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으로 읽는 음식 이야기] 상표 등록 먼저 했다고 꼭 ‘원조’ 아니다

식탁을 벗어나 '산업'이 된 음식은 그저 '일용할 양식'이 아니다. 각종 이해관계가 얽히면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명칭, 원재료, 표시·라벨링, 상호, 포장 디자인, 로고에 이르기까지 식품·외식산업을 둘러싼 갈등은 전방위적이다. 그렇게 식품기업의 운명을 결정한 사건들은 어떤 것이 있었을까 연재를 통해 조명한다. 이 사건들에는 법률 해석을 넘어 음식산업의 변천사, 브랜드 잔혹사와 생존 전략, 식품 표시 제도의 진화, 소비 문화의 변화 등이 녹아있다. 차가운 법정의 잣대로 읽어내는 뜨거운 음식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사건명
대패삼겹살 원조 주장 관련 손해배상
당사자
원고- 더본코리아 계열 가맹점주 1명(판결문 비실명)
피고- 방송 프로그램 제작자·유튜브 채널 운영자 김재환
수원지법 안양지원 2026. 6. 25. 선고 2026가단100098 / 원고 청구 기각

2026년 6월 25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이 대패삼겹살 원조 주장 관련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원고는 유명 방송인이자 요리사인 백종원이 세운 더본코리아의 안양 가맹점주. 피고는 방송용 프로그램 제작자인 김재환PD였다. 피고는 유투브 채널 '김재환의 오재나'를 통해 2025년 5월 23일 "백종원이 '대패삼겹살'을 직접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더본코리아 홈페이지에도 백종원이 1993년 대패삼겹살을 개발했다고 소개하고 있으나,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다"라는 취지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에 원고가 해당 영상으로 매출이 감소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냉동 고기용 육절기
'대패삼겹살'이 나오게 된 것은 냉동육과 육절기 덕분이었다. 1980년대 한국에는 육절기와 판매·생산망이 이미 있었다. 일본의 육절기 회사 와타나베후마크는 1982년 서울 국제종합기계전에 출전했고 이후 한국의 여러 회사와 판매 계약을 맺었다. 또 다른 일본의 난츠네는 1985년 영동흥산과 육절기 판매 제휴를 맺었다.
한국에서 '냉동육절단기'는 1985년 6월 24일 실용신안으로 출원돼 1988년 9월 16일 제20-0038258호로 등록됐다. 현재는 소멸된 상태다. 수입 판매에서 국내 OEM과 권리화로 이어진 여러 실용신안·특허 기록을 보면 육절기는 1980년대 후반에 정육점·식당에 퍼질 여건이 마련돼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백종원의 '대패삼겹살' 상표는 1996년 출원, 1998년 제40-0405102호로 등록됐지만 최초 개발임을 보증하는 증명서는 아니다.
냉동육과 부산
《수산제조업무편람》(1985년)에 의하면 1984년 부산의 냉동능력은 하루 1,656톤(전국 32.8%), 냉장저장능력은 13만3,825톤(전국 42.2%)으로 압도적인 전국 1위였다. 당시 육류는 냉동 유통 비중이 높았다. 이를 얇은 냉동육 음식이 부산에서 일찍 자리잡은 배경으로 추정할 수 있다.
원고 더본코리아측은 1993년 쌈밥집에서 육절기를 잘못 산 일을 계기로 메뉴가 탄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피고 김재환 PD는 그 이전에도 얇은 삼겹살구이가 있었다며 '최초 개발' 주장을 비판했다.
그 근거로 2015년 부산의 다양한 돼지고기 음식을 다룬 <부산시보>의 '초량의 대패삼겹살' 기사를 들었다. 피고 영상에는 부산·대전 등 전국 각지의 시청자들이 1993년 이전부터 대패삼겹살을 판매하는 식당이 많았다고 증언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사건의 결말
원고 가맹점주는 영상 때문에 매출이 줄었다며 재산상 손해 463만7,384원과 위자료 500만원, 합계 963만7,384원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허위성의 증명책임이 원고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례(2005다58823)를 적용했다. 김 PD가 문제 삼은 것은 상표가 아니라 '메뉴를 최초로 개발했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1980년대 후반 부산 초량에서 이미 '대패삼겹살'이라 불린 얇은 삼겹살구이가 유행한 것으로 보았다. 1993년 기사도 '서울 쌈밥 전문점의 원조'라는 내용일 뿐 최초 개발의 증거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 PD가 제작한 유튜브 영상은 공익적 문제 제기였고 가맹점주를 겨냥하지 않았고 영상과 매출 감소의 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않았다.
이 사건의 핵심은 음식의 '원조'와 상표권을 구분했다는 데 있다. 상표를 먼저 등록했거나 메뉴를 널리 알렸다는 사실만으로 최초 개발자가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음식의 기원을 판단하려면 판매 시기와 지역 기록, 조리기계와 유통 환경 등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의 쟁점
이 판결은 2026년 7월 7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과도 맞닿아 있다. 정보의 허위성을 누가, 어떤 기준과 자료로 판단할 것인지라는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다.
개정법은 대규모 플랫폼이 허위·조작정보 신고를 받으면 자체 운영정책에 따라 삭제·차단·노출 제한 여부를 우선 판단하도록 한다. 공익 목적의 표현 보호, 이의제기·분쟁조정, 남용소송 방지 장치를 두는 한편,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고수익·고영향 게시자에게는 최대 5배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허위성 판단 기준과 민간 플랫폼의 권한 범위가 충분히 명확한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 플랫폼이 책임과 제재를 우려해 경계선상 정보를 과도하게 차단하면 유튜버나 인플루언서의 공익적 문제 제기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정배는 …
음식평론가. 한국음식문화교류협의회 위원장. 한중일 음식문화와 음식의 역사, 식재료, 조리법, 외식산업의 변화를 연구해 왔다. 조선일보 <한식의 탄생>, 중앙일보 <박정배의 시사음식>
등 다수의 음식 관련 칼럼을 연재했다. 넷플릭스 <한우랩소디>, <냉면랩소디> 등에 자문 및 출연했다. 저서로 《음식강산 1, 2, 3》 《한식의 탄생》 《만두》 《푸드 인 더 시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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