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웰빙

밥처럼 매일먹는 비타민, 알고 먹어야 도움 된다

곡산 2008. 7. 12. 06:27
밥처럼 매일먹는 비타민, 알고 먹어야 도움 된다

때 이른 폭염 주의보까지 발령될 정도로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 때문에 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쏟아져 내리는 땀 때문에 몸은 한없이 축축 늘어진다. 게다가 경기침체와 물가폭등, 주가폭락은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가뜩이나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인데 올해는 이런 저런 이유가 겹쳐 더더욱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자칫 몸에 축이라고 날까봐 걱정이다.

이럴 때 스트레스와 나른함을 한꺼번에 씻어줄 특효약은 없을까.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해법을 찾고 있다. 일부는 이열치열이라며 사우나나 찜질방에서 땀을 빼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풀어나가기도 한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간편하면서 효과가 괜찮다는 입소문 덕에 최근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비타민이다.

탄수화물이나 지방 단백질 등 일반 영양소와 달리 에너지를 만들어 내지는 못하지만 아주 적은 양으로도 신체의 온갖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도와주는 비타민. 거기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비타민 열풍

한화 그룹의 강기수 부장은 요즘 부쩍 밝아진 얼굴에 거울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확실히 좋아졌지요. 얼굴색이 좋아진 것은 물론이고 변 색깔도 훌륭하고…. 무엇보다도 피로가 덜하고 신체 컨디션이 좋아지니 생활에 활력이 솟습니다.”

지난 해 서강대 오피니언 리더십 프로그램(OLP)에 다니면서 비타민C가 효험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강 부장은 아침에 두알 저녁에 두알 등 매일 네 알씩 먹고 있다.

대인관계가 넓은 강 부장은 모임이 있을 때마다 비타민C를 들고 나온다. 자신의 경험담을 늘어놓으며 효능을 설명한 덕에 그의 주위에는 비타민C를 복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 A외고에 다니는 김 모 군의 책상에는 비타민제 병이 늘 놓여 있다. 시험 때가 아니더라도 매일 1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같이 일어나는 그는 아침저녁으로 비타민제를 복용한다.

김 군은 “공부에 쫓겨 늘 피곤하지만 비타민제가 그나마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군 주위에는 비타민제를 애용하는 친구들이 여럿 있다. 이처럼 최근 우리 주위에는 비타민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비타민 바람은 외국을 다녀온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국보다 비타민제 복용에서 훨씬 앞서가고 있는 외국인들의 습관을 보고 배운 이들이 유행을 선도하는 감도 없지 않다.

미국에선 이미 비타민제가 거의 음식처럼 팔리고 있다. 뉴욕이나 뉴저지 등 대형 쇼핑점이나 터미널 등엔 비타민숍이 빠지지 않고 들어서 있다. 또 각 비타민숍마다 손님들이 줄을 이을 정도이다.

이들은 특히 판매직원들과 상담을 한 뒤 자신에게 적절한 여러 가지 종류의 비타민제를 추천받아 한꺼번에 여러 알을 복용한다. 많은 한국인들이 특정회사가 만든 특정 비타민만 사서 먹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게다가 일부 비타민 마니아들은 아예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듯 비타민을 이동식 용기에 담아 가지고 다니며 끼니마다 거르지 않고 복용한다.

최근 한국에도 이 같은 바람이 불어 비타민 마니아가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비타민C의 효능을 강조한 서울대 이왕재 교수와 강의나 각 방송사들의 비타민 특집방송 등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효과를 냈다.

그중에서도 국내 비타민 열풍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비타민C 마니아들은 매끼 식사 때마다 밥이나 반찬을 먹듯 비타민C를 함께 먹는다.

최근에는 비타민C를 넘어서 다양한 종류의 비타민과 철분이나 칼슘 아연 등 무기물질을 함께 복용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어났다.

여기에 외국산 비타민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국내 비타민 바람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약국에서만 팔던 비타민은 이제 슈퍼마켓이나 인터넷에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미국의 GNC를 비롯한 유명 비타민업체들이 대거 물량을 쏟아내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롯데나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엔 비타민을 비롯한 건강기능식품이나 건강식품 코너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물론 상품의 주축은 외국산이다.

각 포털이나 G마켓 등 사이트에서 비타민은 아주 중요한 상품으로 등장했다. 가볍고 가격도 제법 나가는데다 수요가 계속 늘어나니 반길 수밖에 없는 셈이다.

유행에 민감한 국민적 특성 상 바람만 잘 일으키면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도 외국 업체들이 한국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때 키토산 바람이 불더니 어느 순간 감마리놀렌산 바람이 불고 이어 글루코사민이 각광을 받는 등이 그런 사례다.

이렇게 유행을 타면서 국내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타민제나 건강기능식품이 등장했다. 국산 건강기능식품이 4000개를 넘었고 수입 건강기능식품은 7000개에 육박하고 있다. 식약청 영양기능식품기준과의 이혜영 연구관은 “식약청 인증을 받은 74개 원료로 규정을 준수해 배합하면 되므로 얼마든지 많은 비타민제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고 먹어야 도움 된다

소비자들은 고민이다. 이처럼 다양한 비타민 가운데 내게 맞는 것은 무엇이고, 또 얼마나 먹어야 할 것인가.

각 비타민의 효능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의견이 일치한다. 다만 꼭 별도로 섭취를 해야 하는지 여부와 부작용이나 과다복용 문제 등에 대해선 일부 논란이 일고 있다.

굳이 별도로 먹을 필요가 없다는 측의 전문가들은 △비타민은 식품으로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으며, △비타민 결핍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도 거의 없다는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

강희철 연세대 교수는 “많은 경우 비타민은 따로 복용할 필요도 없으며 편식을 하는 아이들도 대부분 필요한 정도는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비타민 옹호론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현대인들은 과도하게 스트레스나 환경오염에 노출돼 있으며 △갈수록 편식이 심해지고 다이어트 등으로 일부 영양소나 비타민의 결핍 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식품 자체의 비타민 함유량도 갈수록 떨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시장이 커가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옹호론자들이 지지를 받는 듯하다. 정부가 연령대나 식사습관 등을 감안해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들을 제시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부작용과 과다복용의 위험 가능성.

이혜영 식약청 연구관은 “많이 먹어도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것이 있고 조금만 먹어도 허용치의 상한까지 섭취하게 되는 것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아직 비타민 관련 부작용 사례는 보고된 게 거의 없다는 게 식약청의 설명이다. 한은영 유한양행 약품사업본부 과장도 “부작용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비타민 관련 부작용은 학술적인 것이며 아직 실질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은 셈이다.

다만 과다복용과 관련, 비타민C를 제외하고는 식약청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게 정부나 학계 약품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혜영 식약청 연구관은 “과다복용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상한섭취량을 정해 제조업체들이 만들 때부터 이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에 나온 비타민제 자체가 모두가 규정에 맞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각 비타민을 규정 이상으로 먹을 가능성에 있다.

강희철 연세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내에 나온 종합비타민제는 모두 규정을 지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규정대로 복용만 한다면 특정 성분이 허용치를 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면서 “다만 아이들이 비타민이 맛있다고 과자처럼 너무 많이 먹거나 어른들이 건강을 증진시킨다며 토코페롤 등을 과다하게 복용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타민을 적절히 섭취하려면 우선 분류부터 이해해야 한다.

비타민은 크게 기름에 녹는 지용성과 물에 녹는 수용성으로 구분된다. 지용성 비타민으로는 레티놀이나 레티놀에테르 성분의 비타민A를 비롯해 비타민D, 토코페롤로 불리는 비타민E, 비타민K 등이 있다. 수용성으로는 비타민B군과 비타민C 엽산 등이 대표적이다.

강희철 연세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용성 비타민을 과다복용하면 문제가 있지만 수용성 비타민은 많이 먹어도 거의 문제가 없고 극소수 문제가 발견되기는 하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다.

한은영 유한양행 과장도 “지용성 비타민을 고용량으로 장기간 복용할 경우 몸에 축적될 수 있으므로 제조 당시부터 제한하고 있으며 소비자들도 용량을 지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용성 비타민 복용은 철저히 용량을 지켜야 하며, 이를 위해 여러 종류의 비타민제를 무분별하게 섞어먹지 말라는 얘기다.

강윤정 식약청 보건연구사는 “보충제로 너무 많이 섭취할 경우 오히려 독성을 나타낼 수도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대조적으로 수용성 비타민, 특히 비타민C의 경우는 기준이 잘못됐으며 기준보다 많이 먹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서울대 이왕재 교수나 미국 오하이오대의 하병근 박사 등은 자신들의 체험과 연구결과 등을 근거로 비타민C는 충분히 먹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내 몸에 맞는 비타민은

연령이나 식사습관 등에 따라서 일부 비타민이 결핍될 소지가 있다.

식약청은 노인들의 경우 우유를 마시지 않으면 칼슘 결핍, 외출을 하지 않으면 비타민D 결핍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또 50세가 넘으면 위산 분비가 줄어들면서 비타민 B12가 부족해질 수 있다고 했다.

채식위주의 식단에선 비타민 B6이나 B12와 칼슘 철분 아연 등을 보충해주는 게 바람직하며, 지방 함량이 적은 식사를 하면서 견과류도 거의 들지 않을 경우엔 비타민E 보충제를 곁들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비타민C, 위산과다 등으로 약을 복용하는 경우엔 철분제를 이용할 것을 권했다.

한은영 유한양행 과장은 “골격 형성기의 학생들은 칼슘을 보충해줘야 하는데 비타민 C, D를 함께 먹으면 칼슘 섭취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또 “스트레스나 환경오염 등에 자주 노출되는 직장인들은 항산화기능이 있는 비타민C와 셀레늄 망간 등을 섭취하는 게 좋으며,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는 토코페롤제(비타민E)가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한양행의 ‘웰리드’나 일동제약의 ‘아로나민골드’ 종근당의 ‘인코라민’ 등 종합비타민제는 대부분 비타민C를 포함하면서 하루 섭취량 기준을 갖춘 B군과 A, E 등을 포함하고 있어 보통사람이라면 다른 비타민을 섞어먹지 않아도 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임산부나 특별한 영양소 결핍 등이 우려되는 사람들은 약사의 조언을 듣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권고다.

【 비타민 오해와 진실 】

1. 비타민C는 시다?

비타민C가 많이 들어있는 오렌지나 레몬은 시다. 이 때문에 비타민C는 시며, 신맛이 나는 과일이나 음료에 비타민C가 들어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매운 고추와 고춧잎에 오렌지의 5~6배나 많은 비타민C가 들어있다면 어떻게 설명이 될 것인가.

진짜 비타민C는 시다 못해 쓴 맛이 돌 정도다.

오렌지나 레몬의 신 맛은 비타민C 때문이 아니라 주석산 때문이다. 비타민제나 비타민 음료의 신맛 역시 향료를 넣었기 때문이다.

2. 천연비타민이 더 좋다?

많은 업체들이 ‘천연’을 내세워 자기 제품이 좋다고 선전하고 소비자들은 여기에 혹해 넘어간다.

그런데 1000mg의 비타민C를 만들어내려면 오렌지를 몇 개나 농축시켜야 할까. 도저히 타산이 맞지 않는다. 또한 농축시켜서 비타민C만 추출해내려고 해도 역시 화학공정을 거쳐야 한다. 천연비타민이나 합성비타민이나 어차피 화학공정을 거쳐야한다면 구분이 무의미하다.

게다가 식물이 만드는 것이건 동물이 만드는 것이건, 또 합성을 한 것이건 구조는 똑같다. 차이는 상술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3. 어느 회사 제품이 더 좋다?

각 업체들이 자기 회사 제품이 더 좋다고 선전한다. 물론 일부 타당한 면도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비타민C 원료는 생산이 안 된다. 독일이나 스위스 중국 등에서 만든 것을 들여다 둥글게도 만들고 길쭉하게도 만들며 때로는 정제로, 때로는 음료로 내놓는다.

순도가 같다면 제품의 차이는 있을 수 없다. 다만 만드는 과정에서 오염이 됐느냐 아니냐는 별도로 생각해볼 문제다.

4. 비타민은 비싸다?

최근 소비자원이 국내 비타민제 가격을 조사해 비싸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국산 비타민까지 덩달아 비싸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수입품 비타민제가 외국보다 비싼 것은 사실이다. 300정에 30달러 정도 되는 제품이 한국에 들어오면 6~7만원은 나가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산 비타민제 가격을 외국의 현지가격과 비교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비타민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지만 제약업계의 비타민제 시장은 거의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점도 이를 반증해준다.

[정진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