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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골목엔 뭔가 있다]<1>방산시장 베이커리 골목

곡산 2008. 11. 25. 00:23
[그 골목엔 뭔가 있다]<1>방산시장 베이커리 골목



서울 중구 주교동 방산시장베이커리 골목에 가면 제빵·제과 기구와 각종 재료, 포장지를 한 번에 구입할 수 있다. 한 베이커리 가게의 직원이 하트와 별 모양의 빵틀과 재료를 정리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동아일보는 서울과 수도권에 보석처럼 숨어 있는 골목이나 거리를 발굴해 소개하는 ‘그 골목엔 뭔가 있다’를 매주 월요일에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의 색다른 모습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빵 과자 재료-도구 5000종 ‘달콤한 손짓’

파우더에서 포장지-박스까지 가게 10여곳 가득

‘나만의 빵과 쿠키’ 홈베이킹 전문 명소 자리잡아


“야, 이 박스 봐봐. 너무 귀엽지.” “이게 싸면서도 더 깔끔하지 않을까.”

앳된 얼굴의 20대 여성 둘은 빵을 포장할 재료를 고르며 고민을 거듭했다. 그들의 양손에는 이미 베이킹파우더에서 초콜릿까지 달콤한 제빵 재료들이 가득 들려 있었다.

빼빼로데이나 밸런타인데이 무렵이면 자신의 손으로 빼빼로나 초콜릿을 만들어 선물하려는 여성들로 더욱 분주해지는 곳. 자신만의 ‘빵’과 ‘쿠키’를 기대하며 행복한 고민에 빠진 여성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곳.

여기는 서울 중구 주교동 방산시장 안에 있는 ‘베이커리 골목’이다.

○ 제빵에 관련된 모든 것이 모인 달콤한 골목


방산시장의 베이커리 골목을 찾기 위해선 방산시장이라는 대형 현판이 걸려 있는 입구를 지나서 골목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제빵 제과 전문 가게들은 10개 내외. 걸어서 한 10분이면 왔다 갔다 할 정도로 골목의 규모가 크지도 않다. 하지만 이곳은 홈 베이킹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꼭 한 번 둘러봐야 하는 곳’이다.

일단 제과 기구와 도구, 재료를 한 번에 살 수 있다. 이를 담아낼 포장지와 박스를 파는 상점들이 모두 한곳에 모여 있다는 것도 이 골목만의 매력이다.

방산시장은 1987년 인쇄업체들이 모여서 만든 시장이다. 그래서 각종 인쇄물과 포장지 등을 파는 가게가 곳곳에 있다.

머핀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면 한걸음에 머핀 모양 틀과 베이킹파우더와 초콜릿, 그리고 이를 예쁘게 포장할 비닐 포장지와 색깔 고운 박스를 살 수 있다.

재료와 도구의 다양성도 빼놓을 수 없다. 홈 베이킹이 대중화됨에 따라 대형마트에서 살 수 있는 베이킹 재료들이 늘어났지만 아직 방산시장과 비교하긴 이르다.

방산시장의 가게들은 보통 5000여 종의 제과 재료 품목을 갖추고 있다. 베이킹파우더라도 그 질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들을 갖추고 있다.

가게 이름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베이커리 도구와 틀을 파는 곳은 이름이 주로 ‘공업사’로 끝난다. 베이킹파우더, 초콜릿 등 각종 베이커리 재료를 파는 곳에는 ‘식품’ 또는 ‘상회’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포장 재료와 박스를 사려면 주로 ‘재료’라는 이름이 붙은 가게를 찾으면 된다.

○ 제과점 단골에서 홈 베이킹족의 천국으로

원래 이곳의 가게들은 방산시장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인 1960년대부터 제과점에 물품을 대는 도매상 밀집지로 유명했다. 제과점에 들어갈 기구를 파는 곳이 먼저 생겼고, 자연스럽게 그 옆에 재료상이 자리 잡아 베이커리 골목이 됐다.

하지만 40년 이상 영광을 누렸던 베이커리 골목은 몇 해 전부터 동네 빵집들이 유명 베이커리 전문점에 밀려 하나 둘씩 문을 닫으면서 변화의 길을 찾고 있다.

이 골목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해 온 창진상회 장명식(49) 사장은 “이제 이 골목 가게들 대부분이 홈 베이킹 전문으로 변신해 몇몇은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해 영업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