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시장동향

[마켓대전] 분유 업체 시장 쟁탈전

곡산 2008. 7. 13. 20:58

[마켓대전] 분유 업체 시장 쟁탈전

일요신문 | 기사입력 2008.06.13 17:30



물가상승률이 6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서민들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근심은 더하다. 정부가 지정한 물가관리품목이기도 한 유아용품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 조제분유도 그중 하나다. 조제분유 시장은 2000년대 들어 저출산 모유수유 확대 등으로 인해 점점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최근 원유(原乳)가 곡물가 등의 상승으로 더욱 위축되고 있다. 현재 조제분유 시장은 남양유업매일유업이 1위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일동후디스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위기에 빠진 조제분유 업체들의 치열한 생존경쟁, 그 '깡통뚜껑'을 따봤다.

남양유업은 1967년 국내 최초의 조제분유 '남양분유'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 조제분유 시장에선 미군부대 PX에서 유출되거나 일본에서 들여온 제품이 유통됐을 뿐이다. 남양유업은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고 그 이후 40년여 동안 제조분유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아 왔다. 특히 1996년부터 생산한 '아기사랑'은 남양유업 최고 히트 상품으로 손꼽힌다. 남양유업 측은 "아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먹거리'가 없던 시절, 우리 손으로 만든 조제분유를 최초로 공급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자평했다.

줄곧 점유율 50%를 넘기며 시장을 지배하던 남양유업에게 위기가 닥친 것은 지난 2006년 9월. 남양유업이 생산하던 '알프스 산양분유'에서 사카자키균이 검출된 것이다. 신생아들에게 이 균이 들어가면 발작을 일으키거나 패혈증에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남양유업 조제분유의 매출액은 급감했고 시장 점유율도 30% 후반으로 떨어졌다. 일부 유통매장에서는 제품이 철수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떨어진 판매량을 회복하고자 조제분유 공장을 완전히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최첨단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해 사카자키균은 물론 어떠한 이물질도 들어갈 수 없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한 100% 품질 보증제를 실시해 문제가 있는 제품은 환불조치를 하는 등 완벽한 피해보상 방침을 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떨어진 점유율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도 조제분유는 음료 우유 등보다 매출액이 적다고 한다. 한때 전체 매출액의 50%를 넘게 차지했지만 지금은 약 15% 수준인 것. 남양유업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 여전히 점유율은 우리가 1등"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남양유업에서 가장 잘 팔린 조제분유는 'XO' 시리즈다. 최대한 모유 성분과 비슷하게 만들었다는 XO 시리즈는 국내뿐 아니라 저가 분유가 주를 이루고 있는 베트남 인도 중국 등지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비교적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잘 팔리고 있는 것은 그만큼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세를 몰아 국내에서도 1위 자리를 수성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업계 라이벌인 매일유업은 1974년 '맘마분유'라는 제품으로 조제분유 시장에 뛰어들었다. 초반에는 남양분유에 밀려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점차 판매량이 늘어나더니 1980년대부터는 남양유업과 치열한 1위 경쟁을 벌였다. 지난해 점유율은 34%. 매일유업은 "지난해 우리와 남양유업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거의 비슷하거나 우리가 다소 앞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일유업에 따르면 2006년 남양유업이 사카자키균 파동으로 어려움을 겪은 이후 점유율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고 한다.

하지만 매일유업도 이물질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지난해 7월 매일유업 조제분유에서도 사카자키균이 검출됐던 것. 업계 1위 남양유업에 이어 2위인 매일유업 제품에서도 이 균이 나오자 소비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 때문에 매일유업 조제분유의 판매도 주춤했다.

매일유업은 그 이후 150억 원가량을 투자해 특수 살균기를 자체 개발했다. 이 장치는 병원성 미생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획기적인 기술을 적용했다고 한다. 또한 제품의 모든 생산과정이 최첨단 무균화자동화시스템으로 진행되어 안전성을 높였다. 매일유업은 "국내 업계 중 최초로 갖춘 설비로 유아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자랑했다.

지난해 매일유업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앱솔루트 궁'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프리미엄 제품은 일반 조제분유보다 더 잘 팔리고 있다. 돈을 더 주더라도 자녀들에게 좋은 분유를 먹이고자 하는 엄마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매일유업도 2002년에 '앱솔루트 명작'을 출시했고 그 후속작이 바로 지난해 2월 나온 앱솔루트 궁이다. 이 제품은 단일제품으로는 최다 판매를 기록했을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매일유업은 앱솔루트 궁의 인기 비결에 대해 "조제분유 중 소화가 가장 잘 되는 제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매일유업은 주부들에게 이미지가 좋은 배우 정혜영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계속된 조제분유의 안전성 논란을 불식시키고자 자사 공장을 견학할 수 있는 '안전 안심 현장견학'을 진행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가장 앞선 노하우로 믿고 먹을 수 있는 조제분유를 생산하겠다"라고 밝혔다.

일동제약 계열사인 일동후디스는 1996년 남양산업을 인수한 후 조제분유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지만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양분하고 있던 시장에 안착하는 데 실패했다. 그후 IMF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일동후디스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후디스 트루맘'을 출시하고 나서부터다. 지난해 점유율은 20%를 넘어섰고 매출액은 920억 원가량이라고 한다. 1996년 점유율과 매출액이 각각 4%, 99억 원이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남양유업이나 매일유업에서는 일동후디스가 조제분유 시장에서의 경력이 짧은 것을 거론하며 "우리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일동후디스는 "국내 최초의 이유식 '아기밀'을 생산한 남양산업의 노하우에 모회사인 일동제약의 기술이 더해져 고품격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라고 받아쳤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업계 최초로 로하스 인증을 받았다"라고도 했다. 로하스 인증은 한국표준협회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공헌한 기업에게 수여하는 마크다.

지난해 일동후디스에서 가장 잘 팔린 것은 '트루맘 뉴클래스'다. 이 제품은 국내 최초로 알레르기와 아토피를 예방할 수 있는 성분을 가미했다는 것이 특징. 또한 모유성분을 강화했다고 한다. 일동후디스는 올해 3월 기존 제품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명품분유 3종을 새롭게 출시하기도 했다. 신제품 가격은 기존 제품보다 15%가량 비싸다. 일동후디스는 "원가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렸지만 품질은 시중 제품 중 가장 우수하다"라고 주장했다.

일동후디스의 광고모델은 배우 박주미다. 단아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기업 이미지와 맞기 때문에 발탁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청정지역인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100% 자연 방목한 소에서 나온 원유로 만들어 신선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점유율이 갈수록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