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분석,동향

샌드위치 신세 ‘캔커피’ 해외선 국민 음료

곡산 2025. 12. 18. 21:55
샌드위치 신세 ‘캔커피’ 해외선 국민 음료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12.18 07:54

가성비, 저가 카페가 대체…컵커피도 경쟁자
500㎖ 페트·NB캔 대용량에 제로 슈거로 활로
롯데칠성 ‘레쓰비’ 온음료로 러시아 등 인기
hy ‘하이브루’ 달콤한 맛 개발 동남아 공략
 

한때 ‘서민의 피로회복제’로 불리던 캔커피가 국내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위아래로 강력한 경쟁자들에게 치이는 이른바 ‘샌드위치’ 신세가 되면서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제로(Zero)’와 ‘대용량’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2024~2025년 캔커피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고립’이다. 과거 캔커피가 담당하던 ‘가성비 커피’의 지위를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등 1만여 개에 육박하는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가 완전히 대체했기 때문이다. 편의점 내에서도 입지가 좁아졌다. 위에서는 파우치 형태의 ‘얼음컵 커피’와 프리미엄 컵커피가 소비자의 고급화된 입맛을 사로잡으며 캔커피를 밀어내고 있다.

이처럼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도 주요 플레이어들은 저마다의 생존법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 냉장 진열대에 다양한 캔커피 제품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최근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의 공세에 밀려 ‘샌드위치’ 신세가 된 캔커피 업계는 주요 업체들은 ‘대용량’과 ‘제로 슈거’ 제품 출시로 내수 시장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롯데칠성 ‘레쓰비’의 러시아 수출 급증과 hy ‘하이브루’의 동남아 시장 안착 등 ‘K-음료’ 열풍을 일으키며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현재 시장의 패권은 동서식품이 유통하는 ‘스타벅스 RTD’가 쥐고 있다. 고급화 이미지를 앞세워 편의점 컵·캔 커피 전체 매출 1위를 수성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이에 맞서는 2위 롯데칠성음료는 ‘레쓰비’의 압도적인 해외 수출 실적과 ‘칸타타’의 대용량화 전략을 양날의 검으로 삼아 실적 방어에 나섰다. 3위 동서식품의 ‘맥심 T.O.P’는 스테디셀러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제로 슈거 라인업을 강화해 방어선을 구축했으며, 4위 코카콜라 ‘조지아’는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하고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에 집중하며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캔커피 제조사들은 공통적으로 ‘제로 슈거’와 ‘대용량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롯데칠성의 ‘칸타타’와 동서식품의 ‘맥심 T.O.P’ 등 주요 브랜드는 최근 주력 라인업을 ‘제로’로 재편했다. 액상과당에 대한 거부감이 큰 2030 세대를 잡기 위해 ‘스위트 아메리카노 제로’ ‘라떼 제로’ 등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이는 2024년 연 매출 4조 원을 돌파한 롯데칠성 실적 견인의 핵심 동력이기도 하다.

 

‘사이즈’ 경쟁도 치열하다. 자판기용으로 익숙한 175ml 소형 캔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신 저가 카페의 ‘1리터 커피’에 대항할 수 있는 500ml 이상의 대용량 페트(PET)나 NB캔(뚜껑 있는 캔)이 편의점 골든존(Golden Zone)을 차지했다.

 

흥미로운 점은 국내에서 ‘미운 오리’ 취급을 받는 캔커피가 해외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대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RTD 커피 시장은 연평균 5.5%씩 성장해 2030년 325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롯데칠성의 장수 브랜드 ‘레쓰비’가 대표적이다. 국내 매출은 정체 상태지만, 러시아와 동유럽 등지에서는 ‘국민 음료’ 반열에 올랐다. 추운 날씨 탓에 온장고에 넣어 파는 따뜻한 한국식 캔커피가 현지인의 취향을 저격하며 ‘국민 음료’ 반열에 올랐다. 덕분에 롯데칠성의 커피 수출액은 2022년 150억 원에서 2024년 228억 원으로 2년 새 51.2%나 급증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K-드라마 열풍이 캔커피 소비를 견인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 속 주인공이 편의점에서 캔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노출되면서, 한국산 캔커피가 세련된 음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hy(옛 한국야쿠르트) 역시 수출 전용 브랜드 ‘하이브루(HYBREW)’를 앞세워 동남아 시장 개척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직접 생산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달콤한 맛(티라미수 라떼 등)을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 특히 BTS(방탄소년단)를 패키지 모델로 내세운 한류 마케팅 덕분에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 개를 돌파하며 캄보디아, 필리핀 등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캔커피 시장은 저가 커피 공세에 밀려 정체기에 접어들었지만, 수출과 제로 라인업 확장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내수보다는 글로벌 시장 확대에 주력하는 ‘탈(脫)한국’ 전략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