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열전

"당연히 더 쌀 줄 알았는데"…묶음상품 꺼리게 된 의외의 이유 [트렌드+]

곡산 2026. 7. 8. 08:15

"당연히 더 쌀 줄 알았는데"…묶음상품 꺼리게 된 의외의 이유 [트렌드+]

박상경입력 2026. 7. 7. 20:03수정 2026. 7. 7. 22:56
"묶음상품이 오히려 비싸네?"
'g당 가격' 일일이 확인한다
확대 시행 3개월차
유통업계, 가격·역할 세분화한
PB 및 대용량 기획 제품 전면 배치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물론 좋아하는 브랜드나 맛도 따지지만, 요즘은 단가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잖아요. 가격 비교가 워낙 편해지다 보니 이왕이면 사기 전에 꼭 한 번씩은 단위당 단가를 비교해보고 고르게 돼요."

지난 4월부터 쿠팡, 네이버 등 대형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대상으로 '단위가격 표시제'가 확대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나면서 온·오프라인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오프라인 대형마트에서만 볼 수 있었던 단위가격이 온라인 창에도 전면 등장하자 가격표 하단 단가 확인이 새로운 일상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묶음이나 대용량이 무조건 저렴할 것'이라는 인식이 깨지는 사례가 속속 확인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과자류의 경우, 66g 단품(1450원)의 10g당 단가는 약 220원인 데 비해 38g 4개 묶음 상품(4110원)의 10g당 단가는 약 270원으로 오히려 묶음 상품의 단위당 가격이 더 높게 책정돼 판매되는 식이다. 단위가격 표시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소비자가 이러한 용량 착시나 '묶음 상품의 함정'을 플랫폼 안팎에서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유통가 가격·역할별 PB 세분화 경쟁

사진=쿠팡 캡처


소비자 구매 기준이 단가 단위로 재편되면서 슈링크플레이션(묶음 상품 착시나 용량 줄이기) 등의 방식이 효과를 잃자,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는 단위당 단가를 낮춘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가격대와 상품군별로 세분화해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행사 여부에 따라 단가가 실시간으로 역전되는 제조사 브랜드(NB) 제품과 달리, 직관적인 최저 단가를 상시 구현해 가격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는 초저가 식품과 생필품 중심의 '오늘좋은'을 통해 1000원 이하 PB 상품 수를 지난달 기준 90개까지 늘렸다. 100㎖당 단가를 수입 멸균우유 수준인 188원으로 맞춘 1880원짜리 흰 우유나 시중 브랜드 대비 저렴한 미용 티슈 등, 단가 경쟁력을 앞세운 제품들이 장바구니 수요를 흡수하는 흐름이다. 

생수 품목에서도 PB 제품의 단가 방어가 뚜렷하다. 제조업체와 성분 함량이 같아도 가격 차이가 최대 67%까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마트는 통합 매입을 통해 병당 단가를 330원(2L 6병 기준 1980원)으로 낮춘 초저가 PB '오케이프라이스 생수'를 배치하며 가격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역시 가성비 푸드 라인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세븐일레븐이 일반 제품 대비 중량은 늘리면서 g당 단가는 오히려 8% 이상 낮춘 '한도초과' 간편식 시리즈를 한정 운영하는 등, 편의점 특유의 소용량 구조에서 벗어나 단가 기준의 가성비를 강조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식품업계 상품 전략도 수정…용량 대비 단가 방어 사활

사진=쉘위 SNS 갈무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투명하게 노출되면서, 기존에는 매수나 롤 수, 포장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계산기 없이 비교하기 어려웠던 키친타올이나 조미김 등의 품목도 이제는 10매당, 100g당 단가로 정렬돼 소비자에게 비교된다. 단위당 단가뿐 아니라 세제류처럼 권장 사용량에 따른 '1회 세탁 비용'까지 꼼꼼히 따지는 스마트 소비 흐름에 맞춰 제조사들의 상품 기획 공식도 정교해지는 추세다.

이에 식품업계는 출시 초기 단가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출시 50일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 개를 돌파한 오리온의 신제품 '쉘위'가 대표적이다. 편의점가 기준 12개들이 6000원대로 기획된 이 제품은 경쟁사 제품(6개들이 3500원대)과 비교했을 때 12개들이 기준으로 1000원가량 저렴하다. 개당 단가를 낮춘 대용량 구성을 매대에 배치하며 가성비 중심의 소비 수요를 공략하는 전략이다.

단위가격 표시제의 온라인 확대로 온·오프라인 매장 간 가격 비교 장벽이 낮아졌다. 소비자가 채널별 단가를 실시간으로 검증하는 만큼, 향후 유통·식품업계의 상품 및 가격 책정 전략은 단위당 단가 방어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