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가 무기로’ 식량안보 초비상 | |
바이오연료·수출관세 등 영향 국제곡물값 폭등 쌀 제외 국내자급률 5% 미만…무역적자 확대 식료품값 줄줄이 오름세…정부 종합대책 없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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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경제연구원이 2일 발표한 ‘세계곡물 수급·가격 동향’을 보면, 미국 농무부는 올해 8월 말 세계 전체 곡물 재고율(재고량/소비량)을 14.6%로 전망했다. 이는 1972~73년 ‘곡물 파동’ 때의 15.4%를 밑도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재고율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15.2%에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이처럼 재고가 줄어들면서 지난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쌀·밀·옥수수·콩 등 주요 곡물값도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1일 현재 3월 인도분 밀(소맥)은 캔자스상품거래소에서 지난해 같은달보다 63.1%나 뛰어올랐다. 같은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3월물 옥수수와 콩(대두)도 각각 52.3%와 57.1% 올랐다. 여기에 유가 상승 탓에 운임까지 오르면서, 우리나라의 옥수수와 콩 수입 가격은 1년 전과 견줘 33.2%, 73.0%씩 급등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국제 곡물값 급등 원인으로 △옥수수·콩 등을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개발 열기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 국가의 사료 수요 급증 △지구 온난화로 비롯된 기상이변 △달러 약세에 따른 투기자본의 곡물시장 개입 △유가 상승에 따른 운임 인상 등을 꼽는다. 이처럼 급등 요인이 구조적이고 복합적이다 보니 곡물난을 해결할 실마리도 쉽게 찾기 어렵다.
곡물 자급률이 28%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세계 5위 곡물 수입국으로, 무역수지 적자폭 확대와 함께 물가급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나아가 ‘식량 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게 됐다. 주식인 쌀의 자급률은 98.8%로 큰 문제가 없는 편이다. 그러나 밀 0.2%, 옥수수 0.8%, 콩류 11.3% 등으로 쌀을 제외한 자급률은 5% 수준이다. 주요 곡물들을 국제 경쟁에 노출시키면서 농민들이 재배를 포기한 결과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농산물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 식량 자급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난해 우리나라의 곡물 수입량은 2.6%나 줄었음에도 곡물 수입액은 29억2877만달러로 전년대비 38.4%나 급증했고, 농축산물 무역적자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밀가루·라면·과자·유제품 등 식료품과 사료값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저소득층과 농민들은 물가 폭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곡물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사료용 곡물 대책뿐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밝힌 대책은 △사료 구매자금 1조원 저리 지원 △사료용 곡물 할당관세 인하 등이다. 중기 대책으로는 노는 농지에 청보리 등을 심는 사료 작물 재배 장려 계획 정도다.
이 밖에 국외 농업투자를 지원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지만, 종합적이고 본질적인 차원에서의 식량 안보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농림부 고위관계자는 “(곡물 수출국의 수출제한 움직임은) 식량무기화 움직임이라고 보기 어렵고, 최근 곡물값이 급등하고는 있지만 물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라며 “장기적으로 국내 농지의 효율적 이용, 국외 농업투자, 수입 다변화 등이 필요하겠지만 당장 뾰족한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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