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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강력한 리더십 필요" 오너일가 친정체제 강화

곡산 2009. 3. 13. 18:57
"지금은 강력한 리더십 필요" 오너일가 친정체제 강화
SK, 최태원_재원 형제경영
두산·금호아시아나·한화등도
등기이사로 경영일선 복귀

이종배기자 ljb@sed.co.kr
맹준호기자 nex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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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정기주총을 통해 대기업 오너 일가의 친정체제 구축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돌파를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기도 했던 ‘오너경영’이 다시 위기를 맞아 부활하고 있는 것.

SK그룹의 지주회사 SK㈜와 핵심계열사 SK텔레콤은 13일 각각 주주총회를 열고 최태원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 겸 SK가스 대표를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최태원-재원 형제는 세명의 그룹 지주회사 등기 이사 중 두자리를 차지하며 본격적인 형제경영 체제의 닻을 올렸다.

최 부회장은 SK텔레콤에서 일하다 2004년 SK글로벌 사태 때 오너 일가가 책임을 진다는 이유로 핵심계열사 경영에서 손을 뗀 뒤 이번에 5년 만에 그룹 경영 전면에 등장하게 됐다. 최 부회장은 SK㈜와 SK텔레콤에서 비상근 이사로만 활동할 예정이지만 앞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최 부회장에게 SK㈜와 SK텔레콤 이사회 멤버로 활동할 것을 권한 것으로 안다”면서 “SK그룹은 이사회 중심 경영이 자리잡은 기업이라 오너 형제가 이사회 멤버로서 책임경영에 나선다는 의미”고 설명했다.

두산그룹도 오는 27일 열리는 주총에서 오너 친정체제를 구축한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로 변신하는 두산은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과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 등 오너 일가 3명을 동시에 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임기가 끝나는 박정원 두산건설 부회장도 이사로 재선임한다. 현재 등기 이사인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까지 합치면 7명의 사내 이사 중 5명이 총수 일가라 글자 그대로 오너경영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밖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회장도 27일 열리는 금호산업 주총에서 등기 이사로 재선임돼 친정체제를 이어갈 예정이다. 박삼구 회장은 같은날 열리는 대우건설의 주총에서도 등기 이사로 재선임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20일 한화석유화학 주총에서 이사로 복귀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이미 지난해 9월 ㈜한화를 비롯해 한화건설ㆍ한화L&Cㆍ한화테크엠ㆍ한화갤러리아 등의 주총에서 해당 회사 등기 대표이사로 경영일선에 복귀해 현재 모두 6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이번에 그룹의 주요 자금줄인 한화석화에서도 경영권을 행사하게 된다.

유진그룹도 유경선 회장이 그룹 진두지휘에 나섰다. 유진그룹은 사의를 표명한 전문경영인 주영민 전략담당 사장과 김종욱 재무담당 사장의 자리는 공석으로 두기로 하고 오너가 직접 나서기로 했다. 이밖에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도 롯데제과 이사로 재선임되는 등 불황 속에서 재계 오너들의 친정체제가 유지 또는 강화되는 추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오너 경영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요즘처럼 어려울 때 전문경영인 체제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 같은 오너일가 경영 추세는 다른 그룹에도 확산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