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에 공략당한 지중해 다이어트
톡톡 튀는 글로벌 과학이야기 (5)
2008년 08월 06일(수)
사실 지중해 다이어트는 원래 가난한 사람들의 식단이었다. 그들은 농업에 종사하면서 육체적으로는 많은 노동을 하지만 고기를 사먹을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몇 십 년 동안 그들의 작업패턴이 북유럽 사람들처럼 앉아서 하는(sedentary) 형태로 바뀌었다. 수입이 늘었지만 요리에 할애할 시간이 부족했다. 슈퍼마켓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편의를 제공하면서 직업을 가진 바쁜 어머니들을 유혹했다. 집안에서 하는 지중해 식단은 점차 슈퍼마켓이 제공하는 염분과 당분이 많고, 지방이 많은 육류가 대신했다. FAO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한 경제학자는 이를 두고 “이 지역의 유명한 다이어트가 썩어 들어가 빈사상태(moribund state)에 이르렀다”는 재미 있는 표현을 썼다. “유명한 다이어트 빈사상태에 이르러” 지중해 다이어트가 좋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2005년 한 연구에 따르면 심지어 60이 된 노인이라도 채소와 과일, 그리고 생선을 먹고 육류나 유제품을 멀리하는 지중해 다이어트를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최소한 1년은 더 산다는 결과가 나왔다. 소비자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올리브 기름과 신선한 생선에 바탕을 둔 지중해의 건강식단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고 대신 과체중과 당뇨가 증가해 새로운 사회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 달리 지중해 국가가 아닌 영국을 비롯한 다른 EU회원국들은 오히려 올리브 기름이나 샐러드를 더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비록 운동부족으로 이렇다 할 효과가 나타나지 않지만 지중해 식단을 장려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의 지중해 침공은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모로코를 비롯한 지중해 연안 북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위세를 떨치고 있다.
패스트푸드로 상황이 악화된 지중해 국가들은 최근 지중해 다이어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파올로 드 카스트로 전 이탈리아 농무부 장관도 이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이렇게 외치고 있다. “지중해 다이어트는 우리가 지키고 보해야 할 위대한 유산입니다. 과학이 바로 그러한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지중해 국가의 오랜 문화로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지켜야 할 문화적 유산입니다.” 외치는 소리가 공허한 메아리가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패스트푸드에 한번 빠진 입맛이 다시 돌아오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음식은 전통이자 문화며 오랫동안 축적된 습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라고 예외가 아니다. 전통적인 식단을 차리는 가정은 그렇게 많지 않다. 지중해 국가들처럼 이제야 우리도 궁중음식이니 사찰음식이니 하면서 전통음식 찾기에 노력하고 있다. 아마도 빼앗긴 기간으로 본다면 우리가 더 길지 모르겠다. 비단 음식에서만이 아니다. 약간의 편의를 위해서 버린 과거의 전통이나 문화를 복원하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문화와 전통의 중요성을 지중해 다이어트에서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참고로 과체중 톱 10에 속한 유럽회원국을 소개한다. 4개국이 지중해 연안국가다. 1. 그리스: 75.6%(과체중), 26.2%(당뇨) 2. 핀란드: 63. 8%, 18% 3. 독일: 63.7%, 19.7% 4. 영국: 62.5%, 18.7% 5. 오스트리아: 59%, 14.8% 6. 스페인: 55.7%, 15.6% 7. 포르투갈: 55.5%, 15.6% 8. 이탈리아:51.9%, 12.2% 9. 덴마크: 50.7%, 9.6% 10. 아일랜드: 50%, 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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