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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이 많이 마시기로 치면 단연 소주다. 2005년 국민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30대 다소비 식품 가운데 소주는 5위로 맥주(4위, 42.3mL) 다음이다. 1인당 하루 섭취량이 28.9mL에 달한다. 소주잔(50mL)으로 반 잔이 넘는다. 탁주는 하루 평균 9.8mL(29위) 마신다. 소주의 3분의 1가량이다. 청주의 소비량은 이보다 훨씬 적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빚은 술은 탁주다. 고조선 시대에도 양조해 마셨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시대엔 탁주를 여과해 청주를 만들었다. 소주는 고려 충렬왕 때(1280년대) 원나라에서 전래됐다. 당시 몽고군이 주둔했던 개성·안동·제주가 소주 명산지인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호서대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
탁주와 청주는 뿌리가 같다. 둘 다 누룩을 사용해 만든다. 술을 빚으려면 곡물의 전분을 당으로 분해해야 하는데, 누룩에 든 효모가 이 일을 한다. 누룩의 발효작용으로 술(액체)과 술지게미(고체)가 얻어진다. 여기서 술만을 따로 분리하기 위해 용수(일종의 체)를 박는다. 이 용수에 고인 맑은 술이 바로 청주다. 그러나 청주는 양이 적어 옛 서민에겐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체로 대충 걸러 술지게미가 일부 섞이지만 양이 많은 탁주를 즐겨 마셨다.
청주·탁주가 발효주라면 소주는 증류주다. 그러나 위스키 같은 정통 증류주는 아니다. 정통 증류주엔 곡물 등 천연원료 외의 성분이 들어가지 않지만 소주엔 설탕·꿀이나 아스파탐·스테비오사이드 등 인공감미료가 소량(2% 이내) 첨가된다. 과거엔 막걸리를 소줏고리(재래식 증류기)나 가마솥에 넣고 불을 때 생긴 수증기를 모아 소주를 만들었다. 이런 전통 소주는 강렬한 향과 톡 쏘는 맛이 특징이다. 그러나 요즘 시판 중인 소주는 99.9%가 일본에서 전해진 희석식 소주다(영남대 식품가공과 이종기 교수). 셋은 맛도 제각각이다. 탁주는 텁텁하고 청주는 깔끔하며 소주는 담백하다.
마신 뒤 뒷머리가 아파 오는 등 숙취는 탁주·청주가 심하다. 쌀을 원료로 해서 만든 전통 청주의 경우 쌀눈에 있는 일부 성분이 숙취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를 따뜻하게 데워서 마시는 것은 이런 숙취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쌀눈을 완전히 제거한 뒤 빚은 청주는 굳이 데워 마실 필요가 없다. 냉청주가 그것이다.
소주는 증류주인 만큼 뒤끝은 깨끗한 편이다.
알코올 함량(도수)은 소주가 25%(도)로 최고다. 보통 알코올 함량이 20% 이상인 술을 독주(毒酒)라고 부른다. 발효주의 알코올 함량 한계는 16%가량이다. 발효주인 탁주와 청주의 알코올 함량은 6∼15%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라면 셋의 열량이 궁금할 것이다. 알코올은 mL당 약 7㎉의 열량을 낸다. 따라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의 열량이 가장 높다. 100mL(두 잔)의 열량이 141㎉다. 같은 양의 청주(알코올 함량 16%)는 107㎉, 막걸리(알코올 함량 6%)는 46㎉다. 술은 콜라(40㎉)보다 열량이 훨씬 높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하는 것이 좋다.
셋 중에서 전통술의 맥을 잘 잇고 있는 술은 청주다. 쌀과 누룩을 주재료로 빚은 술이기 때문이다. 반면 시판 중인 소주·탁주는 원료를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한다. 양조 과정에서 누룩도 쓰지 않는다.
박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