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경영'으로 불황 뚫는다 | |||||||||
빠를수록 시장선점 기회많아 `최고의 경쟁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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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똑똑하고 부지런한 머슴 공무원’론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얻고 있다. 기업으로 말하면 스피드경영을 하자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스피드경영의 핵심은 현장을 바로 알고 현장에 맞는 대안을 재빨리 내놓는 것이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머슴론이 바로 그렇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머슴이 되려면 현장을 자주 다녀 현장을 잘 알아놓아야 한다. 그래야 현장의 문제와 현장이 원하는 바가 무언지를 바로 알 수 있게 된다. 당연히 가장 적절한 대안을 재빠르게 낼 수 있다. ‘머슴론’으로 관심이 촉발된 스피드경영의 A, B, C를 알아본다. “덩치가 큰 기업이 항상 작은 기업을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기업은 언제나 느린 기업을 이긴다.” 미국 시스코시스템스사 CEO 존 챔버스의 말이다. 소비자의 기호가 쉴 새 없이 빠르게 변하면서 스피드경영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 눈 뜨면 변하는 소비자의 취향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에 걸맞은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스피드경영이 무엇인가. 삼성경제연구소는 스피드경영을 ‘4대 속성’ 차원에서 규정한다. ‘먼저’ ‘빨리’ ‘제때’ ‘자주’ 등이다. ‘먼저’라는 것은 미래 유망 사업을 조기 발굴하고, 먼저 준비하고, 선행투자를 단행해 경쟁사보다 먼저 신상품을 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은 스포츠처럼 출발선에서 기다리다 ‘탕’ 소리와 함께 동시에 출발하는 경쟁이 아니다. 먼저 출발하는 기업이 먼저 결승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의 경쟁력은 경쟁사보다 한발이라도 더 먼저 출발하는 데 좌우된다. 실제로 ‘선점 기업이 독보적인 1위가 된다’는 것은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명제다. ‘빨리’는 업무 처리 속도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상품 개발 시간을 줄이고, 주문에서부터 출하까지의 시간을 줄이는 등 업무와 관련된 모든 시간을 줄일 것이 요구된다. 업무 처리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한 최고 선결과제는 신속한 의사결정이다. 실제로 최고경영자가 한국에 없는 날이 많은 A그룹은 그룹 명운을 좌우하는 인수합병(M&A)에서도 번번이 미끄러졌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임은 당연지사다. ‘제때’라는 것은 타이밍경영을 뜻한다. 고객이 물건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필요한 만큼 공급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피드경영의 4대 핵심 특성 중 한 가지다. 소호몰에서 매달 수억원어치 매출액을 올리는 디지털거상 반열에 오른 인터넷 쇼핑몰 판매자 A씨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자주 시장에 간 것’을 꼽았다. “자주 시장에 가면 아무래도 시장 상인들과 관계가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판매자들은 생소할 수 있는 각종 시장 정보와 제품 정보를 더 많이 듣게 되지요. 또 수시로 변동하는 시장가격을 반영해 가격을 책정할 수 있습니다. 그 사이트에 가면 다른 데서는 보기 힘든 제품이 많더라, 시장에 세일을 하니 그 사이트도 바로 세일을 하는 등 가격 정책도 재빠르더라 등의 입소문을 얻은 것이 오늘날의 성공을 이끌어낸 원동력이 됐습니다.” ‘자주’ 역시 스피드경영의 4가지 특성 중 하나다. 미국 할인양판점 업계 1위 자리를 십 년 넘게 고수하고 있는 월마트가 K마트를 추월하게 된 가장 커다란 이유 또한 ‘자주’라는 단어에서 찾을 수 있다. K마트는 2주일에 한 번씩 물건을 공급한 반면 월마트는 1주일에 두 번씩 물건을 공급했다. 결과적으로 월마트는 재고를 K마트의 4분의 1로 줄이거나 소비자 선택의 폭을 K마트보다 4배로 늘릴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됐다. 먼저·빨리·제때·자주가 포인트 그렇다면 이 같은 스피드경영을 도대체 왜 해야 하는 것일까. 미래학자들은 과거 100년의 변화보다 향후 10년의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빨라진 사회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스피드경영이 필요하다는 게 바로 스피드경영이 주목받는 이유다. 스피드경영의 효과는 경영성과, 고객 만족, 임직원 만족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다. 스피드경영의 요체는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이다. 속도를 빠르게 한다는 것은 곧 생산성 향상을 의미한다. 생산성 향상은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다. 당연히 경영성과를 높이기 위해 스피드경영이 절실하다. 경영성과 높이기는 스피드경영을 하는 첫째 요인이다. 신규 시장에 먼저 진출하거나 한계사업을 발 빠르게 조기 정리하는 것은 기회 선점 효과로 이어진다. 신규 시장에 먼저 진출하기 위해 개발 사이클타임을 단축시켜 신제품을 조기에 출시해야 함은 물론이다. 트렌드를 잡아내고 그 트렌드에 맞는 상품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과정까지는 모든 기업들이 비슷하다. 따라서 성패는 해당 상품을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느냐 아니냐와 연관된다. 고객 만족 또한 결론적으로는 경영성과와 연결된다. 고객이 만족하는 상품과 기업이어야 결국 고객이 선택해줄 것이고, 고객이 선택해주면 그만큼 경영성과는 배가된다. 고객 대응을 신속하게 하면 고객 만족도는 당연히 높아진다. 고객뿐 아니다. 대리점에 자주 제품을 공급하면 재고 부담은 감소하는 반면 다양한 모델을 전시할 수 있는 이점이 생긴다. 협력업체와의 약속 준수는 위험 감소로 연결된다. 약속된 제 때에 맞춰 물건을 공급해준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란 의미가 된다.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을 상대 기업이 선호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임직원 만족은 어떻게 가능할까. 불합리한 업무를 제거하면 그만큼 시간이 절약된다. 절약된 시간을 자기개발 등에 활용하면 삶의 질 향상이 가능하다는 등식이 성립한다. 불합리한 업무 대신 보다 가치 있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은 자연히 임직원 만족도로 이어진다. 또 스피드경영에는 반드시 정보화가 수반된다. 정보화를 통해 전 직원이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면 정보 단절에 의한 소외감을 제거할 수 있다. CEO 의지가 확고해야 성공 한편 성공적인 스피드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CEO의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 스피드경영의 실행방안인 권한 이양, 정보화를 위한 투자 등은 모두 CEO의 확고한 의지가 기반이 되지 않으면 어려운 내용들이다. 둘째, 복잡성은 스피드경영의 ‘적’이다. 복잡한 업무구조와 조직, 제도 아래에서 스피드경영은 ‘그림의 떡’이다. 당연히 스피드를 지연시키는 각종 관행, 제도가 개혁될 필요가 있다. “서로 미룰 수 없는 조직과 업무구조가 돼야 의사결정 시간이 단축된다”는 게 정설이다. 셋째, 스피드경영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가를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선진기업을 벤치마킹해 격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해당 목표 대비 어느 정도까지 향상됐는지를 정기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김기진 CJ(주) 스피드경영추진팀장은 “2013년 비전인 매출 10조원 시대가 되면 현재의 세계 70위권 식품기업에서 30위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이때쯤 되면 P&G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스피드경영 체제에 비슷하게 따라가야 한다는 게 내부 목표다. 이를 위해 언제까지 어느 정도 속도를 내야 하는지를 규정하고 그에 맞게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매번 평가할 계획”이라고 로드맵을 밝혔다. 넷째, 스피드를 중시하는 사내문화가 우선 뿌리내려야 한다. “수많은 대기업들이 스피드경영을 위시한 경영혁신을 해보겠다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러나 막상 결정의 순간에서는 과연 이런 결정을 내려도 될까 망설인다. 좋은 결과를 못 얻으면 어쩌나? 반응이 좋지 않으면 어쩌나? 자칫 좋은 성과는커녕 실패가 되면 어쩌나? 고민하다 결국 시행 자체를 없던 일로 해버린다. 이처럼 리스크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문화에서 스피드경영은 절대 가능하지 않다”는 게 안상훈 마케팅인텔라이트 사장 설명이다. 【 스피드경영의 함정 】 ◆ ‘무조건 빠르게’ 아닌 ‘올바른 것 빠르게’ = 아예 ‘스피드’란 이름이 박힌 ‘스피드경영추진팀’을 만들어 스피드경영 전도사쯤으로 여겨지는 김진수 (주)CJ 사장은 틈날 때마다 ‘스피드경영은 정도경영’임을 강조한다. 김 사장이 내세우는 사례는 ‘배차 간격이 10분인 버스의 도착 시간’. ‘배차 간격보다 빨리 도착하는 게 스피드경영이 아니라, 정확한 배차 간격에 딱 맞춰 도착하는 게 바로 스피드경영’이라는 게 김 사장이 생각하는 스피드경영의 핵심이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조건 빠르게 하는 것만이 스피드경영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빨리빨리’만 추구하다 부실공사를 해버리는 바람에 수많은 건축물과 교량이 붕괴되는 등의 경험이 유난히 많은 우리나라 기업 풍토에서는 더욱 새겨들을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안상훈 마케팅인텔라이트 사장 또한 김 사장 생각에 동의한다. “무조건 빨리 하는 게 스피드경영이 아니다. 올바른 것을 빠르게 하는 것이 스피드경영이다. 자칫 올바르지 않은 내용을 빠르게 하느니 올바른 것이 무언지를 알아내기 위해 천천히 고민하는 게 낫거나 올바른 게 무언지 모르겠으면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게 안 사장 생각이다. 국내에 ERP(전사적자원관리) 솔루션이 처음 알려졌을 때 국내 기업들은 우르르 달려들어 ERP를 구축했다. ERP를 구축하면 제품 생산부터 판매까지 한눈에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게 됨으로써 재고를 줄이고 생산관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현장에서 온갖 정보를 바로 입력하면 결산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는 사실에 그만 눈이 멀었다. ERP 구축에만 관심을 쏟은 기업들은 ERP를 자사 상황에 맞게 개선해야 하는 선행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은 놓치고 말았다. “막상 ERP를 구축해놓고 난 후 ERP 시스템이 가결산, 어음, 에누리 등 우리나라에만 있던 경영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 ERP 시스템 활용을 포기한 기업이 꽤 된다”는 게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특별취재팀 = 김소연(팀장) / 정광재 기자 / 김경민 기자 / 김충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50호(08.04.09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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