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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업계, 소비 감소·수입산 맞서 B2B로 대응

곡산 2026. 3. 13. 07:29
유업계, 소비 감소·수입산 맞서 B2B로 대응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3.12 07:55

핵심 제품 카페 원료·디저트 등 전환…장기 계약에 글로벌 수출도
생크림·치즈·버터 등 가공용 유제품 5% 성장
서울우유, 프랜차이즈에 A2 전용 원유 공급
매일유업, 대체유 ‘어메이징 오트’ 매출 38% 증가
빙그레 ‘소프트랩’ 브랜드 베이커리·외식 공략
 

국내 유업계가 저출산에 따른 우유 소비 감소와 유제품 무관세 시대라는 이중고를 타개하기 위해 B2B(기업 간 거래)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단순한 ‘마시는 우유’를 넘어 디저트와 카페 원료 등 ‘먹는 우유’ 시장이 유업계의 새로운 격전지가 됐다.

 

과거 유업계의 주력은 B2C(소비자 거래) 중심의 흰 우유(음용유)였으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비를 쏟아붓는 수익 구조를 가졌다. 하지만 현재와 미래의 핵심 제품은 생크림, 버터, 치즈, 바리스타 전용 우유 등으로 완전히 전환됐다. 주요 기업들은 단순 납품을 넘어 프랜차이즈별 요구에 맞춘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과 공급 안정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수익 구조 역시 마케팅 경쟁에서 벗어나 물류 및 생산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장기 계약 중심으로 재편돼 가고 있다.

 

국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생크림, 치즈, 버터 등 가공용 유제품 수요는 매년 5% 이상 성장 중이다. 특히 2026년 미국·EU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완전 철폐되면서 국내 유업체들은 수입산의 가격 공세에 맞서기 위해 B2B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2023년부터 도입된 용도별 차등가격제의 안착이 있다. 음용유보다 저렴한 가공용 원유 공급이 확대되면서 국산 생크림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고, 이는 소금빵과 크림빵 등 고품질 유제품을 다량 소비하는 디저트 이코노미 트렌드와 맞물려 유업계 B2B 매출 비중을 끌어올리는 결과가 됐다.

저출산과 유제품 무관세 시대에 직면한 국내 유업계가 ‘마시는 우유’에서 프랜차이즈 맞춤형 원료인 ‘먹는 우유’ 중심의 B2B 시장으로 수익 구조를 전면 재편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주요 유업체들은 국산 원유의 신선도와 커스터마이징 역량을 내세워 내수 시장을 방어하는 한편 K-푸드 인기에 올라타 글로벌 B2B 시장으로까지 동반 진출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게 됐다. (사진=생성형 AI Gemini)

 

업계 선두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압도적인 인프라를 활용해 B2B 시장의 프리미엄화를 주도해 왔다. 스타벅스, 빽다방, 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에 전용 원유를 공급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2030까지 전 라인업을 A2 원유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시장에 선봬 큰 호응을 얻은 A2+ 우유는 누적 판매량 8천만 개를 돌파하며 시장성을 입증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에 “소화가 잘되는 프리미엄 라떼”라는 마케팅 차별화 포인트를 제공해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했다. 특히 양주 통합 신공장의 스마트 시스템은 브랜드별로 요구하는 유지방 함량과 풍미를 미세하게 조절한 맞춤형 제품 생산을 가능케 했다.

 

매일유업은 흰 우유 소비 감소를 대체유 시장 확대로 정면 돌파했다. 어메이징 오트는 국내 귀리 음료 시장에서 7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 중이며, 지난해 B2B 매출은 전년 대비 38% 급증했다. 네스프레소, 폴 바셋 등과의 협업을 통해 카페 전용 대용량 제품을 선봬며 오트 라떼 대중화를 이끌었다. 이는 수입산 멸균유가 따라오기 힘든 신선한 식물성 음료라는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결과가 됐다. 또한 자사 외식 브랜드와 맥도날드 등에 바리스타 전용 우유와 아이스크림 믹스를 공급하며 고품질 원료 공급사로서의 입지를 굳혀 왔다.

 

새로운 경영진 체제의 남양유업은 B2B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며 명예 회복에 나서고 있다. 최근 스타벅스 코리아와 전용 우유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대형 B2B 시장에 성공적으로 재진입했다. 이는 지방 함량을 3.3%로 맞추는 등 스타벅스의 엄격한 품질 기준을 통과한 결과로, 향후 공급망 안정화의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병원과 요양시설 등 실버 산업을 겨냥해 단백질 함량을 높인 특수 원료 공급을 확대하며 수익 구조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빙그레는 B2B 전문 브랜드 소프트랩을 통해 베이커리 및 외식 업계를 집중 공략 중이다. 뉴질랜드 폰테라와 협력해 들여온 가공버터와 동물성 생크림 등은 국내 주요 베이커리 브랜드의 핵심 원료로 채택됐다. 연세우유는 편의점 CU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연세우유 생크림빵 시리즈의 흥행을 통해 PB 전용 원료 공급 역량을 증명했다. 이는 단순 원재료 납품을 넘어 히트 상품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의 성공 사례가 됐다.

 

이러한 유업계의 B2B 전략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무대로 확장돼 가고 있다. K-푸드의 인기와 함께 국내 유통 및 외식 프랜차이즈가 해외로 진출하면서, 국산 유제품 원료가 B2B 형태로 동반 수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연세우유 생크림빵’은 몽골, 대만, 말레이시아 등지에 수출되며 K-디저트 돌풍의 주역이 됐다. 단순 원재료 납품을 넘어 히트 상품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전략적 파트너십이 글로벌 B2B 수출로 이어진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매일유업 역시 글로벌 외식 업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파이를 키우고 있다. 중국 내 6천여 개 스타벅스 매장에 ‘아몬드 브리즈’와 ‘어메이징 오트’ 등 바리스타 전용 제품을 공급했다. 까다로운 글로벌 대형 카페의 기준을 통과하며 국산 식물성 대체 음료의 B2B 경쟁력을 세계 무대에 선봬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처럼 국내 유업계는 K-푸드 프랜차이즈의 글로벌 진출에 발맞춰, 고품질 원료 공급사로서 해외 B2B 시장에서 새로운 르네상스를 준비하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B2B 시장은 한 번 계약을 맺으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매출 확보가 가능하다”며 “무관세 수입산 제품의 공세 속에서 국산 원유의 신선함과 맞춤형 가공 기술은 유업계 생존을 위한 필수 무기가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