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뉴스

불량식품 리콜 강화, 계획만 눈덩이?

곡산 2007. 12. 23. 08:58
불량식품 리콜 강화, 계획만 눈덩이?
법적 근거 빠진 ‘속 빈 강정’…사후 처리는 ‘묻지마’
기사입력(2007-12-22 17:18)
정부가 일명 불량식품, 위해식품의 회수(리콜)율을 높여 실추된 신뢰를 회복할 복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홈페이지에 ‘식품긴급회수’ 코너를 마련해 소비자에게는 위해식품정보를 공개하고, 해당 업체에는 이메일이나 문자서비스 등으로 알려 위해식품의 회수율을 올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식약청은 미국(36%)보다 낮은 위해식품 회수율(14.2%)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단계적으로 위해식품 회수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식약청이 내놓은 세부 추진계획안에는 회수명령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관리체계를 확립하고 관련제도를 보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으나, 강력한 행정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계획만 원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위해식품 회수율이 적은 이유
한때 빨갛게 양념장이 발라져 구워 먹는 장어가 문제시 된 적이 있었다. 식약청에 따르면 당시 양념장어 42건에서 인체에 유해한 말라카이트그린이 검출됐으나 정작 회수율은 24.2%였다.
김치 기생충알 파동도 마찬가지. 기생충알이 발견된 김치 20건의 회수율은 11.5%로 알려졌다. 또 식품위생법의 기준규격을 위반한 과자류 25건은 7.7%, 이산화황 등이 검출된 수산물 14건은 6.6%로 조사됐다.
김치, 양념장어, 과자류 등은 그나마 나은 상황이었다. 국내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사카린나트륨 사이클라메이트(감미료)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주류 15건의 회수율이 0.3%에 불과했다.
이 같은 사실은 식약청이 2005년부터 2007년 6월까지 위해식품 회수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식약청은 제품의 소비회전속도, 회수시점, 유통기한, 업체규모, 유통판매구조, 회수명령이 잘 실시됐는지 등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 회수율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식약청 측은 “보통 출시 및 유통된지 국산식품은 4개월, 수입식품은 6개월 가량이 지난 뒤 회수가 시작되는데, 기간이 길어질수록 회수율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치류 등은 소비회전속도가 비교적 짧은 단기 유통제품이 50%가 넘어 회수율이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 제도적 근거 빠진 ‘속 빈 강정’
문제는 위해식품을 회수하기 위한 기본적인 ‘틀’조차 미흡하다는데 있다.
위해식품의 회수 및 폐기명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이를 강제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보완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영업자가 회수폐기를 기피하거나 고의로 지연할 경우, 이미 물량이 소진돼 회수할 수 없을 경우 등 회수율이 저조할 수 있는 상황은 얼마든지 많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현재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행정대집행제도’ ‘식품이력추적관리제도’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행정대집행제도’는 회수명령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직접 회수폐기 후 비용을 영업자에게 청구하는 것이고, ‘식품이력추적관리제도’는 식품의 원료를 이용해 누가, 언제, 어떻게 제조해 어떤 단계를 거쳐 유통되는지에 관한 기록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들을 골자로 한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에는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현재로서는 기본적인 제도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식약청 식품관리팀 관계자는 “원가보상, 회수예치금제도 등은 초보적으로 검토된 것으로 법리적인 근거, 재원방안 마련 등이 논의돼야 한다”며 “올해 안으로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검토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위해식품의 회수에 있어 그동안 산업계와 논의한 뒤 제한된 정보만 공개하는 방식으로는 회수율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번 올리브유의 벤조피렌 검출을 보더라도 기업과 이야기를 맞추고 난 뒤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소비자들에게 위해정보를 알리고 회수된 물량은 어느 정도인지 사후처리도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