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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없는 호밀빵? ‘무늬만’ 웰빙간식,포장 뒷면 잘 살펴보세요!

곡산 2008. 2. 15. 08:28
호밀없는 호밀빵? ‘무늬만’ 웰빙간식,포장 뒷면 잘 살펴보세요!

[쿠키 생활] 웰빙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몸에 좋은 원료가 들어간 간식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그간 건강과 거리가 멀다고 여겨졌던 과자나 빵 등 간식들이 우리밀과 현미 호밀 귀리 등 영양 성분과 결합하면서 건강식으로 탄생한 느낌마저 든다. 소비자들도 이왕이면 천연 재료가 들어간 간식을 선택한다. 이들 제품은 ‘프리미엄’ ‘건강’ ‘웰빙’ 등의 이름을 달고 일반 제품보다 10%에서 30%가량 비싼 가격이 매겨져있다.

그러나 이런 제품의 포장 뒷면을 주의깊게 살펴본 소비자라면 고개를 갸웃할 때가 종종 있을 거다. 몸에 좋다며 제품명에 앞세운 성분이 얼마나 들었는지 표시하지 않거나 아주 소량 들어있다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위치한 대형 마트와 백화점 각각 1곳을 들러 웰빙을 표방하고 있는 간식들을 직접 살펴봤다. 특정 원료를 1%도 넣지않고 그 성분 이름을 제품명으로 버젓이 사용한 간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5가지 곡물이 들어있다고 광고하는 쿠키의 경우, 3가지 곡물을 합해도 전체 성분의 0.6%에 못미친다. 5가지 곡물 중 땅콩과 검정깨는 각각 7.76% 포함돼 있으나 귀리와 검정콩은 각각 0.03%, 참깨는 0.52%로 아주 미량 들어있다.

기존 제품에 호밀을 첨가해 업그레이드한 크래커는 천연의 재료 느낌을 내기위해서 인지 과자 표면을 우둘우둘하게 바꿨다. 그러나 실제 호밀은 1.4% 밖에 들어있지 않다.

발효보리건빵의 경우 밀가루와 백설탕,식물성유지, D-토코페롤,보리 순으로 함유돼 있는데 보리가루는 고작 1.8%가 포함된 수준이다. 다른 성분의 함량 표시는 아예 없다.

복분자가 들어있는 과자의 경우 복분자딸기과즙분말은 0.5% 수준이고 7가지 곡물과 견과류를 넣다는 스낵의 포함 곡물 절반 함유량은 각각 0.07%에 불과했다. 아이들이 우유와 함께 먹는 오곡 후레이크 제품에 5가지 곡물의 포함량은 각 4% 미만이다.

또 제과점 코너에서 판매되는 클로렐라식빵의 경우, 클로렐라가 0.5% 들어있다고 표기돼 있었고 호밀 식빵의 호밀 함량은 0.09% 수준이었다. 판매 부스에 내걸린 ‘건강빵’이란 마크가 무색할 정도다.

일부 제조사들은 제품 포장 뒷면 원재료명 표시 외에 ‘특정 성분’이란 자리를 마련해 두고 내세우고 싶은 성분들을 큰 글씨로 따로 적고 있었다. 또 설탕과 쇼트닝 등 숨기고 싶은 재료는 글씨 크기를 작게 표기하기도 했다.

주부 김현정(36)씨는 “아이들 간식을 살 때 제품명만 믿고 고르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뒷면을 확인하면 해당 영양 성분이 거의 없어 황당할 때가 많다”고 불만했다.

그렇지만 얼마 넣지도 않은 성분을 주 원료인양 광고하는 기업의 마케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현 식품위생법에는 가공식품의 경우 성분 표시를 의무 규정으로 두고 있지만 함량은 표시 대상이 아니다.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성분명을 나열한 뒤 제품명에 들어간 재료의 함량 표시하면 그만이다. 제품명에 낚여(?) 구매 하지 않기 위해서는 포장 뒷면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제과점에서 판매되는 빵과 과자 등은 즉석제조식품으로 분류돼 성분 표시 의무마저 없다. 업체에서 자발적으로 원료를 적지 않는 이상, 즉석빵 등에 뭐가 얼마나 들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식품의약안전청 식품안전정책 한 관계자는 “현 규정에는 가공식품의 성분 함량만 표시하면 제품명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그렇다보니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은 유통기한, 원산지 뿐만 아니라 영양 성분과 주원료도 반드시 살펴보며 자신에게 알맞는 식품을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빵과 과자 등 간식을 구매하기 전, 적어도 제품 뒷면에 적힌 영양정보를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