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 승인 2025.11.05 13:23
식량기근 대응부터 배양육 상용화까지…‘경계 없는’ 식품 산업의 미래 조망
전 세계가 식량 안보 위기와 지속가능성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글로벌 식품 산업의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푸드테크’와 ‘R&D 혁신’에서 그 해법을 모색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5회 국가식품클러스터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미래 식탁을 위한 글로벌 식품 산업의 핵심 전략들이 제시됐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K-푸드의 글로벌 R&D 전략(CJ제일제당), 데이터 기반의 식량 위기 대응(유엔세계식량계획·WFP), 그리고 배양육 산업의 미래(모사 미트)가 집중 조명되며 미래 식탁의 청사진이 제시됐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K-푸드의 성공적인 글로벌 확산을 위해서는 AI 기반의 소비자 분석과 ‘글로벌 표준화(Global Chassis)’ 및 ‘현지화(Localization)’를 동시에 추구하는 R&D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현재의 식량 위기가 분쟁·기후·비용(3C) 문제가 겹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상황’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AI와 데이터를 활용한 ‘예측 기반 행동(Anticipatory Action)’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더불어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는 배양육 산업이 ‘배지 가격’이라는 최대 난제를 리터당 1유로 미만으로 낮추는 등 기술 혁신으로 돌파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이 빠른 규제 마련을 통해 ‘배양육 강국(Powerhouse)’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그레고리 옙(Gregory Yep)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는 영상 인사말을 통해 ‘제품 개발의 경계를 넘어서다’라는 핵심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글로벌 식품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CJ는 이러한 변화에 앞서기 위해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믿는다”며 “혁신은 단순히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식품 개발에 접근하는 방식을 재정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옙 대표는 현장 발표자인 남경화 상무에 앞서, CJ R&D의 4가지 핵심 전략으로 △세계화와 현지화(Globalization & Localization) △소비자 인사이트(Consumer Insight) △혁신적 식품 기술(Innovative Food Technology) △인재 및 일하는 방식(Talent & Way of Working)을 예고했다.
이어 CJ제일제당 R&D 상무는 CJ의 구체적인 R&D 전략과 성과를 공유했다. 남 상무는 “2025년은 CJ제일제당의 글로벌 매출이 국내 매출을 능가하는 첫해”며 “이러한 글로벌 확장의 핵심 원동력은 R&D”라고 밝혔다.
남 상무는 ‘세계화와 현지화’ 전략의 성공 사례로 ‘소바바(SOBABA) 치킨’을 꼽았다. ‘소바바’는 ‘소스를 바른 바삭한 치킨’의 줄임말로, ‘겉바속촉’이라는 K-치킨의 핵심 품질(Global Chassis)은 유지하되, 현지 명칭(Sauce Glazed Fried Chicken)과 입맛에 맞춘 ‘진화(Localization)’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AI 기반 트렌드 분석 시스템 ‘푸드 360’과 ‘더 바이트(The Bite)’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비자 인사이트를 확보하고 있으며, 고온에서도 잘 자라는 배추 ‘그린 로즈’ 품종 개발, 햇반의 ‘저속 노화미’ 적용, 맛밤 포장지의 ‘세이프티 노치’, 냄새 저감 ‘김치 뚜껑’ 등 혁신적인 식품 기술(Innovative Food Technology)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남 상무는 CJ의 핵심 인재상인 ‘하고잡이(Hagojabi)’ 정신과 ‘온리원(OnlyOne)’(최초, 최고, 차별화) 철학을 강조하며 “글로벌 마인드셋을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발표를 마쳤다.

장 마틴 바우어(Jean-Martin Bauer) 유엔세계식량계획(WFP) 국장은 ‘데이터와 기술 기반의 글로벌 식량 안보 대응 전략’을 발표하며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바우어 국장은 “현재 우리는 3억900만여 명이 심각한 식량 불안에 직면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맞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분쟁(Conflict), 기후 변화(Climate), 생활비(Cost-of-living) 위기 등 ‘3C’를 꼽았다.
그는 “설상가상으로 구호 활동 예산은 2022년 140억 달러에서 2024년 64억 달러로 급감했다”며 “우리는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으며, 이것이 바로 데이터가 필요한 이유”라고 역설했다.
바우어 국장은 WFP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첨단 데이터 기술을 소개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AI와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전 세계 식량 안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헝거맵 라이브(HungerMap LIVE)’다. WFP는 6개월마다 기근 위험 지역을 예측하는 ‘헝거 핫스팟(Hunger Hotspots)’ 보고서를 발행하고, 재난이 닥치기 전에 지원금을 선지급하는 ‘예측 기반 행동(Anticipatory Action)’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그는 “허리케인 ‘멜리사’가 아이티를 강타하기 전 9000가구에 120달러씩 선지급한 결과, 예방에 쓴 1달러가 7달러에서 34달러까지 소요될 복구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바우어 국장은 “우리의 다음 목표는 실시간 모니터링(Nowcasting)을 넘어 ‘미래 예측(Forecasting)’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AI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데이터 공유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마르크 포스트(Mark Post) 모사 미트(Mosa Meat) 대표는 ‘배양육의 현재와 한국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2013년 세계 최초의 배양육 햄버거를 시연한 인물이다. 포스트 대표는 “2013년 당시에는 기술이 상용화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고 회고하며 “그 이후 10여 년간 엄청난 과학적, 사회적 발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성과는 ‘비용 절감’이다. 그는 “2013년 리터당 250유로에 달했던 배지 비용이 현재 1유로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비싼 ‘의약품 등급’ 원료 대신 저렴한 ‘식품 등급’ 원료(콩, 밀 등 식물성 가수분해물)를 사용하고 ‘무혈청 배지’ 기술을 개발한 덕분이다. 또한, 배양된 근육과 지방 조직이 실제 고기 성분과 40~60% 수준까지 유사해졌다고 밝혔다.
사회적 진보도 뚜렷하다. 배양육 기업은 2013년 1개(모사 미트)에서 현재 약 180개로 늘어났으며, 싱가포르(2020년)와 미국(2022년)에서 시판 승인이 이루어졌다. 그는 “소비자 수용성은 큰 장애물이 아니며,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수용성이 매우 높아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현재 가장 큰 장애물은 ‘가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포스트 대표는 “한국은 배양육 강국(Powerhouse)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그는 “한국에서 100편 이상의 관련 과학 논문이 발표됐고, 4개의 유망한 스타트업이 활동 중이며, 최근 한국 식약처(MFDS)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은 상용화를 위한 매우 중요하고 빠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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