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 언제부터 인간과 가까워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지금부터 수천 년 전으로 추정된다. 기원전에 기록된 구약성서에 보면 우유에 대한 이야기가 50회 이상 나온다. 성경에서 유대인들은 그들의 이상향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표현하였다. 그만큼 우유를 인간 생존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식품으로 인식했다는 말이다.
영국 수상이었던 처칠은 "미래를 위한 가장 훌륭한 투자는 어린이에게 우유를 먹이는 일이다"라고 한 바 있고, 미국의 케네디 전 대통령도 "백악관의 식탁에 하루도 우유가 빠지는 날이 없게 하자"라고 하였다. 다음 세대의 주인인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말했겠지만, 우유의 우수성을 대변해주는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흔히 우유를 '완전 식품'이라고 한다. 완전한 식품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어야 한다. 우유는 우리 몸에 필요한 5대 영양소가 듬뿍 들어 있는 영양보고(營養寶庫)일 뿐 아니라 소화 이용효율도 98%이상 되기 때문에 최고의 식품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우유에는 87.5%의 수분과 12.5%의 고형분이 들어 있다. 우유에 들어 있는 고형분의 양은 채소나 과일에 비해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오이 딸기 풋고추 수박에 함유된 고형분은 각각 4.1%, 7.8%, 8.7%, 9.0%로 우유보다 적게 들어 있고 당근 감 귤 그리고 배에는 우유와 비슷한 양의 고형분이 들어 있다. 단지 우유는 액체이므로 채소나 과일에 비해서 수분이 많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우유의 고형분에는 지방 3.5%, 단백질 3.3%, 탄수화물 4.7%, 무기질 0.7%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중 유지방은 우유에 구수한 맛을 내게 할 뿐 아니라 품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영양소다. 유지방 함량에 따라서 우유의 가격이 달라진다. 유지방은 약 60여종의 많은 지방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탄소수가 10개 이하의 저급지방산이 다른 식품보다 많아 저장을 잘못하면 쉽게 상해서 악취가 생긴다. 유지방은 외부에서 충격을 주면 유지방끼리 뭉쳐서 우유 표면으로 떠오르는 성질이 있다. 이를 이용하여 유지방만을 모으면 버터가 된다.
우유단백질에는 카제인(Casein)과 유청단백질이 있다. 카제인은 유단백질의 80%를 차지하는 주 단백질로 인과 칼슘이 결합해 있다. 이 단백질은 열에 안정되어 살균처리를 하여도 변성되지 않으나 산(pH4.6)에는 약해서 응고된다. 우유를 유산균으로 발효시키면 우유의 산도가 높아져(pH는 낮아짐) 카제인이 응고되고 이에 따라서 우유 전체가 응고하게 된다.
카제인의 이런 성질을 이용하여 만든 유제품에는 요구르트와 치즈가 있다. 어린이가 성장할 때 필요한 열량의 7%이상을 동물성 단백질로 보충해 주어야 한다. 우유와 치즈는 어린이에게 안심하고 제공할 수 있는 좋은 동물성 단백질이다. 이런 이유로 유아에게는 하루 우유 200㎖와 치즈 40g, 초등학교 어린이에게는 하루 우유 500㎖과 치즈 15g을 먹여 동물성단백질을 공급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우유 탄수화물의 99.8%는 유당이다. 유당은 요구르트 등의 발효유를 만들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분이지만 우유를 먹었을 때 설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인체의 소장 점막 내에 유당을 분해시키는 효소가 부족하면 소장에서 유당이 분해되지 못하고 대장으로 이송된다. 대장으로 들어 온 유당을 대장내의 세균이 이상발효 시키면 가스가 발생하여 헛배가 부르고 설사가 나게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을 '유당불내증(Lactose intolerance)'이라고 하는데 백인의 8%, 흑인의 70%, 동양인의 90%가 이런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하루 1ℓ 정도의 우유를 마실 경우는 큰 문제가 없으며 우유를 계속해서 마시면 유당불내증이 완화되기도 한다.
무기질은 우유의 영양소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유와 모유의 성분을 비교해 보면 대부분의 영양소는 모유가 뛰어나지만 무기질은 우유에 더 많이 들어 있다. 우유 1ℓ에는 칼슘 1200mg, 칼륨 1500mg, 인 940mg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모유에 있는 무기질의 약 3~7배에 해당한다. 그래서 우유는 골격이 자라는 성장기 아이나 골밀도가 낮아지는 노인에게 좋은 무기질 공급원이 된다.
그 외 우유에는 많은 종류의 비타민과 '락토페린(Lactoferrin)'이 소량 들어 있다. 이들 성분은 항균·항바이러스 작용, 면역조절작용, 항산화작용, 철 흡수조절작용, 생체방어작용 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우유 소비량은 2006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63.6kg으로 20년 전에 비해서 약 2.5배 증가되었지만, 미국이나 뉴질랜드 등 낙농선진국의 1/10~1/20에 불과하다.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 우리의 식탁에도 백악관처럼 우유가 빠지는 날이 없기를 바란다.
동의과학대 입학홍보처장·식품과학계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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