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만 내세운 일반식품, 건강기능식품과 경계 허물어”…제도 재정립 시급
- 나명옥 기자
- 승인 2026.02.02 16:25
“식품 섭취 ‘목적’ 따른 분류체계 도입, 소비자 혼란과 규제 불균형 해소해야”
바른 김미연 변호사, ‘2026 식품과학회 건기식 분과 심포지엄’서 제도 개선 방향 제언

법무법인(유한) 바른
최근 식품 시장은 ‘기능성’을 키워드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 건강기능식품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정제, 캡슐, 필름, 젤리 등의 제형이 일반식품에도 폭넓게 적용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넓어졌으나, 동시에 법적·제도적 혼란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지난 1월 29일 부산 호텔농심에서 열린 2026 한국식품과학회 건강기능식품분과 동계 심포지엄에서 법무법인 바른 김미연 변호사는 ‘건강기능식품 제도 개선 방향’을 주제로 현행 시스템의 문제점을 짚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기능성 표방 식품의 확산과 ‘광고 심의의 역설’
김 변호사는 먼저, 일반식품이 기능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정제나 캡슐 등 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과 유사한 제형을 취한 일반식품이 대거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이를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하거나 혼동할 위험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능성 표현은 소비자 기만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안전성 검증 미흡에 따른 건강상 문제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변호사는 이를 ‘광고 심의의 역설’로 정의했다. 엄격한 법적 테두리 안에서 표현의 제약을 받는 건강기능식품과 달리, 기능성을 표방하는 일부 일반식품이 오히려 법망을 피해 더욱 과감하고 공격적인 광고를 진행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현행 건강기능식품법의 규율 대상과 한계
현행법상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조·가공한 식품을 말한다. 여기서 ‘기능성’은 인체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영양소를 조절하거나 생리학적 작용 등 보건 용도에 유용한 효과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기능식품법의 규율을 받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고시한 원료를 사용하거나 영업자가 안전성·기능성 자료를 제출해 별도로 인정받은 원료를 사용해야 하며, 정해진 기준과 규격에 맞게 제조돼야 한다. 제출 자료에는 기원, 제조방법, 기능성분 규격뿐만 아니라 인체적용시험, 동물시험, 독성시험 자료 등이 포함돼야 할 만큼 매우 까다롭다.
문제는 이러한 엄격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특정 성분의 함량을 표시하거나 기능성이 이미 널리 알려진 성분을 활용, 법적 규제를 우회하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건강기능식품법으로는 이러한 ‘회색지대’에 놓인 식품들을 온전히 포섭해 규율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분석이다.
사법부의 해석 변화와 최신 판례 동향
김 변호사는 식품의 기능성 표시와 관련한 사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에도 주목했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판례를 통해 식품의 약리적 효능에 관한 표시·광고를 전부 금지하는 것은 제조업자의 영업의 자유와 광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았다.
특히, 숙취해소 작용이 있는 식품에 대해 관련 표시를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정보 접근권을 차단하고 연구개발 의지를 꺾는 행위라고 판시했다.
최신 하급심 판결인 서울행정법원 2025년 11월 선고 사건(2025구단53526)은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행정청은 일반식품이 고시된 범위를 벗어난 기능성 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으나, 법원은 이를 취소했다.
법원은 광고 내용이 제품 자체가 아닌 ‘원료’의 효능임을 강조했고,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임을 명시, 소비자 오인 가능성을 차단했다면, 부당한 광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소화 촉진이나 혈당 감소 등의 표현이 식약처 고시 범위 내에 포함된다고 폭넓게 해석했다.
제도 개선 위해 분류체계 바로 세우고, 정의 새롭게 고쳐야

이러한 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김 변호사는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의 분류체계를 원점에서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첫째, 건강기능식품 정의를 재정의해야 한다. 단순히 특정 원료와 제형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제조·가공된 식품’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기능성 획득이 주된 목적인 식품은 형태와 관계없이 모두 건강기능식품법의 엄격한 규제와 안전 관리를 받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현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영양 섭취가 목적인 일반식품의 경우 부수적·보조적인 기능성 표현은 허용하되, 기능성이 주 목적인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행위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셋째, 부당한 기능성 표현의 구체적 규제다. 정제나 캡슐 등 농축된 형태를 취하거나, 논문 인용 및 특허증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 또는 멜라토닌이나 NMN 등 의약품 성분으로 널리 알려진 성분을 제품명에 표기하는 행위 등이 주요 규제 대상으로 거론됐다.
영역 확대인가, 영역 확보인가
김 변호사는 일반식품 형태로까지 기능성 표시가 확대될 경우 일반식품과 구별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산업 전반의 파이를 키우는 ‘영역 확대’도 중요하지만, 건강기능식품만의 고유한 신뢰성을 지키는 ‘영역 확보’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업계와 규제 당국은 이번 발표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기업의 정당한 마케팅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적 기준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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