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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식품소비행태조사] 고소득층 '간편식’ 이탈…해법은?

곡산 2025. 12. 22. 07:26
[2025 식품소비행태조사] 고소득층 '간편식’ 이탈…해법은?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12.19 11:49

월소득 400만 원 후반대 HMR 줄여 ‘역U자형’
프리미엄화·건강지향적 제품 개발 등 차별화 필요
간편식 5조2000억…끼니에서 ‘제대로 된 식사’격상
배달·온라인 등 편의 추구 ‘헤비 유저’ 구매 빈도 높아
중산층이 주소비 집단…65세 이상 고령층선 감소 추세
서울대 안병일 교수 ‘소득과 간편식 소비의 비선형 관계’ 규명
 
‘2025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발표대회’에서 서울대학교 안병일 교수는 소득이 높을수록 간편식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월 소득 400만 원 후반대를 정점으로 소비가 감소하는 ‘역 U자형’ 소비 패턴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소득이 늘어날수록 시간의 가치가 높아져 조리가 간편한 식품을 더 많이 찾을 것이라는 통념이 깨졌다. 일정 소득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간편식(HMR) 소비가 줄어드는 '역 U자형' 소비 패턴이 확인된 것이다.

 

1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최한 ‘2025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발표대회’에서 서울대학교 안병일 교수는 ‘소득에 따라 바뀌는 간편식 소비, 구조를 읽다’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안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출하액은 2011년 약 1조 1천억 원에서 2023년 5조 2천억 원으로 10여 년 만에 4.6배 급성장했다. 1인 가구 증가와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간편식은 ‘끼니 때우기용’에서 ‘제대로 된 식사’로 위상이 달라졌다.

 

하지만 소득과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았다. 안 교수가 3237명의 가구 주 구입자를 대상으로 포아송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간편식 구매 빈도가 늘어나다가 월 소득 400만 원 후반대를 정점으로 다시 감소하는 ‘역 U자형(∩)’ 곡선이 나타났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소득이 높아지면 조리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이 커져 간편식을 찾게 되지만(구매력 향상),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건강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해 소비를 줄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고소득층에게 간편식은 소득이 늘면 수요가 줄어드는 ‘열등재’의 성격을 띠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성향이 소득 효과를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외식이나 배달·테이크아웃을 주 1회 이상 이용하는 등 ‘편의 추구 성향’이 강한 집단일수록 소득 증가에 따른 간편식 소비 증가 폭이 훨씬 가파르게 나타났다.

 

안 교수는 “외식이나 배달을 자주 이용하고, 온라인으로 장을 보며, 김치를 직접 담그지 않고 사 먹는 소비자들이 즉석조리식품도 더 빈번하게 구매하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새벽배송을 주 2~3회 이상 이용하는 ‘헤비 유저(Heavy-user)’들의 경우 간편식 구매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세대별로는 경제 활동이 활발한 35세에서 64세 사이의 중년층에서 소득에 따른 '역 U자형' 소비 패턴이 가장 명확하게 관찰됐다. 반면 34세 이하 청년층은 소득보다는 외식 빈도 등 라이프스타일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았고,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간편식 소비 자체가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

 

안 교수는 “지금까지 간편식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해왔지만, 주 소비층이 아닌 65세 이상 인구가 급증하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향후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식품 기업들에게 새로운 숙제를 던져줬다. 안 교수는 “중산층이 간편식 시장의 핵심 소비층임이 확인됐다”며 “소득이 높은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프리미엄화나 건강 지향적 제품 개발 등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