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지방산과 당류, 맛이나 색을 내기 위한 각종 화학첨가물이 위험수위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달콤한 초콜릿이 듬뿍 발라져 있고 새하얀 마시멜로 크림이 부드럽게 혀끝을 감도는 초코파이는 대표적인 국민 과자다. 지난 30년간 과자 판매 1위를 지켜온 초코파이는 얼마 전 단일 제품 누적 판매액 1조원을 돌파했다. 낱개로 85억개, 한줄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15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선발업체 한 곳만의 성과가 이 정도이니, 국민 과자라는 칭호가 과하지 않다. 몇년 전부터는 중국을 비롯해 각국으로 수출되며 외화벌이도 톡톡히 하고 있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은 30년 넘게 장수해온 이런 대표 식품들의 속내를 해부한다.
바나나우유에도 바나나가 없다
우선 초코파이를 보자. 초코파이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초콜릿과 파이, 안쪽의 마시멜로 크림이다. 이 세 부위의 공통점은 설탕과 정제물엿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35g짜리 초코파이 한개를 먹는다면 11∼12g의 정제당을 먹는 셈이다. 초코파이의 겉을 둘러싼 초콜릿은 엄밀히 말해 초콜릿이 아니다. 카카오 열매의 핵심물질인 코코아버터가 한 방울도 들어 있지 않고 코코아 분말만 소량(2.4%) 들어 있다. 이런 ‘모조 초콜릿’에는 화학처리를 한 유지가 사용된다. 제품 겉면에 표기된 정제가공유지가 그것이다. 정제가공유지는 상온에서 돌같이 단단한데 다량의 트랜스지방산을 함유하고 있는 경화유(고체기름)보다 경화도가 훨씬 높다. 그만큼 트랜스지방산 생성량이 더 많을 수 있다.
트랜스지방산의 문제는 중간 부위인 파이에서도 나타난다. 부드럽게 씹히는 빵맛은 스펀지 조직에서 나오는데, 비밀은 쇼트닝에 있다. 쇼트닝 역시 대표적인 트랜스지방산 함유 물질이다. 쇼트닝만 있다고 파이의 부풀어오르는 조직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팽창제라는 화학첨가물이 함께 사용돼야 한다. 건빵도 부풀어오르게 하려면 팽창제 사용이 불가피한데 부드러운 스펀지 조직이라면 어느 정도의 양이 들어갈지 짐작하기 어렵다. 궁금증은 마시멜로 크림에 이르면 더욱 커진다. 마시멜로 크림의 3분의 1은 물로 돼 있다. 어떻게 몇달간 상온에서의 유통이 가능할까? 원리는 마시멜로 크림을 구성하는 정제당에 있다. 마시멜로의 90% 이상이 설탕과 정제물엿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당류와 같은 수분흡착성이 높은 물질을 사용하면 미생물이 번식할 수 없다고 한다.
초코파이에 초콜릿이 없다면 ‘바나나우유’에도 바나나가 없다. 바나나우유의 정확한 이름은 ‘바나나맛우유’다. 제품에도 그렇게 적혀 있다. 선발업체 한 곳의 성적을 보면 연간 2억개, 서울 코엑스 아쿠아리움을 스무번은 더 채우고도 남을 양이다. 최근에는 연간 판매 1천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바나나가 없는데 어떻게 바나나맛을 낼까? 뚜껑에 깨알같이 적혀 있는 원재료명과 함량 표시를 보자. 원유 85.7%, 액상과당, 백설탕, 치자황색소에 이어 바나나향이 적혀 있다. 비결은 수백 가지 화학물질로 이뤄진 향료이다. 바나나 빛깔의 노란색은 치자황색소로 낸다. 치자 열매는 먹을 수 없는 것으로 예부터 약재로만 사용해왔다는 주장과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노란 우유의 뒤를 이어 초코우유와 커피우유, 각종 과일맛 우유들이 가공유 시장에서 큰 물결을 그리고 있다. 초코우유에 사용되는 코코아 분말의 침전을 막기 위해서는 안정제가 필요하다. 여기에 쓰이는 카라기난은 발암 논란이 있다.
지난 30년간 30억개가 넘는 양이 팔린 부라보콘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스크림의 주원료는 당류와 지방, 그리고 물이다. 그렇다면 물과 기름을 어떻게 섞을까? 계면활성제로 불리는 유화제가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바르는 화장품에서도 논란이 되는 유화제는 물과 기름뿐만이 아니라 각종 성분을 체액과 잘 섞이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유해물질이라도 한결 쉽게 흡수되도록 돕는 셈이다. 통상 아이스크림에는 유화제뿐만 아니라 맛을 내는 향료와 색소, 안정제·점조제가 들어 있으며 인공감미료나 보존료를 넣은 것도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문제점은 당류와 지방질 원료가 다량 사용돼, 정제당과 나쁜 지방을 동시에 섭취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당과 지방을 같이 섭취하면 대사기능이 악화되고 콜레스테롤 상승 기작이 더욱 촉발된다고 이 책은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에 대해 관련 업체들은 ‘지나친 우려’라고 반박한다.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30년 넘는 세월 동안 어떻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겠느냐고 한다. 또 식약청에서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지 않는 재료와 첨가물로만 만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트랜스지방산 함유 표기기준도 없어
(주)오리온 홍보실은 반박자료도 냈다. 초코파이의 팽창제는 팽창시키는 역할만 하고 가스형태로 날아가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당절임 방법으로 상온 보존성을 높였다고 설명한다. 또 코코아버터를 쓰지 않은 이유는 쉽게 녹거나 손에 묻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며 ‘식품 공전’ 상의 ‘준초콜릿’(코코아원료 7% 이상, 코코아버터 2% 이상 함유)을 바른 초콜릿 가공품임을 제품에 명기하고 있으므로 ‘모조 초콜릿’이라는 표현은 부당하다고 강조한다. 다만 유해성 문제가 일고 있는 트랜스지방산에 대해서는 이를 줄이기 위한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태제과에서는 부라보콘의 유화제 사용량이 0.5%로 법적 기준을 저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비자·환경단체들에서는 아이들이 즐겨먹는 과자류의 재료와 성분이 식약청 신고·허가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단일 제품을 몇개씩 먹을 수도 있고 여러 제품을 섞어 먹을 수도 있는데, 예상하기 어려운 ‘위해성의 상승 작용’이 일어날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5월 식약청은 가공식품의 트랜스지방 잔류 실태를 조사해 발표했다. 마가린 및 쇼트닝 등 가공유지에서 100g당 평균 14.4±10.2g, 비스킷류에서 2.8±2.1g, 초콜릿 가공품에서 3.2±2.4g, 스낵류에서 1.2±2.2g 수준으로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자류의 최대 함유량을 보면 비스킷류는 9g, 초콜릿 가공품은 7.1g, 스낵류는 10.3g까지 들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일일 칼로리당 트랜스지방 허용량에 견줘보면, 우리나라의 성인이라도 2.2g 이상을 먹어서는 안 된다. 대략 과자 한 봉지에 해당하는 수치다.
배스킨라빈스 미스터리
△ (사진/
윤운식 기자)
할리우드 배우 드루 배리모어가 한국의 광고 모델로 나서며 화제를 뿌렸던 배스킨라빈스는 세계 40여 나라에 6천여 점포를 두고 있다. 이 중
9분의 1가량인 680여개의 점포가 한국에 있다.
배스킨라빈스의 ‘신화’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던 해 미국 캘리포니아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됐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하던 어브 로빈스는
사업수완이 좋은 친척 동생 버트 배스킨을 끌어들여 신제품을 개발해 점포를 늘렸다. 창업 10년 만에 미국 전역에 점포를 열며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런데 사업 시작 20년이 지난 1967년 창업자 중 한명인 버트 배스킨이 54살의 나이로 돌연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그는
100kg이 넘는 비만형 체구였다. 이 소식은 어브 로빈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그 역시 당뇨에 고혈압을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큰
골칫거리는 외아들 존 로빈스였다. 스무살 된 아들 존은 버트 아저씨가 심장마비로 돌연사한 이유가 아이스크림 때문이라며 반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업을 이어받길 바라던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가출해버렸다. 미국 최대의 아이스크림 재벌 2세라는 자리를 박차고 그가 찾아간 곳은 컬럼비아
해안의 작은 섬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10년간 머물며 책 한권을 썼다. 1980년대 후반 미국의 육가공업계에 파문을 일으켰던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이다. 존은 그 뒤 인간과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식품들을 비판했고 업자를 고발하는 등 적극적으로 환경·식품
운동을 펼쳤다. 비판 대상에는 아버지 회사의 아이스크림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왜 부와 명예를 버리고 집을 나왔느냐”는 질문에 “그때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불행한 ‘뚱보’가 돼 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 와중에 아버지 어브 로빈스의 건강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위험수준을 넘었고 당뇨 증세는 실명과 괴저 위험을 예고했다.
그는 아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식생활을 바꾸고 아이스크림도 멀리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건강이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상한
일’은 계속 이어졌다. “남편은 회사에선 어쩔 수 없이 아이스크림을 먹지만 집에서는 결코 입에 대지 않는다. 남편이 회사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은
날은 금방 알 수 있다. 그날은 잠잘 때면 늘 코를 곤다.” 어브 로빈스가 은퇴한 뒤 이 회사의 회장으로 일했던 글렌 배첼러의 부인이 사석에서
한 말이다. 건강의 위협을 받던 새 회장은 결국 회사를 옮겼다.
묘하게도 또 다른 세계적 브랜드 벤앤드제리 아이스크림의 창업자인 벤 코언도 40대의 젊은 나이에 관상동맥 수술을 받아야 했다. 미국
오리건주의 임상영양사 캐럴 사이먼태치는 기업주와 가족은 먹지 않는 식품을 만들어 팔면서 세계적으로 번창해가는 기업들을 ‘크레이지 메이커’(미친
회사)라고 불렀다.
* 참고자료: <음식혁명>(존 로빈스 지음, 시공사 펴냄,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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