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홍국 사태’ 후폭풍…기능성 표시제 ‘안전·책임’ 강화로 선회
- 나명옥 기자
- 승인 2026.02.03 09:26
‘과학적 근거’ 없인 표시 불가…까다로워진 글로벌 시장
‘안전성 확보’와 ‘합리적 규제 완화’ 사이 해법 찾아야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일본에서 발생한 ‘홍국(붉은 누룩) 사태’가 전 세계 식품업계를 뒤흔든 가운데, 주요국의 기능성 표시 제도 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우리 제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월 29일부터 30일까지 부산 호텔농심에서 개최된 ‘2026 한국식품과학회 건강기능식품분과 동계 심포지엄’에서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이홍진 교수는 ‘국내외 기능성 표시 관리 현황’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번 발표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의 기능성 표시 체계를 비교 분석하고, 특히 최근 일본 제도 개정의 결정적 계기가 된 홍국 사건의 원인과 시사점을 상세히 다뤘다. 이홍진 교수의 발표내용을 토대로 국가별 제도 현황과 향후 전망을 정리했다.
미국·EU의 기능성 관리: 엄격한 사전 승인과 효율적 리스트 운영
미국은 식품의 기능성 표시를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눠 관리하며, 이는 연방규정집(CFR)에 근거한다. 가장 엄격한 ‘건강강조표시(Health Claims)’는 특정 질병 예방 효능을 담고 있으며, FDA의 사전 승인이 필수적이다. 이는 과학적 합의(SSA) 충족 여부에 따라 ‘Authorized’와 ‘Qualified’ 등으로 세분화된다.
반면, 신체 구조나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구조/기능표시(Structure/Function Claims)’는 사전 승인 대신, 출시 후 30일 이내 통보와 과학적 근거 보유 의무를 부여, 자율성을 높였다.
EU는 유럽위원회(EC)와 유럽식품안전청(EFSA)을 중심으로 식품의 기능성을 평가한다. 질병 위험 감소 표시(Article 14)는 엄격한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되, 이미 과학적 근거가 확보된 229개의 ‘건강강조표시 Positive List(Article 13(1))’ 항목에 대해서는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사용을 허용하며 정책적 효율성을 꾀하고 있다.
일본의 보건기능식품(FHC) 체계와 ‘홍국 사태’가 불러온 대전환
일본은 기능성 식품 시장이 고도로 발달한 국가로 특정보건용식품(FOSHU), 영양기능식품(FNFC), 기능성표시식품(FFC) 등 세 가지 분류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유효성과 안전성을 심사해 허가하는 FOSHU 제품 수는 감소 추세인 반면, 2015년 도입된 FFC는 2024년 1월 말 기준 신고 건수가 7039건에 달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의 이면에는 안전성 관리의 허점이 존재했다. 2024년 고바야시 제약의 ‘홍국’ 건강보조제 섭취 후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조사 결과, 효능 성분인 ‘모나콜린 K’를 극대화하기 위해 발효 기간을 무리하게 연장하는 과정에서 푸른곰팡이가 혼입됐고, 여기서 생성된 ‘푸베룰산(Puberulic acid)’이 신장 독성을 유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당시 이상사례 보고(ARE)가 의무가 아니었던 탓에, 초기 대응이 2개월이나 지연된 점이 피해를 키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건 이후 일본 정부는 FFC 제도를 전면 개정하며 사후 관리와 기업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이번 개정은 사업자의 자율에만 의존했던 기존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고,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이상사례 보고의 의무화다. 앞으로는 의사의 진단에 따른 건강 피해 정보가 확인될 경우, 이를 보건소 등에 즉시 보고해야 하는 체계가 마련돼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또한, 제조 공정상 안전성 기준도 강화돼 정제·캡슐 형태 제품은 GMP(제조·품질관리기준) 적용이 의무화됐다. 신규 원료 포함 제품 역시 판매 120영업일 전까지 신고를 완료하고, 더욱 신중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의 현주소와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과제
한국은 현재 ‘건강기능식품법’과 ‘식품표시광고법’을 통해 기능성 표시를 관리하고 있으나, 이 교수는 국내 제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여전히 제약이 많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건강기능식품 개별인정을 받으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돼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일반식품에 기능성을 표시할 수 있는 원료가 고시형 29종 등에 국한돼 있고, 실증 범위도 제한적이어서 다양한 제품 개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 교수는 “국내 식품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본의 홍국 사태와 그에 따른 제도 개선 과정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며,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담보하되, 기업들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보다 유연하게 기능성을 표시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이드라인 마련과 사후 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트렌드는 ‘규제 완화를 통한 산업 활성화’에서 ‘안전사고 이후의 엄격한 사후 관리와 책임 강화’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소비자 신뢰와 산업 성장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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