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대전] 끓어 오르는 용기면 시장
일요신문 | 기사입력 2008.07.07 12:49
용기면(일명 사발면)은 여름 휴가철 꼭 챙겨야 할 필수품으로도 꼽힌다. 때문에 7~8월이 성수기라 할 수 있다. 현재 약 5000억 원 규모인 용기면 시장은 전체 라면시장에서 3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이물질 파동, 촛불시위, 가격 담합 의혹 등 여러 이슈로 인해 라면시장 전체가 어수선한 상황이다. 봉지라면은 물론 용기면 시장 '지존' 농심은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듯하다. 아직은 격차가 한참 나지만 농심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2위 삼양과 3위 한국야쿠르트가 치고 올라올 기세를 보이고 있다. 한여름을 앞두고 벌써부터 뜨겁게 끓고 있는 용기면 시장의 뚜껑을 열어봤다.
농심은 자타가 공인하는 라면시장 1위다. 지난해에도 봉지라면과 용기면 모두 점유율 70%가 넘었다. 농심은 1967년 라면 사업에 뛰어든 이후 줄곧 삼양식품에 뒤졌으나 1980년대 들어 너구리 짜파게티 신라면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1위로 등극했다. 농심의 최초 용기면은 1981년 선보인 '사발면'으로 이후 용기면의 대명사가 됐다. 농심에서는 "농심이 라면시장의 최강자로 설 수 있었던 계기가 바로 사발면을 출시하면서부터다"라고 말한다.
최근 농심은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정 신문사에 광고를 냈다는 이유로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악재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신라면에서 바퀴벌레가 발견됐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 중이며 공정거래위원회도 농심을 포함한 라면회사들의 가격 담합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때문인지 용기면 판매량은 예년 같은 기간 비해 다소 줄어들었다고 한다. 농심은 "억울하다. 이번에 그 신문사에 광고를 낸 곳은 대행사일 뿐이다. 우리는 원래 인쇄매체에 대해서는 광고를 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안 할 예정이다. 이물질 논란이나 가격 담합 문제는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농심은 현재 25개의 용기면을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신라면 컵'이다. 농심은 지난해 출시한 프리미엄 용기면 '건면세대' 시리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농심은 "건면세대가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어 용기면 시장 최강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농심은 휴가철을 맞아 대리점을 중심으로 휴양지에서의 개별적 판촉활동을 장려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오랫동안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용기면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의 차이를 소비자들이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삼양식품은 1963년 국내 최초의 라면 '삼양라면'을 출시했다. 1972년에는 역시 국내 최초 용기면인 '삼양 컵라면'을 선보였다. 삼양식품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점유율 60%를 넘기며 용기면 시장 1위를 차지했었지만 1986년부터 농심에게 1위 자리를 내주며 10%대로 내려앉았다. 1989년엔 '우지파동'(라면을 공업용 쇠기름으로 튀겼다고 해서 점화된 사건)으로 부도 직전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삼양은 우지파동과 관련해 8년간의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결국 1997년 대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후 전열을 재정비해 판매량을 늘려 지난해엔 용기면 시장에서 15%가량의 점유율로 2위에 올랐다.
최근 삼양식품은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삼양식품은 6월 중순경 자사 용기면에서 금속성 너트가 발견돼 소비자들로부터 큰 지탄을 받았다. 그런데 이 사실을 한 언론사가 보도하자 되레 상황은 반전됐다. 삼양식품이 광고를 주지 않아 보복성으로 기사가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 이후 몇몇 사이트에서는 삼양라면 구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삼양식품 용기면 판매량은 예년에 비해 증가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삼양식품 주가도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6월 2일 1만 5800원이던 주가는 3만 원대로 치솟았다. 삼양식품은 "사실 우리는 그동안 원래 인쇄매체에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 조금 잘못 알려졌다. 따라서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조심스럽다"라고 전했다.
현재 삼양라면은 13개의 용기면을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에는 '컵 삼양라면'이 제일 잘 팔렸다. 특히 농심 건면세대와 '동급'인 '맛있는 라면'은 현재 삼양식품이 주력으로 생각하고 있는 제품이다. 가격은 건면세대보다 250원 비싸지만 60여 종류의 재료를 넣어 국물 맛이 풍부하다는 게 장점이라고 한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맛있는 라면에 이어 올해엔 프리미엄 용기면인 '대관령 황태라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기도 했지만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용기면 시장에서 농심과의 점유율 격차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야쿠르트는 1983년 라면시장에 뛰어든 이후 2년 만에 용기면인 '모두모두 육개장'을 출시했다. 지난해엔 용기면 시장에서 점유율 12%, 매출액 600억 원가량으로 3위를 차지했다. 농심과 삼양식품 등 대부분의 라면 업체들에서는 봉지라면이 용기면보다 월등하게 많이 팔린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는 용기면이 봉지라면보다 더 많이 팔린다고 한다. 지난해에도 용기면과 봉지라면의 비율은 59 대 41로 용기면이 앞섰다. 한국야쿠르트가 전체 라면시장에서 4위지만 용기면 시장에서만큼은 3위에 랭크돼 있는 이유다. 한국야쿠르트는 "우리는 다른 곳과 달리 용기면이 주력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야쿠르트가 용기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1986년에 나온 '왕뚜껑' 덕분이다. 한국야쿠르트의 용기면 중 최고의 히트상품인 왕뚜껑은 한국야쿠르트 제품으로는 유일하게 매년 단일제품 판매량 10위 안에 들고 있다. 또한 같은 해에 나온 '도시락'도 많은 인기를 얻은 제품이다. 특히 도시락은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용기면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야쿠르트는 "라면시장의 후발주자로서 차별화 전략을 모색해 새로운 용기를 개발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사각용기를 처음 사용한 도시락이나 뚜껑에 덜어먹을 수 있는 왕뚜껑이 히트한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라고 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여름철 비빔라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팔도비빔면도 컵으로 판매하고 있다. 팔도비빔면 컵에 대한 홍보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각종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밝혔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 용기면에도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다. 왼쪽부터 삼양의 맛있는 라면, 한국야쿠르트의 왕뚜껑, 농심의 건면세대.
최근 농심은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정 신문사에 광고를 냈다는 이유로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악재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신라면에서 바퀴벌레가 발견됐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 중이며 공정거래위원회도 농심을 포함한 라면회사들의 가격 담합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때문인지 용기면 판매량은 예년 같은 기간 비해 다소 줄어들었다고 한다. 농심은 "억울하다. 이번에 그 신문사에 광고를 낸 곳은 대행사일 뿐이다. 우리는 원래 인쇄매체에 대해서는 광고를 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안 할 예정이다. 이물질 논란이나 가격 담합 문제는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농심은 현재 25개의 용기면을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신라면 컵'이다. 농심은 지난해 출시한 프리미엄 용기면 '건면세대' 시리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농심은 "건면세대가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어 용기면 시장 최강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농심은 휴가철을 맞아 대리점을 중심으로 휴양지에서의 개별적 판촉활동을 장려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오랫동안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용기면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의 차이를 소비자들이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삼양식품은 1963년 국내 최초의 라면 '삼양라면'을 출시했다. 1972년에는 역시 국내 최초 용기면인 '삼양 컵라면'을 선보였다. 삼양식품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점유율 60%를 넘기며 용기면 시장 1위를 차지했었지만 1986년부터 농심에게 1위 자리를 내주며 10%대로 내려앉았다. 1989년엔 '우지파동'(라면을 공업용 쇠기름으로 튀겼다고 해서 점화된 사건)으로 부도 직전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삼양은 우지파동과 관련해 8년간의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결국 1997년 대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후 전열을 재정비해 판매량을 늘려 지난해엔 용기면 시장에서 15%가량의 점유율로 2위에 올랐다.
최근 삼양식품은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삼양식품은 6월 중순경 자사 용기면에서 금속성 너트가 발견돼 소비자들로부터 큰 지탄을 받았다. 그런데 이 사실을 한 언론사가 보도하자 되레 상황은 반전됐다. 삼양식품이 광고를 주지 않아 보복성으로 기사가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 이후 몇몇 사이트에서는 삼양라면 구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삼양식품 용기면 판매량은 예년에 비해 증가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삼양식품 주가도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6월 2일 1만 5800원이던 주가는 3만 원대로 치솟았다. 삼양식품은 "사실 우리는 그동안 원래 인쇄매체에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 조금 잘못 알려졌다. 따라서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조심스럽다"라고 전했다.
현재 삼양라면은 13개의 용기면을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에는 '컵 삼양라면'이 제일 잘 팔렸다. 특히 농심 건면세대와 '동급'인 '맛있는 라면'은 현재 삼양식품이 주력으로 생각하고 있는 제품이다. 가격은 건면세대보다 250원 비싸지만 60여 종류의 재료를 넣어 국물 맛이 풍부하다는 게 장점이라고 한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맛있는 라면에 이어 올해엔 프리미엄 용기면인 '대관령 황태라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기도 했지만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용기면 시장에서 농심과의 점유율 격차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야쿠르트는 1983년 라면시장에 뛰어든 이후 2년 만에 용기면인 '모두모두 육개장'을 출시했다. 지난해엔 용기면 시장에서 점유율 12%, 매출액 600억 원가량으로 3위를 차지했다. 농심과 삼양식품 등 대부분의 라면 업체들에서는 봉지라면이 용기면보다 월등하게 많이 팔린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는 용기면이 봉지라면보다 더 많이 팔린다고 한다. 지난해에도 용기면과 봉지라면의 비율은 59 대 41로 용기면이 앞섰다. 한국야쿠르트가 전체 라면시장에서 4위지만 용기면 시장에서만큼은 3위에 랭크돼 있는 이유다. 한국야쿠르트는 "우리는 다른 곳과 달리 용기면이 주력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야쿠르트가 용기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1986년에 나온 '왕뚜껑' 덕분이다. 한국야쿠르트의 용기면 중 최고의 히트상품인 왕뚜껑은 한국야쿠르트 제품으로는 유일하게 매년 단일제품 판매량 10위 안에 들고 있다. 또한 같은 해에 나온 '도시락'도 많은 인기를 얻은 제품이다. 특히 도시락은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용기면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야쿠르트는 "라면시장의 후발주자로서 차별화 전략을 모색해 새로운 용기를 개발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사각용기를 처음 사용한 도시락이나 뚜껑에 덜어먹을 수 있는 왕뚜껑이 히트한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라고 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여름철 비빔라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팔도비빔면도 컵으로 판매하고 있다. 팔도비빔면 컵에 대한 홍보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각종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밝혔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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