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경영

(3)트렌드 늦었다 싶으면 버리는 것도 ‘약’

곡산 2008. 4. 6. 10:50
(3)트렌드 늦었다 싶으면 버리는 것도 ‘약’

[스피드경영 실행 사례] SPC그룹은 식품업계 내에서도 스피드경영을 잘하고 있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지난해 전국을 휩쓸었던 트랜스지방 유해성 논란 열풍 당시 직격탄을 맞을 뻔했던 던킨도너츠 역시 SPC그룹 브랜드 중 하나다. 던킨도너츠가 재빨리 트랜스지방 논란에서 빠져나와 3년 연속 30%가 넘는 고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 또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발 빠른 대응 덕분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웰빙푸드 바람으로 사상 최악의 한 해를 보내야 했던 패스트푸드업계 사정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지난해 초 트랜스지방 논란이 불거지면서 제과·제빵 업체는 엄청난 위기에 직면했다. 그중에서도 도넛이 특히 트랜스지방이 많은 제품으로 꼽히며 직격탄을 맞았다. SPC그룹은 바로 ‘도넛’ 대신 ‘커피’를 강조하면서 던킨도너츠의 이미지를 도넛에서 한발 멀어지게 했다. 내친 김에 아예 카페형 매장을 열기 시작했다. 원목마루와 푹신한 의자 등 웬만한 카페 못지않은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핫도넛카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도넛 비중은 반으로 줄고 대신 커피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2008년 현재 던킨도너츠 전체 매출액의 40%가량을 커피가 차지한다.

이뿐 아니다. 던킨도너츠는 ‘미드’ 열풍도 놓치지 않았다. 던킨도너츠의 주고객인 2030세대가 미국 드라마를 즐겨보면서 뉴욕식 라이프 스타일에 열광한다는 트렌드를 파악하자마자 바로 ‘뉴욕식 아침문화’를 상징하는 베이글과 샌드위치 등 아침메뉴를 대폭 강화했다. ‘아침&베이글’이라는 TV 광고를 통해 베이글=던킨도너츠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2007년 던킨도너츠의 베이글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500%에 달한다.

고객 요구 먼저 알아야 먼저 대응

고객 요구와 트렌드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움으로써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했을 뿐더러 놀라운 매출 신장률을 일궈낸 던킨도너츠 신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SPC그룹은 지난해 말 한남동에 신사옥을 열면서 1층 전체를 안테나숍으로 활용하고 있다. 디저트와 관련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이곳에서 트렌드를 감지해 향후 사업 계획에 반영한다는 청사진이다. 이처럼 고객 요구와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것은 기업 성패를 가르는 주요 요소가 된다. 그만큼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있고 결과적으로 시장 상황에 꼭 들어맞는 제품을 출시하거나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 있어서다.

시장 변화에 둔감한 채 자신만의 고유 전략을 고집하다 때를 놓쳐 실패한 사례를 수없이 보게 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최근 휴대폰 사업부를 결국 분할한 모토로라의 몰락이 이를 잘 보여준다. 시장조사기관 ROA그룹코리아는 그 주요 원인으로 ‘차세대 트렌드 세터(Trend Setter:유행을 이끄는 자)로서의 역할 실패’를 꼽았다. 레이저의 대성공 이후 레이저에 집착하다 변화한 시장 흐름에서 결국 멀어져버렸다는 설명이다.

도시바는 최근 “HD DVD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도시바는 그동안 차세대 녹화장치시장에서 HD DVD 규격 기반의 플레이어와 리코더 장비를 앞세워 소니-파나소닉의 블루레이와 경쟁해왔다. 그러나 지난 1월 세계 1위 홈비디오 업체 워너브라더스가 차세대 저장장치로 블루레이를 선택하자 가망이 없다 보고 바로 손을 떼기로 했다. 불과 3, 4년 전만 해도 일본 업체들은 적자투성이 사업부를 정리하지 못하고 계속 끌고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때를 놓칠세라 한국 전자 업체들이 빠른 의사결정을 앞세워 일본 업체를 따라잡았다. 이 같은 경험을 한 일본 업체들이 거꾸로 한국 기업을 벤치마킹해 스피드경영 체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특별취재팀 = 김소연(팀장) / 정광재 기자 / 김경민 기자 / 김충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