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6.02.03 07:41

식량은 인간 생존의 필수 조건이자 굶주림이라는 본능적 욕구를 해결하는 유일한 매체다. 식량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식품의 질(質)이나 맛보다 양(量)이 최우선이었다. 우리 역사를 보더라도 부족한 식량 자원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과업이었고 통치자는 국민에게 충분한 양의 식품을 공급하는 것이 정책의 최우선 순위였다. 지금도 이 기준은 변함이 없으며, 먹을거리 물가에 민감한 것은 통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인류사에서 농업과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식생활은 풍요의 시대를 맞이하였고. 농축수산물 등 먹을거리의 대상이 확대되고 공급량이 풍족해 짐에 따라 소비의 중심은 양에서 질로 자연스레 이동하고 있다. 필요량이 충족된 이후 현대인은 영양 결핍이 아닌 영양 과잉에 따른 폐해로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 편중된 과량의 고열량 식품 섭취로 인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과체중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올 만큼, 이제 '무엇을 얼마나 건강을 위해서 먹느냐'는 건강 수명과 직결되는 생존 문제가 되고 있다.
현대인은 단순한 본능적 욕구와 먹는 즐거움을 넘어 음식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거나 건강 증진을 향한 욕구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특정 성분을 강조한 건강기능식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는데 최근 몇 년간은 근육 형성 및 대사기능에 필수인 '단백질' 제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으며, 장 건강을 위한 '프로바이오틱스'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특정 성분에 치우친 유행은 곧 한계에 부딪히며, 소비자들은 더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영양 성분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향후 식품 시장을 주도할 핵심 성분으로 지목하는 것은 바로 식이섬유이다. 인간은 오랜 기간 식물 재료를 주식으로 진화해 왔기에, 식물성 기능 성분인 파이토케미컬과 식이섬유는 우리 몸에 가장 친숙하고 필수적인 요소로 정착하였다. 식이섬유는 과거 '찌꺼기'로 치부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5대 영양소에 이은 '제6의 영양소로 격상되고 있다.
식이섬유가 현대인 식단에서 특히 강조되는 이유는 식이섬유가 장내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의 먹이(Prebiotics)가 되어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고 소화 및 배설 촉진, 장의 연동 운동을 도와 정장 작용을 하며, 현대인의 고질병인 만성병과 변비 개선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혈당 수치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하고 콜레스테롤 흡수를 차단하여 당뇨, 고혈압 등 만성 질환 관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른 기능으로는 적은 섭취량으로도 높은 포만감을 주어 칼로리 과잉 시대의 체중 관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앞으로 식이섬유의 장내 역할과 메커니즘이 과학적으로 더욱 폭넓게 밝혀짐에 따라, 식품 산업계는 이를 활용한 다양한 고기능성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양'의 시대에서 맛과 기능을 우선하는 '질'의 시대를 넘어, 기능성 식품 시대로 들어섰으며 이에 부응하여 식이섬유를 필두로 한 '정밀 영양'의 개념이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식이섬유는 불용성과 수용성으로 크게 나누고 있으며 과일의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펙틴, 껌류 등과 함께 보리에 많이 들어있는 베타글루칸, 해조류에는 알긴산 등 비소화성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돼지감자나 치커리 등도 좋은 소재다.
식이섬유는 우리가 일상으로 섭취하는 비정제, 거친 식재료 중에 포함되어 있으며 오랫동안 비소화성 소재로 알려졌으나 이들의 여러 장내 생리활성이 밝혀지면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식품의 소비는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일시적인 유행을 따르기는 하지만 영양 섭취와 만복감의 부여 등 기본욕구는 변할 수 없으며 건강 증진 및 개선 등 비가시적인 부분은 과학적 사실이 뒷받침될 때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식이섬유가 이 범주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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