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소바바’가 바꾼 세계의 입맛... CJ제일제당, 글로벌 R&D로 K-푸드 재정의

곡산 2025. 11. 4. 08:24
‘소바바’가 바꾼 세계의 입맛... CJ제일제당, 글로벌 R&D로 K-푸드 재정의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5.11.03 11:11

남경희 상무 “글로벌서 통하는 K-푸드 혁신은 사람과 기술에서 시작”
식품진흥원 주최 국제콘퍼런스서 '세계 식품산업 방향성' 기조 연설

CJ제일제당이 K-푸드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남경화 CJ제일제당 상무는 10월 29일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이 주최한 ‘2025 국가식품클러스터 국제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그 해답을 제시했다.

남경화 CJ제일제당 상무

남 상무는 “글로벌 식품산업의 혁신은 소비자 중심의 사고와 기술, 그리고 현지와의 진정한 협업을 통해 경계를 허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는 CJ가 20여 년간 구축해온 글로벌 식품 R&D 전략과 그 철학, 그리고 ‘현지에서 통하는 K-푸드’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 세계 식품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글로벌 확장 20년, R&D가 만든 K-푸드의 세계화

CJ제일제당의 글로벌 도전은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2005~2006년 미국의 아시안 누들 및 만두 생산업체 ‘애니천’과 ‘옴니푸드’를 인수하며 CJ의 해외 시장 진출이 본격화됐다.

CJ가 ‘만두’를 전략 품목으로 삼은 이유는 명확했다. “만두는 탄수화물(피)과 단백질(속)을 함께 가진 완전식품이며, 맛과 형태가 글로벌 소비자에게 이질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남 상무의 설명이다.

그 후 CJ는 중국, 베트남, 러시아, 유럽으로 생산 거점을 확대했고, 2018년에는 미국의 냉동식품 기업 ‘슈완즈(Schwan’s)’를 인수했다. 남 상무는 “CJ가 슈완즈를 인수한 이유는 단순히 피자 사업 확장이 아니라 냉동식품의 유통·딜리버리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딜리버리 체계는 K-푸드를 세계로 확산시키는 ‘기술 플랫폼’이 됐다.

그는 이어 “올해 처음으로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이는 국내 시장의 축소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성장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라며, “CJ의 글로벌 확장은 결국 R&D, 즉 연구개발의 힘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R&D의 세 가지 축... 소비자, 기술, 사람

CJ의 글로벌 R&D는 세 가지 핵심 원칙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소비자(Consumer)이다. 남 상무는 “CJ의 제품 개발은 언제나 소비자 중심(Consumer-centric)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진짜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가에서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각국의 식습관과 조리 방식, 기후, 문화적 선호까지 세밀히 분석한 뒤, 그 결과를 R&D에 반영한다.

둘째는 기술(Technology)이다. “소비자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술이 필요하다. 맛, 영양, 안전, 편의, 지속가능성, 이 다섯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셋째는 사람(People)이다. 남 상무는 “결국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 글로벌 인재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협업할 때, 비로소 진정한 혁신이 가능해진다”라고 강조했다. CJ는 이를 위해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현지 전문가와 한국 본사의 연구진이 함께 개발하는 협업 체계를 운영 중이다.

 

글로벌라이제이션과 로컬라이제이션, 두 바퀴의 혁신

CJ의 글로벌 전략 핵심은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과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의 병행이다. 남 상무는 이를 “한쪽 바퀴만으로는 굴러가지 않는 자동차”에 비유했다.

“CJ는 K-푸드를 세계화하기 위해 ‘글로벌 섀시(Global Chassis)’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제품의 기본 프레임으로, 배합비·조리공정·영양정책·감각적 특성(센서리 렉시콘)·패키징 구조 등을 정의한 표준이다. 예를 들어 ‘이 식감은 반드시 이렇게 바삭해야 한다’는 기준은 전 세계 어느 공장에서 생산해도 동일하게 유지된다.”

반면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은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미각, 규제,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는 단계다. 같은 ‘매운맛’이라도 한국, 유럽, 동남아의 기준은 전혀 다르다. CJ는 글로벌 표준을 지키면서, 현지화된 제품 특성을 더해 ‘진화하는 K-푸드’를 완성해가고 있다.

 

성공사례: 소바바 치킨, 세계를 흔든 K-치킨의 진화

CJ의 R&D 철학이 가장 잘 구현된 사례 ‘소바바 치킨(Sobaba Chicken)’

CJ의 R&D 철학이 가장 잘 구현된 사례는 ‘소바바 치킨(Sobaba Chicken)’이다. ‘소스를 바른 바삭한 치킨(Sauce Brushed & Battered)’이라는 뜻의 이 제품은 출시 후 단기간에 글로벌 냉동 치킨 시장 1위에 올랐다.

“소바바 치킨은 K-치킨의 세 가지 가치를 구현했다. 바삭한 식감, 대담한 맛(볼드 플레이버), 그리고 간편성이다. 우리는 튀김옷에 특수 전분을 사용해 바삭함을 유지하고, 소스를 미리 코팅해 조리 단계를 줄였으며, 프랜차이즈에서 사용하는 ‘두 번 튀김’ 공정을 그대로 적용했다.”

현재 소바바 치킨은 한국, 미국 오하이오, 태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2025년 하반기에는 헝가리 신규 공장에서도 가동될 예정이다. CJ는 이 제품을 ‘K-푸드 기술표준’이자 글로벌 식문화 혁신의 대표 사례로 보고 있다.

 

데이터 기반 소비자 인사이트... 3대 디지털 플랫폼

CJ는 실시간 글로벌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R&D 시스템을 구축했다. 남 상무는 “R&D의 출발점이자 핵심은 소비자다. 우리는 전 세계 소비자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듣고, 데이터를 통해 이를 검증한다”라고 말했다.

세 가지 주요 플랫폼은 다음과 같다. 첫째, 'Food 360'는 AI를 기반으로 글로벌 식품 트렌드, 경쟁 제품, 각국 규제 변화를 실시간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둘째, 'The Bite'는 자사·경쟁사 제품의 특성을 비교해 맛, 식감, 디자인 등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도출한다. 셋째, 'CCM(Consumer-Centered Management)'은 소비자 피드백을 실시간 수집·분석해 제품 개선에 즉시 반영한다.

이 세 시스템은 CJ의 ‘데이터 드리븐(Data-driven)’ R&D 문화를 상징한다.

 

기술 혁신의 9대 플랫폼... 과학으로 진화하는 K-푸드

CJ는 R&D 영역을 9개의 기술 플랫폼으로 세분화하고, 원료에서 포장까지 식품 전 주기에 걸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원료' 영역은 고온에서도 견디는 여름 배추 ‘그린로즈’ 품종을 개발한 사례를 들 수 있고, '헬스앤웰니스' 영역은 저염·저당 제품 및 ‘저속노화’ 콘셉트의 기능성 잡곡밥 개발이 좋은 예이다.

'플레이버 포뮬레이션' 영역은 K-플레이버의 본질적 풍미를 구현하고 세계 표준화 연구를 담당하며, '머티리얼 사이언스'는 전자레인지 조리 후에도 바삭함이 유지되는 튀김 기술 개발을 이뤄냈다. '센서리 프로파일링' 영역은 AI 기반 품질평가 시스템과 관능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피드백해 주며, '프로세스 이노베이션'은 디지털 트윈 기반 공정 관리, 발효 미생물 실시간 모니터링을 맡는다.

이와 함께 '패키징 혁신' 영역은 생분해성 PP, 냄새 차단 김치 뚜껑, 사용자 안전 중심의 세이프티 노치 등이 해당한다.

남 상무는 “기술혁신의 목적은 단순한 효율이 아니라, 소비자 경험을 새롭게 설계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사람 중심의 혁신 문화...'HAGOJABI' 정신

CJ는 인재상을 ‘HAGOJABI(하고잡이)’로 정의한다. “하고잡이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 견딜 수 없는 사람으로, 호기심과 실행력, 그리고 협업 능력을 갖춘 사람이야말로 혁신을 완성하는 주체”를 의미한다.

CJ는 외부 스타트업, 대학, 연구기관과의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통해 기술과 문화를 결합하고 있다. 한국에서 성공한 혁신 모델을 다른 나라로 확산하고, 반대로 현지에서 성공한 경험을 다시 본사로 가져와 발전시키는 ‘글로벌 순환형 R&D 구조’를 실현 중이다.

 

결론: 경계를 넘어, 세계로

“CJ제일제당의 글로벌 R&D는 단순히 제품을 개발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식문화와 기술의 경계를 넘는 조직입니다. 우리는 소비자를 이해하고, 기술을 결합해,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남경화 상무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CJ는 앞으로도 K-푸드를 세계인의 일상으로 확장시키는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소비자, 기술, 그리고 사람, 이 세 가지가 바로 CJ의 미래이자, K-푸드의 내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는 단순한 기업 전략 설명을 넘어, K-푸드의 세계화가 ‘맛’에서 ‘기술’로, 그리고 ‘사람’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 선언적 메시지로 평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