 설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두 회사간의 갈등은 지난해부터 붉어진 ‘포르말린 우유’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르말린 우유로 불린 ‘포름알데히드 우유 파동’은 지난해 10월 남양유업 중앙연구소의 한 직원이 농림수산식품부 홈페이지에 매일유업의 ‘앱솔루트W’는 포름알데히드가 포함된 사료를 먹인 젖소에서 생산한 원유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포름알데히드는 메탄올을 산화시켜 얻는 기체로 이를 통해 살균제, 살충제 등에 쓰는 포르말린을 만들 수 있다.
이 소동은 지난 5월 국립수의과학검역원(현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이 매일유업 등 국내 4개 업체의 우유제품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극소량 검출됐지만 안전한 수준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일단락 됐지만 당시 매일유업은 매출과 이미지에 상당한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간의 치열한 경쟁이 이른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업계의 우려는 여기서 비롯됐다.
가공유 시장을 집중 공략하기 시작한 것. 매일유업은 가공유 ‘우유속에’ 시리즈의 패키지 디자인 리뉴얼과 용량 증가 등을 통해 상반기 가공유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AC닐슨이 최근 발표한 지난 4~5월간의 가공유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매일유업의 점유율은 19.7%로 빙그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특히 매일유업은 빙그레, 서울우유, 남양유업의 점유율이 모두 하락한 가운데 유일하게 전기 대비 상승세를 보이며 사상 처음으로 2위에 올라섰다.
반면 이들에게도 위기는 있다. 최근 구제역 파동 등으로 인해 원유 공급이 급격히 줄었다. 늦은 오후시간에는 대형마트 등에서는 우유가 동이나 우유를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구제역 등으로 공급이 줄어 오히려 수요를 줄여야 하는 판국”이라며 “최근 유업계는 B2B 거래처의 공급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서울우유는 다소 여유로운 모습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2005년 9월 ‘1급A 서울우유’를 출시하면서 국내 유업계의 ‘1등급 우유’ 열풍을 불러오는가 하면 2009년 7월 유업계 최초로 흰 우유 제품에 제조일자 병행표기를 시작하는 등 업계 선두기업으로서의 위치를 다지고 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1937년 창립 이래 74년 동안 사업방향을 다각화하기 보다는 신선하고 질 높은 유제품을 공급하는데 사업을 집중해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