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좋은 음식, 나쁜 음식

곡산 2008. 1. 13. 15:29
강준수 교수의 식품이야기 <33> 좋은 음식, 나쁜 음식
살 덜 찌는 '혈당지수' 60 미만 음식 권장
견과류, 도정 안된 곡류, 식초, 과일, 채소…

 
소득수준이 변함에 따라 식생활 패턴도 함께 바뀌었다. 하루 세 끼 먹는 게 절체절명의 문제였던 시대가 있었다. 그 때는 하루 벌어서 하루 먹을 양식을 사기도 빠듯했다. 음식의 종류, 맛과 영양을 거론하는 것은 사치였다. 말 그대로 '살기 위해서 먹어야만 했던 시대'였다. '쌀밥에 고기반찬'은 부자의 상징이었다.

조금 잘 살게 되면서 무엇을 먹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무렵 '영양식', '맛집' 등의 단어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영양에 관심을 가졌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동호회가 생기기도 했다. '먹기 위해서 사는 시대'처럼 보였다. 그러다 보니 '영양과잉' 문제가 발생했다. 비만과 성인병이 잘못된 식습관과 관련이 있음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이제 식생활과 건강을 연관 짓는 시대가 되었다. 좋은 음식에 대한 기준이 바뀌었다. 영양이 뛰어나고 맛있는 음식보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 각광받게 되었다. '웰빙(Wellbeing)', '웰리스(Wellness)'란 단어를 심심찮게 듣게 되었다. 식품전문가가 아니라도 '패스트푸드(Fast food)'와 '슬로우푸드(Slow food)'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산성식품과 알칼리식품을 구별하기 시작했다. 육류나 동물성지방을 적게 먹고 과일과 채소 등 알칼리식품을 많이 먹어야 좋다고 한다. 트랜스지방과 당 그리고 소금의 섭취를 줄여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하게 되었다. 모두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아서 열량이 낮은 음식 찾기에 분주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은 열량의 음식이라도 체내에서 이용되는 정도가 다르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비슷한 열량을 갖지만 살을 찌게 하는 음식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음식도 있다는 얘기다. 식품이 체내에서 이용되는 효율인 '혈당지수(Glycemic Index, GI)'가 다르기 때문이다. 혈당지수는 섭취한 음식이 분해되어 혈당을 높이는 정도를 말하는데, 포도당 100g 섭취 시 혈당지수 100을 기준으로 하고 이에 비해 다른 식품 섭취 시 혈당이 높아지는 상대적인 정도를 말한다.

혈당지수가 높은(통상 60이상) 음식은 체내에서 빨리 분해되어 혈당을 빨리 높이는 식품이다. 이런 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혈액 중 필요 이상의 당이 존재하게 되므로 비만의 원인이 된다. 뿐만 아니라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과도하게 하여 췌장의 기능을 떨어뜨려 당뇨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면 혈당지수가 60미만으로 낮은 음식은 체내에서 천천히 분해되므로 포만감을 주어 과식과 비만을 막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당뇨병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정제된 곡류, 과일통조림과 설탕 등 당이 첨가된 과자나 간식은 혈당지수가 높다. 반면에 견과류, 도정이 덜 된 곡류, 식초, 유제품,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 채소, 해조류, 버섯 등은 혈당지수가 낮다. 같은 종류의 음식이라도 재료에 따라 혈당지수 차이는 현저하다. 밥 면류 빵류에 있어서 흰쌀밥 식빵 우동 등은 혈당지수가 80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이고 라면과 다른 빵도 혈당지수가 70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현미나 메밀 통밀 등의 잡곡은 혈당지수가 60미만으로 낮다. 따라서 흰쌀밥보다 현미나 잡곡을 섞은 것이 좋고 면류나 빵도 메밀 귀리 통밀을 섞으면 혈당지수가 많이 낮아진다. 농산물 중 양파 토마토 버섯 풋고추 등 대부분의 채소와 가공하지 않은 과일 그리고 콩이나 청국장 된장 등 두류 가공품의 혈당지수는 40이하로 매우 낮다. 하지만 감자 당근 옥수수는 혈당지수가 75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따라서 과일과 채소는 생식하는 것이 좋고 감자나 옥수수는 먹는 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이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미국 한 대학의 연구결과가 흥미를 끈다. 같은 열량의 음식을 먹어도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주로 먹는 사람들은 지방간 심장병 당뇨 대장암과 같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은 시력저하에도 영향을 준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임신 중 혈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즐겨 먹는 산모가 건강한 아기를 낳는다는 연구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혈당지수만으로 음식의 품질 전부를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대체로 건강에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구분하는 지표로 사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건강한 생활을 누리고 싶다면 혈당지수가 60미만인 '좋은 음식'을 많이 먹기를 권고한다. 특히 저녁에 간식을 먹을 수밖에 없을 때는 더 그렇다. 동의과학대 입학홍보처장·식품과학계열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