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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급식에 우유 제공’ 법제화 급물살

곡산 2026. 2. 4. 06:55
‘노인 급식에 우유 제공’ 법제화 급물살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2.03 07:54

고령화 인한 국가 의료비 폭증 막고 위축된 낙농 산업 활성화
미국 ‘우유 급식 프로그램’ 재입원율 38% 낮춰
보건 경제적 효과 투자 대비 수익률 3배 이상
국내 골절 사고 10% 예방 때 건보 재정 큰 절감
락토프리 제품 확대·배송 시스템 정비 선행돼야
 

올해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 진입이라는 유례없는 인구학적 변화를 앞둔 가운데 낙농업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노인 급식 내 우유 제공 의무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단순한 취약계층 먹거리 지원을 넘어 학령인구 감소로 위축된 낙농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고령화로 인한 국가 의료비 폭증을 막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재 노인 급식 우유 제공이 법제화 단계까지 이른 배경에는 국내 영양 보건의 질적 저하와 산업 구조적 위기가 맞물려 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 노인의 단백질 및 칼슘 섭취량은 권장량의 70%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골다공증과 근감소증 등 고령층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다양한 해외 사례에서 ‘노인 우유 급식 법제화’는 고령층 영양 불균형 해소와 국가 보건 재정의 건전성을 높이는 새로운 ‘구원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국내 낙농업계와 정치권에서도 ‘노인 급식 내 우유 제공 의무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미지 제작: 생성형 AI Gemini]
 

이러한 상황에서 우유는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영양 공급원으로 꼽힌다. 특히 기존 학교 급식 시장의 위축으로 시름이 깊어진 낙농가와 유업계에 약 1000만 명에 달하는 고령 인구는 놓칠 수 없는 ‘전략적 수요처’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노인 급식 대상자의 10%에게만 우유를 공급해도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신선우유 소비 기반이 새롭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노인 우유 급식이 가져올 보건 경제적 효과다. 해외 선진국들의 비용-편익 분석(CBA) 결과는 이 제도가 단순한 소비성 복지가 아닌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투자’임을 증명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노인 급식 프로그램인 ‘메일즈 온 휠즈(Meals on Wheels)’ 사례를 보면 식단 내 우유를 포함한 영양 관리를 통해 재입원율을 38%나 감소시켰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약 3.87달러의 의료비를 절감하는, 즉 387%에 달하는 투자 대비 수익률(ROI)을 기록한 셈이다.

 

이는 우유 제공이 국가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기 요양 시설 입소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경제적 방어선 역할을 해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으로 직결됐다는 결과다. 이에 미국 노인 급식 지침(OAA)은 하루 권장량의 3분의 1 이상의 영양소를 포함해야 하며, 우유는 가장 저렴하면서도 단백질과 칼슘을 충족하는 핵심 품목으로 고정 편성돼 있다.

 

일본은 개정 개호보험법에 따라 ‘2차 예방(허약 예방)’ 대상자에게 유제품 섭취를 포함한 영양 관리를 지원해 왔다. 분석 결과 이를 통한 ‘질 보정 수명(QALY) 연장 비용’(1년의 건강한 삶을 연장하는 데 드는 비용)이 일본 국가 표준치인 500만 엔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 매우 경제적인 정책임이 확인됐다. 특히 우유 섭취를 통한 근감소증 예방이 고령층의 고관절 골절 등 고비용 수술 발생률을 낮춘 것이 결정적이었다.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이 일본의 '개호 예방' 모델을 참고할 때 우유 급식은 가장 비용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영양사 주도 프로그램(Dietitian-led Program)’ 또한 시설 내 우유 및 유제품 공급을 최적화해 병원당 연간 약 23만5000NIS(약 8500만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환자의 영양 상태에 맞춰 우유 기반의 고단백 식단을 전략적으로 배치해 회복 속도를 높이고 병상 회전율을 개선한 결과다.

 

해외 연구들의 공통적인 결론은 노인에게 제공되는 우유 한 팩의 비용보다 그로 인해 예방되는 입원비와 간병비의 사회적 가치가 최소 3배 이상 높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우유 섭취를 통해 고령층의 골절 사고를 10%만 예방해도 연간 수천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노인 우유 급식 법제화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유당불내증을 고려한 락토프리 제품군의 확대와 지자체-유업계를 잇는 정교한 배송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한 식품 지원을 넘어 국가 보건 재정의 건전성을 높이고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헬스-이코노미(Health-Economy)’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노인 우유 급식 법제화는 고령층의 영양 불균형 해소와 위기에 처한 낙농 산업의 생존을 동시에 달성하는 국가적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며 “해외 사례가 증명하듯 질병 예방을 통해 막대한 의료비를 절감함으로써 단순 복지를 넘어선 고수익 사회적 투자 모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