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기자
- 승인 2025.10.14 17:34
2025 농해수위 국정감사가 14일 농식품부를 시작으로 보름간 대장정에 돌입했다. 올해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 가장 큰 쟁점은 ‘물가안정’이었다.
농해수위 의원들은 농식품부가 물가안정만을 위해 수입산 원료에 대한 할당관세를 남발했지만 OECD 38개국 중 식료품 물가 2위라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의 실패와 방임이 만들어낸 패착이라는 것이 의원들의 중론이다.
또 신의 선물이라며 식품업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 가루쌀 사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소비 부족으로 재고량이 넘쳐나고, 막대하게 투입한 예산도 매달 보관비용으로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OECD 2위 밥상물가’의 원인은 정부의 방임이 만들어낸 구조적 무능이라고 질타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한국의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2020년부터 올 9월까지 24%가량 상승했다. 이중 가공식품은 28%에 달한다.
조 의원은 “정부는 물가상승률의 원인을 기후위기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꼽지만 이는 전세계 모든 국가의 공통 요소로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 않는다. 결국 정부 정책의 실패와 방임이 만들어낸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 의원을 이 원인을 가락동 도매법인 독과점 구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5년 설립된 이후 단 한 번의 경쟁 입찰 없이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가락시장 5개 도매법인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2%로, 일반 유통 대기업의 5배 이상”이라며 “특히 이들 법인의 실질적 소유주는 농업과 무관한 고려제강, 호반건설, 태평양개발 등 재벌 계열사들이다. 도매법인을 소유하며 지난 5년간 평균 45.4%의 고배당을 챙기고 있어 개선의 필요성이 요구되는데, 정부에서 개선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공영도매시장이 재벌의 현금인출기로 변질되며, 국민들의 피해가 크지만 농식품부는 방관만 하고 있다”며 “국민 밥상 물가를 위협하는 철밥통 구조를 깨부수는 것이 진짜 민생 개혁의 시작이다. 정부가 직접 공영도매법인을 운영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보다 근본적으로는 안정적인 농식품 생산과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 만큼 농업 생산성 제고, 기후변화 대응,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글로벌 공급망 강화 등 생산·유통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개혁방안을 마련해 소비자가 손해보지 않도록 효율적인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또 2280억 원에 달하는 ‘농축산물 할인지원사업’이 허술한 운영과 대기업 특혜로 국민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정책의 핵심 목표인 소비자 체감 물가 완화와는 거리가 먼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는 것.
조 의원은 “정부 지원이 시작되자 한 대형마트는 당일 오전에 시금치 가격을 33.8%나 올린 뒤 할인 판매하는 방식으로 부당 이득을 챙기는 등 소비자 기만행위를 버젓이 자행했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대상 313개 품목 중 42%인 132개 품목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국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데, 정작 정부는 대형마트의 배만 불려주는 탁상행정으로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잘못된 정책 설계를 바로잡고, 국민의 밥상 물가를 안정시키는 실질적인 대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루쌀 정책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농해수위 위원장)은 “윤석열정부가 ‘신의 선물’이라며 육성을 독려했던 가루쌀의 경우 작년 생산량 2만704톤 중 소비량은 2622톤(12.7%)에 불과했다. 소비가 부진하다 보니 1만8082톤이 창고에 보관 중이며 보관비용만 매달 1억2500만 원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 의원은 “정부를 믿고 가루쌀에 투자한 농민들과 업계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농정으로 인해 더 이상 피해보는 농민들이 없도록 정부는 조속히 수급관리와 소비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간 약 50조 원의 농수산물 무역적자가 발생함에도 농식품 수출 실적만 홍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윤 의원은 “농식품부는 2030년까지 K-푸드 수출 15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농·림·축·수산식품의 무역적자는 매년 50조 원을 상회하고 있다.농수산식품 등의 수입 개방에 따른 농어민들의 피해 지원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이 Kati 농식품수출정보를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기준 농·림·축·수산물(식품·비식품 포함)의 수출액은 128억5010만 달러며, 수입액은 488억940만 달러였다. 전체 농·림·축·수산물 무역수지는 359억5930만 달러(50조8356억 원) 적자인 셈이다.
윤 의원은 “농식품부는 작년 농식품 수출실적이 99억8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이라고 홍보했지만 같은 기간 농림축산물 수입액은 수출액의 4.3배에 달했다”며 “매년 약 50조원 가까운 농림축수산물 무역적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한 채 단순히 수출 실적 홍보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개방 확대에 따른 수입 증가로 인해 막대한 무역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 작금의 농어업 현실인데, 주무부처가 수출 성과만 강조하는 것은 농어민들의 상실감만 더 키우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의 유명무실론은 올해도 입방아에 올랐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초라한 성적을 꼬집었다. 정부는 2007년 한미 FTA 체결에 따른 농식품 산업 보완 대책으로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조성하고, 2020년까지 △매출 15조 원 △수출 3조 원 △고용 2만2000명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작년 기준 국가식품클러스터 입주기업의 매출은 1조5812억 원으로 목표 대비 10.5% 수준에 머물렀으며, 수출액 역시 319억 원으로 목표치의 1%에 불과했다. 고용 인원도 1825 명으로 목표의 8.3% 수준이다. 또 유치 기업·연구소도 계획(160개)에 미달한 129개사(2024 년 기준)인데다 산업단지 분양률은 76%로 여전히 미달 상태다.
어 의원은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지금까지 총 5961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K-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으며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전진기지가 돼야 할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여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운영 실태를 전면 점검하고, 막대한 예산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식점 원산지 인증제’ 폐지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1년부터 2025년 7월까지 음식점과 집단급식소에서 농축산물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총 1만232건이 적발됐다. 이중 음식점 위반이 1만61건(전체의 98.3%)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국내산으로 둔갑한 외국산 식재료가 우리 식탁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원산지 인증제 폐지를 추진한 것은 국민적 불신을 자초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먹거리 안전은 어떠한 행정 효율성보다 우선돼야 한다”며 “정부는 인증제 폐지 대신 위반 근절을 위한 단속 강화와 식재료 추적 시스템 개선 등 실질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미령 장관은 “‘음식점 원산지 인증제’ 폐지 문제는 식재료의 원산지를 표시하는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와는 별개의 제도며 표시제는 현행과 같이 유지된다. 음식점 원산지 인증제가 폐지되더라도 주요 식재료에 대한 원산지 표시의무는 지금과 변함없이 유지되며, 표시의무 위반에 대한 단속 및 처벌도 변동 없이 엄격하게 이뤄질 예정이다.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 관리도 ‘학교급식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현행과 같이 유지된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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