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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임' 과자 칼로리 "비만 부른다"

곡산 2007. 11. 28. 11:55

'눈속임' 과자 칼로리 "비만 부른다"

 

내 달 1일 바뀌는 식약청 영양표시기준 강화, 無用之物 될라.

[스포츠서울닷컴ㅣ 김겨울기자] 현재 전 세계 비만 인구는 10억 명 정도로 추산된다. 비만이란 당뇨,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을 유발하는 질병으로 편리하고 풍요로운 식습관으로 만들어진 선진국병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도 비만인구가 적지 않아 아동 5명 중 1명꼴로 소아비만이 의심되는 가운데 일부 제과 업체들이 얄팍하게 눈속임한 칼로리 표시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이철민 교수(전문의)는 “한 봉지 당 500kcal 넘는 비만을 부추기는 과자류 같은 경우에는 kcal 표시에 더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가혜 씨(상암동, 26)는 얼마 전부터 몸무게가 늘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김 씨는 전문가로부터 상담을 받은 뒤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체중을 감량하기로 결심했다. 꼼꼼하게 칼로리를 계산해 음식을 섭취하던 김 씨는 국내에서 생산된 과자들의 칼로리를 쉽게 측정하기 어려워 불편을 호소했다. 그는 “콘�(크라운, 92g)에 표시된 칼로리가 1회 분량(46g)에 대해서만 적혀있다. 콘� 46g이 어느 정도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도대체 누가 정한 것이냐”고 물었다.

지난 25일 양재동에 위치한 코스트코 매장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수입 제품의 비중이 높은 이곳에서 미국 제품과 한국 제품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었다. 과자류를 파는 코너에는 20여 종의 크래커나 초콜릿 종류가 있었다. 대부분 수입 제품은 소포장 된 봉지 당 또는 과자 개수 당 칼로리로 쉽게 계산할 수 있는데 반해, 국내 제품은 100g, 52g, 30g, 28g 등 좀처럼 재기 힘든 g수로 표시돼 있었다. 미국에서 7년을 거주했다는 제임스 김(잠실, 34)씨는 미국 제품들은 과자 개수 당 칼로리로 표기돼 소비자들이 먹는 량을 조절하기 쉽다고 밝혔다.  

◆ 헷갈리는 국내 인기 과자들의 칼로리 표기

한번쯤은 들어봤고 먹어봤을 법한 국내 인기 과자와 미국 인기 과자들의 칼로리 표기를 비교해봤다. 칩 포테토(농심, 총 325g)와 골든 라운드 토티야 칩스(더 그레트 웨스터 토르티라  컴파티, 총 852g)를 비교했다. 농심 칩 포테토는 영양성분표(100g당) 560kcal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나트륨에 대한 영양성분만 간략하게 표시됐다. 반면 골든 라운드 토티야 칩스는 12개 칩당 28.35g이며 이를 한 분량으로 계산했을 때 140kcal며 하루 권장량을 아래 표시해 소비자가 비교하기 쉽게 적혀 있다.

리츠(크래프트 푸드즈) 한 박스와 후렌치 파이(해태) 한 박스에 붙어있는 영양성분 표시는 더욱 차이가 컸다. 코스트코에서 박스 단위로 판매되는 데도 불구, 후렌치 파이는 어떤 영양성분에 대한 정보도 없었다. 큰 박스를 뜯어야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겉 포장지를 뜯는 것은 쉽지 않다. 반면에 리츠 박스에는 크래커 5개당 16g이며, 이를 봉지 당 계산할 때 총 85봉지라고 큰 박스에 적혀있었다. 또 크래커 5개를 먹으면 80kcal를 섭취하는 것이며 지방은 4.5g, 콜레스테롤 수치까지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과자 개수는 물론 소수점 두 자리까지 정확하게 표기된 미국 제품에 비해 국내 제품의 칼로리는 대부분 계산하기 불편했다. 오징어 땅콩(오리온, 105g)은 1회 분량이 30g이며 145kcal, 맛동산(해태,총 85g)은 1회 분량으로 40g이며 195kcal, 칸쵸(롯데, 총 80g)는 1회 분량을 1/3통(27g)을 기준으로 130kcal, 에이스(해태, 총 121g)는 1회 분량을 1/4봉지(28g)로 열량 150kcal로 표시됐다. 고깔콘(롯데, 총 104g)인 경우에는 1회 분량 30g에 대한 열량 160kcal만 적혀있을 뿐 비교할 수 있는 총량은 옆에 적혀있지도 않았다. 미국 제품인 치즈볼(UTZ 퀄러티 푸드즈)에서 치즈볼 32개당 28g이 1회 분량이며, 총 35회 분량이라고 써진 것과 비교됐다.

◆강화된 식약청 영양표시기준, 소비자 불만 해소는 미지수

식약청은 다음달 1일부터 식품위생법 제10조 규정에 의하여 영양표시기준에 관한 사항이 강화된다고 고시됐지만 기존 소비자들의 불만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 지시사항에 따르면 영양성분의 함량기준은 제품이 판매되는 시점에서의 100그램(g)당, 100미리리터(㎖)당 또는 그 포장이 소비자가 1회에 섭취하는 양인 경우에는 1포장당 함유된 값으로 표시하여야 하며 용기·포장에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횟수를 표시한 경우 1인분량당 또는 1회 분량당 함유된 값으로 표시할 수 있다고 고시돼있다.

또 세부규정에 ‘1인 분량’ 또는 ‘1회 분량’이라 함은 제품의 특성에 따라 그 제품의 주요 소비계층이 1회 섭취하기에 적당한 양을 말한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식약청은 1회 분량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관련 사항을 제과 업체 자율에 맡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칼로리 표기 방식에는 변화가 없어 소비자들의 혼란을 이어질 전망이다.

식약청 영양평가팀 관계자는 “1회 기준으로는 30g의 67% 안팎으로 제공될 수 있다. 즉, 27g이나 59g일지라도 모두 업체가 선택하는 범위에서 업체가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타 국가처럼 그램(g)당 내에 과자 개수를 표시해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방안을 할 순 없냐고 물었다. 이에 관계자는 “각 국가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사실 빼빼로(롯데)를 먹는다면 일반적으로 한 봉지 다 먹지 않겠는가. 그걸 개수 당 써야 할 필요가 있는지는 업체가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 칼로리 표기 제대로 돼야 비만 경각심 높일 수 있어

기존 섭취량에 비해 하루 500kcal씩 덜 먹었을 경우, 한달 동안 약 2킬로그램(kg)의 몸무게가 소모된다. 그런 만큼 비만 환자들은 특히 칼로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에 가정의학과 이철민 교수는 “표준 성인들이 하루에 2000칼로리 내외며 소아들은 더 낮은 칼로리를 섭취해야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인류의 유전자는 석기시대나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에 비교해 먹꺼리가 풍족해지고 생활이 편리해져 운동량이 적어진 만큼 비만에 특히 유의하기 위해서는 식이요법이 중요하다”며 소견을 밝혔다.

이 교수는 식이요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칼로리 조절인만큼 자주 먹는 과자류는 소비자를 위해 표기가 정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제과 업체에서 각자 정한 ‘1회 분량’ 방식이 아닌 개별 봉지당 또는 개수 당처럼 알아보기 쉽게 정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 자신이 어느 정도 양을 먹는지 계산이 되면 자연스레 칼로리 조절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과식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국내 제과 업체들 모두 식약청에서 정해준 방침에 따라 영양성분을 기록하는 만큼 자율적으로 소비자들을 위해 표기할지는 알 수 없다. 칼로리가 높지 않게 보이도록 하는 게 제과업체로는 당연한 일”이라고 고백했다. 2007년 보건복지부 발표에 자료에 따르면 국내 1인 1일당 영양공급량은 1980년에 총열량 2,485kcal에서 2005년 3,014kcal로 특히 동물성 열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고령화 사회를 맞이해 비만은 절대적으로 지양해야할 국가 지상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고시기준과 업체의 얄팍한 상술이 이를 방해하고 나섰다. 업체 ‘맘대로’ 1회 분량이 아닌 정확한 개수 단위의 칼로리 표시법이 필요하다.

 

2007/11/28 10:01 입력 : 2007/11/28 10:04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